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와 중소기업의 공동 R&D 활동이 윈-윈(Win-Win)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삼화전자(경기 용인), 아모그린텍(경기 김포)과 각각 공동으로 친환경차 핵심소재인 ‘연자성 코어’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연자성 코어는 친환경차용 배터리충전기(OBC)와 저전압 직류변환장치(LDC)에 각각 적용된다. 특히 고전압이 흐르는 친환경차용 연자성 코어는 고도의 신뢰성이 요구되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소재 배합과 열처리 공정 등 기술적 난제에 따라 그간 이 부품을 해외로부터 전량 수입해왔다.
공동개발은 현대모비스가 개발기획, 사양 확정 및 소재개발부터 실차와 연계한 신뢰성 검증을
주도하고 중소기업은 공정개발과 시제품 제작을 담당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유기적 협업의 결
과 개발품은 수입품과 동등한 품질을 가지는 한편 한층 더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삼화전자는 3년간 공동개발 끝에 지난해 말부터 에너지손실율과 가격경쟁력을 개선한 ‘페라이트코어’를 양산공급 중이다. 이 업체는 1976년 창업한 국내 최대의 연자성 페라이트코어 전문 업체로 고전류, 고효율 특성을 요구하는 디스플레이, 컴퓨터, 자동차, 통신장비, 태양광 발전 등에 소요되는 주요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 5개 친환경 차종에 적용 중으로 앞으로 친환경 라인업에 확대할 계획이다.
아모그린텍은 2년간의 공동개발을 통해 지난해 말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인 ‘나노결정립리본코어’의 개발을 완료했다. 2004년 설립된 아모그린텍은 나노 소재 및 자성소재 등을 기반으로 최신 모바일기기, 웨어러블 기기, 지능형/전기자동차 등 유망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20여종에 가까운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내년 양산 준비 중으로 다른 친환경 차종에도 확대적용을 검토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공동개발을 통해 기술자립도와 조달 기간 단축 등 부품수급의 안정성을 높였다. 중소업체는 충분한 공급물량과 친환경차에 특화된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 윈-윈의 과실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삼화전자와 아모그린텍은 특히 이번 공동개발로 친환경차 핵심부품의 소재기술, 제조공정과 품질관리까지 완성차 업체의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는 노하우를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수주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역량도 확보했다.
현대모비스 재료연구팀 황득규 책임연구원은 “우수한 소재기술을 가진 업체와 차량 시스템
차원의 기획검증이 가능한 현대모비스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협력업체는 성장 기반을 강화하
고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경쟁력에 한층 더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 상생협력으로 탄생한 신소재, ‘클래드 메탈 버스바’
자동차 한 대에는 2~3만개의 자동차부품이 장착된다. 이를 생산하는 부품회사와 자동차회사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요구된다. 부품회사간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우수 사례로 선정된 경우도 있다.
현대모비스가 ‘산업용 신소재’ 전문기업인 한국클래드텍과 공동으로 개발한 친환경자동차 부품용 ‘구리 저함량 클래드 메탈 버스바(Clad Metal Bus Bar)’는 차량경량화를 이끈 신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지난해 '장영실상'을 공동수상 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가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이 아닌 산업용 신소재 기업 한국클래드텍과 협업한 결과로, 협력사의 판매처 확보는 물론 매출확대로 이어진 대표적인 상생협력 사례로 꼽힌다.
클래드 메탈은 두개 이상의 서로 다른 금속을 융합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금속소재다. 클래드는 ‘입히다’라는 뜻으로, 순수금속에 비해 더 좋은 기능 구현을 위해 가공한 것이다. 버스바는 전기를 통하게 하는 전도체로, 클래드 메탈 버스바는 쉽게 말해 ‘금속 복합재 전도체’다. 현대모비스가 한국클래드텍과 공동 개발한 클래드 메탈 버스바는 ‘구리-알루미늄-구리’의 3층 구조로, 이를 버스바 부품으로 생산해 무게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1년 신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친환경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구리 사용량이 최대 8배까지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구리는 전도성이 높은 반면, 밀도가 높아 차량경량화를 위한 새로운 소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먼저 신소재를 공동 개발할 수 있는 경험과 설비를 갖춘 회사를 찾았다. 대구에 위치한 한국클래드텍이었다.
한국클레드텍은 국내 산업용 신소재 전문기업으로 독보적인 위치였지만, 자동차 전장부품용 소재개발은 처음이었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한국클래드텍 사업장을 방문하고 담당자를 여러 차례 만난 끝에 양사의 신소재 개발이 시작됐다.
현대모비스는 값비싼 원자재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 국내기술로 소재분야를 개발할 수 있었고, 한국클레드텍도 자동차 전장부품 산업으로 진출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판단했다.
양사는 신소재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구리와 알루미늄을 가공하고, 이를 제조하는 과정은 방대한 물량을 시험 생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현대모비스는 최적의 구리함유량과 접합강도를 산출하고, 한국클래드텍은 압연·열처리 공정 최적화를 담당했다.
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기존 구리에 비해 밀도는 절반 가까이 줄인 신소재를 생산했다. 자동차 부품에 적합한 신뢰성을 확보한 경량 클래드 메탈이 빛을 본 것이다.
현대모비스와 한국클래드텍이 개발한 클래드 메탈을 가공한 버스바는 파워트레인컨트롤유닛(PCU)과 배터리 부품으로 생산돼, 현대차 아이오닉EV와 PHEV에 장착됐다. 그램 단위로 차량경량화에 매진한 완성차, 신소재 개발을 위해 전국을 누비며 연구 활동을 벌인 현대모비스, 자동차 전장부품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소재기업간 삼박자가 이뤄낸 모범사례다. 한국클래드텍은 이를 계기로 자동차산업으로 매출을 확대한 것은 물론, 건설·가전 등 다른 산업부문에서도 주목받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2010년 '일곱가지 아름다운 약속'이라는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협력사 자금조성,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협력 등을 통해 2·3차 협력사들과 동반성장을 강화하고 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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