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0회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번외편을 남겨두고 본편을 모두 마무리하면서, 제20회에서는 김사부(한석규 분)가 군자의 경지에서 성인의 경지로 올라서는 현실적인(!) 판타지를 보여줬다.
◇ 군자에서 성인이 된 김사부, 두 번째 내려놓기의 완성
군자는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강건함을 보이고, 성인은 온갖 궂은일까지도 자신이 포용한다. 군자와 성인은 모두 존경하는 훌륭한 분들이지만, 정의에 맞지 않는 일은 근처에도 가지 않는 군자와 언짢고 꺼림칙해 하기 싫은 일까지도 피하지 않는 성인은 분명 다른 면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길에 똥이 널브러져 있으면 군자는 그 길을 가지 않고 대로를 선택하는데, 성인은 다른 사람이 그 길을 가기 위해 그 똥을 치우며 간다. 군자처럼 사는 것과 성인처럼 사는 것은 실제적으로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제20회에서 김사부가 군자에서 성인의 경지에 이른 것은, 본지에서 제19회 리뷰 때 언급한 김사부의 두 번째 내려놓기와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 김사부의 첫 번째 내려놓기는 부용주라는 이름 내려놓기였고, 기존의 기득권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도원장(최진호 분)과 엮이는 것을 피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는 군자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김사부의 두 번째 내려놓기는 마주하기도 싫고 엮이기도 싫은 도원장과 직접적으로 부딪혀 14년 전에 잘못됐던 것을 바로잡고, 또한 현재의 잘못된 것을 되돌리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행동이었다.
제19회에서 김사부의 두 번째 내려놓기는 제20회에서 성인의 반열에 오른 김사부의 모습에 대한 복선이자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 돋보이는 점은 성인의 행동을 하기 시작한 김사부를 ‘낭만닥터 김사부’는 신격화하기보다는 ‘낭만’이라는 무척 인간적인 모습으로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 김사부의 정면돌파
김사부는 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차근차근하게 말하다가 “추하게 버티지 말고 내려와서 니가 싼 똥을 니가 치워”라고 강력하게 말한다.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동떨어져 있던 김사부가 종방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췄는데, 제20회는 그런 김사부의 사이다 같은 발언이 더욱 빛났다.
김사부가 정면돌파는 하고 나서 보이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김사부는 더럽고 치사한 것을 피한 것만 빼고는 이전부터 군자보다 성인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제19회의 제목이 ‘의인(義人)과 의인(醫人)’이었다는 것을 되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사부는 규정에 얽매이기보다는 실체적인 것에 매진했으며, 무조건 사람을 살리고 보자는 김사부의 마인드는 처음부터 성인의 마인드였던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김사부는 이제 성인이 된 것이 아니라, 성인인 모습을 종방에 드디어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낭만’이라는 판타지를 끝까지 간직하면서!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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