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균 연출, 홍정은, 홍미란 극본,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1회는 높은 기대감 속에 시작해 극명하게 갈리는 호불호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간 세상에 섞여 살고 있는 요괴들의 이야기는 판타지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고급스럽지 않은 병맛 코드로 느껴질 수도 있다.
호러, 코미디, 판타지, 액션의 장르가 모두 섞여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성향에 따라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는 취향 저격 드라마로 여길 수도 있고, 아직은 몰입해 공감하기 힘든 무언가의 공간이 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 시청자의 성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엄청 나뉠 수 있는 작품
‘화유기’ 제1회는 시작부터 무서운 이야기로 공포를 전달했다. 다소 자극적인 스토리와 장면은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는데, 평온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았으나 마지막에 다시 진한 공포의 장면이 펼쳐졌다.
요괴들의 생동감을 준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진선미(오연서 분)의 눈에는 요괴가 요정으로 보였다는 점은 암시하는 바가 있다. 요괴를 풀어준 죄로 삼장의 운명을 가지게 된 진선미의 캐릭터를 구축해 가는 과정의 일관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진선미 대표가 귀신을 보는 것을 모르는 직원 이한주(김성오 분)의 당황하는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는데, 시청자들은 이한주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우월적 지위를 누림과 함께 극한직업 능력자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한주 캐릭터는 앞으로의 스토리텔링에서도 연결고리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언제 툭 튀어나올지 모르는 무서운 장면은 “나를 지켜주세요. 나는 되게 무서운 괴물들이 보여요,”라는 진선미의 말을 통해 시청자들과 공감을 형성한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시청자의 성향에 따라서 신선할 수도 병맛일 수도 있다. 무섭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웃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B급 웹툰이라고 생각하면 유치함 또한 매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이런 매력에 중독돼 빠져들 수도 있다.
◇ 전체적으로는 신선하지만, 부분을 볼 경우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화유기’ 제1회를 보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여기저기에서 차용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당연히 ‘서유기’에서 차용한 이야기이지만, ‘서유기’뿐만 아니라 ‘도깨비’, ‘하백의 신부’, ‘주군의 태양’, ‘최고의 사랑’과 여러 측면에서 겹쳐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암시, 복선의 수만큼 PPL(간접광고)의 수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여타의 다른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드라마의 흥행 여부에 따라 시청자들의 PPL에 대한 거부감의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손오공(이승기 분) 캐릭터에 대한 궁금함은 점점 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퇴마사 같기도 하고 난봉꾼 같기도 한 캐릭터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잘 어울린다면 신선한 전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된다. 살기, 독기, 능글을 모두 보여준 이승기가 앞으로 손오공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지도 기대된다.
우마왕 역의 차승원은 그가 기존에 했던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연기를 특이한 분장으로 소화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익숙함이 승리할 것인지, 새로움이 반전처럼 나올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비서 역의 이엘은 강한 이미지라기보다는 업무에 충실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데, 부드러움을 내포한 걸크러쉬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팔계 역의 이홍기와 사오정 역의 장광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 그들이 만드는 관계에서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는데, 얼마나 큰 비중으로 ‘화유기’를 채울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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