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한국GM, 가격 줄줄이 인상…옵션 조정해 인하한 것처럼 ‘꼼수’

발행일자 | 2017.02.13 11:09
기아차‧한국GM, 가격 줄줄이 인상…옵션 조정해 인하한 것처럼 ‘꼼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아자동차와 한국GM이 올해 내놓은 신차의 가격이 구형보다 대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아차는 올 뉴 모닝을, 한국GM은 쉐보레 올 뉴 크루즈를 출시하면서 약속이나 한 듯이 가격을 올렸다. 우선 쉐보레 크루즈의 경우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세단 1.8 모델은 1718만~2064만원, 1.4 터보 모델은 2028만~2177만원이었으나, 신형 크루즈는 1.4 터보만 나오며 1890만~2478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크루즈 1.4 모델의 경우 기본 가격이 내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신형은 LS, LT, LTZ 등 세 가지 트림으로 나오고 구형은 LT, LTZ 등 두 가지만 나온다. 그러므로 LT 모델끼리 단순 비교하면 106만원 인상된 것이다. 물론 구형은 마이링크가 옵션(54만원)인 데 비해 신형은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는 52만원이 인상됐다.

기아차‧한국GM, 가격 줄줄이 인상…옵션 조정해 인하한 것처럼 ‘꼼수’

여기에 개별 옵션 가격도 모두 올랐다. 구형은 17인치 타이어&알로이 휠을 선택하면 28만원만 지불하면 되지만, 신형은 17인치 타이어&알로이 휠과 리어 스포일러가 묶인 어피어런스 패키지가 45만원이다. 내비게이션 패키지의 경우도 구형은 125만원이었으나 신형은 140만원으로 올랐다.

물론 가격이 오른 만큼 제값을 하면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올 뉴 크루즈의 경우 최고급형에 풀 옵션을 고를 경우 경쟁차인 현대 아반떼에 비해 비싸면서도 편의장비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아반떼에 있지만 올 뉴 크루즈에 없는 장비로는 안전벨트 높낮이 조절장치와 앞좌석 통풍 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뒷좌석용 송풍구 등이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기본형을 찾는 이들보다는 경쟁사의 중급 모델 이상을 찾는 이들에게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본 가격이 경쟁사보다 500만원 가까이 높다보니 실제보다 훨씬 비싸 보이는 게 현실이다.

기아차‧한국GM, 가격 줄줄이 인상…옵션 조정해 인하한 것처럼 ‘꼼수’

기아차의 경우는 좀 다른 전략을 취했다. 기아차 마케팅 담당 서보원 이사는 미디어 프리뷰에서 올 뉴 모닝을 설명하면서 “기본 장비를 충실히 갖췄으면서도 구형 대비 가격을 내려 경쟁력을 높였다”고 말한 바 있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구형 모닝의 경우 955만~1190만원이고, 같은 트림의 신형은 950만~1180만원이어서 서보원 이사의 말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가격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2015년 1월에 출시된 부분 변경 모델 ‘더 모닝’은 기본형인 스마트부터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윗급인 디럭스 트림 이상에서는 이 장비가 기본이다.

그러나 신형 모닝은 베이직 플러스와 디럭스는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선택할 수 없도록 했고, 럭셔리 트림에서는 선택 사양이다. 그리고 새로 더해진 프레스티지 트림만 이 장비가 기본이다. 운전석 무릎 에어백은 기아차가 동급에서 유일한 장비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구형에서 기본이었던 것을 신형에서 일부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오히려 옵션 면에서는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가 옵션으로 돌린 운전석 무릎 에어백의 가격은 15만원이다.

기아차‧한국GM, 가격 줄줄이 인상…옵션 조정해 인하한 것처럼 ‘꼼수’

이런 사례는 또 있다. ‘더 모닝’은 승용뿐 아니라 밴 모델도 앞뒤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하고 있으나, 신형 모닝은 디럭스 트림까지 앞 디스크, 뒤 드럼 방식이고 럭셔리 트림에 선택 사양(40만원, 16인치 타이어&휠 포함)으로 적용했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드럼 방식에 비해 제동력이 우수해 주행 안전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장비다.

신형 모닝은 동급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토크 백터링 시스템과 직진 제동 쏠림 방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주행 안전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들 장비는 기본으로 적용하면서도 이전 모델에서 기본이었던 디스크 브레이크를 옵션으로 돌리는가 하면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일부 모델에만 적용하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다.

기아차‧한국GM, 가격 줄줄이 인상…옵션 조정해 인하한 것처럼 ‘꼼수’

이에 대해 한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한국GM은 여론 추이보다는 ‘우리가 팔고 싶은 차에 집중하자’는 전략이라면 기아차는 ‘가격 인하’를 강조하면서도 주요 옵션을 상위 트림으로 옮겨서 비싼 차를 고르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쉐보레 올 뉴 크루즈에서 지적 받은 편의장비들도 문제지만, 기아차는 안전에 직결된 장비를 옵션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쁘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측은 “하반기에 모델이 추가되면 운전석 무릎 에어백 선택 폭을 넓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구형 모닝의 경우 가솔린과 바이 퓨얼, 터보 등 세 가지 모델이 나왔고, 신형 모닝은 우선 가솔린 한 가지만 나오고 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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