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20회의 마지막 메시지는 낭만 보존의 법칙이다. 제목 중 ‘김사부’가 그리고 ‘닥터 김사부’가 지금까지 부각됐었다면, 마지막 회에는 ‘낭만’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대단원을 마무리했다.
그간의 모든 이야기가 ‘낭만’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고, 또한 ‘낭만’의 여운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제작진의 바람이 담겨있다. 이제부터 ‘낭만 보존’은 그동안 같이 울고 웃었던 시청자들의 몫이다.
◇ 긴장감을 풀어주는 임원희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진경(오명심 역)은 임원희(장기태 역)의 행동에 대해 답답해하고 한심하게 여긴다. 실생활에서 드라마 속 장기태 캐릭터가 바로 옆에 있다면 우리도 진경과 똑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임원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너무 피로감이 쌓였을 수도 있고, 누적된 무게가 너무 버거웠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긴장을 완충하며 또 다른 긴장을 격발하기도 한 장혁진(송현철 역)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제20회에는 남진의 닮은꼴 넘진이 등장해 쉬어가는 타이밍을 만들었는데, 남진이 카메오로 등장했다는 기대감을 잠시 갖게 만들었다. 웹툰 작가 역 신승환이 재등장해 주현(신회장 역)을 아름답게 기억하도록 했고, 진지한 적이 거의 없었던 윤나무(정인수 역)가 무척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것 또한 작은 반전이었다.
◇ 큰 갈등의 해소와 함께 작은 갈등을 만듦
한석규(한석규 역)와 최진호(도원장 역)의 맞대결 후, 한석규의 손에 상처가 생겼고 유연석(동주 역)과 서현진(서정 역)은 긴장했다. 완전히 마무리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큰 갈등이 해소될 때 갈등을 한 번에 모두 없애지 않고, 작은 갈등을 새로 만들어 긴장을 유지했다.
한석규가 서현진에게 그동안 “괜찮아”라고 말했던 장면들이 회상으로 지나갔는데, 친근한 캐릭터로 점차 변모하면서 “괜찮아”라는 표현을 꽤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대병원에서 서현진이 태인호(문태호 역)와 사귀고 있을 때 태호의 내연녀였던 간호사와 서정의 만남은 새로운 긴장감을 유발할 것 같았지만, 여운만 남기고 마무리됐다. 진간호사의 아들이 5살이라는 것을 포함해 진간호사는 알고 서현진은 모르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며, 서현진이 더 이상 죄책감이나 트라우마에 사로잡힐 이유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며 드라마는 종료됐다.
유연석은 서현진에게 사랑한다고 말로 표현하고, 서현진은 눈빛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마지막까지 인상적이었다. 양세종(도인범 역)의 성장도 의미를 가지는데, 자기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 낭만 보존의 법칙
한석규는 최진호에게,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그 순간만큼은 마지노선이 김사부라고 말한다. 본인이 물러서면 그 사람 죽는 것이고,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 사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전문용어로 것을 ‘개멋’부린다고 하고, 좀 더 고급진 말로는 ‘낭만’이라고 한다고 표현하며 드라마의 가장 큰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한다.
“낭만 보존의 법칙.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꼭 지켜줬으면 하는 아름다운 가치들. 살아간다는 건 매일매일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것.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일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과 마주하는 것. 매 순간 정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김사부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라.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 알았냐?” 동주의 마지막 내레이션과 그 내레이션 속에 인용한 김사부의 말은, 김사부의 포용적인 미소만큼 큰 여운을 남긴다.
제20회 마지막 시간 김혜수의 등장은 번외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번외편의 이야기로 그간의 빈 공간을 모두 찾아 채울지, 새로운 감성으로 우리를 질주하게 만들지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가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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