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화유기’(4-3) 네 가지 종류의 투사적 동일시를 모두 사용하는 이승기

발행일자 | 2018.01.12 04:58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에서 이승기(제천대성 손오공 역)는 오연서(진선미 역)에게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를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네 가지 종류의 투사적 동일시를 모두 사용하면서 두세 가지를 한꺼번에 조합하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화유기’는 요괴와 요괴, 요괴와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에 의해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승기가 자기도 모르게 행하는 투사적 동일시를 잘 살펴보면 손오공 캐릭터의 내면 심리와 이승기의 뛰어난 연기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대상관계이론, 멜라니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은 투사(projection)가 투사적 동일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을 정립한 학자이다. 투사는 자기가 스스로 견디기 힘든 내면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 자기 마음 안에 있는 것을 외부 세계에 있는 것으로 돌리려는 것을 뜻한다. 주로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 수치심 등 직면하기 어려운 면들이 투사된다.

‘화유기’에서 금강고라는 팔찌를 차게 되면서 팔찌의 영향으로 오연서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승기가, 자기가 오연서를 좋아하면서 오연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여기는 것은 투사의 한 예이다. 자기가 오연서를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오연서가 자기를 사랑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하는 것이 투사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멜라니 클라인은 내가 투사한 대상을 내 마음이 투사한 상태로 그냥 두지 않고 실제로 그렇게 하도록 상대방을 조정하는 적극적인 투사를 투사적 동일시라고 했다. 이승기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가 오연서를 좋아하면서도 오연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여기는 것이 투사라면, 실제로 오연서가 자기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투사적 동일시인 것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투사적 동일시의 대표적인 네 가지 종류 :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

투사적 동일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네 가지 형태는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이다.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는 의식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고 의존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가해 상대방이 나를 도와주도록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힘 투사적 동일시는 “너는 나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는 힘의 메시지를 통해 상대방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것이다. 힘 투사적 동일시는 상대방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며,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를 불완전하다고 보는 것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성적 투사적 동일시는 나도 모르게 표현하는 유혹적인 몸짓과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을 완벽하게 성적으로 각성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성적 투사적 동일시를 당한 상대방은 자기의 의식 하에 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투사적 동일시를 행한 사람을 유혹한 것 같은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의 헌신과 공로를 상대방이 인지하게 해, 상대가 자기에게 빚진 마음으로 늘 미안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자기희생적 행동을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행할 가능성이 높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투사적 동일시 네 가지를 모두 다 쓰는 이승기

‘화유기’에서 제천대성 손오공 캐릭터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금주령을 지키며 속박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태도를 취하다가도, “너 아니면 안 된다.”라고 어느새 돌변하기도 한다.

이승기가 오연서에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투사적 동일시는 힘 투사적 동일시이다. 내가 아니면 널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오연서에게 은근하면서도 꾸준히 어필한다. 힘으로 널 제압할 수 있다는 강한 남성성을 과시하는 것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반면에, 인간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고 먼저 파기할 수 없는 요괴인 이승기는, 오연서에게 약속을 파기해 달라고, 금강고를 빼달라고 꾸준히 요구한다. 이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애원하는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또한 이승기와 ‘화유기’의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키포인트이다.

‘화유기’ 제3회 방송에서 오연서가 침대에서 손오공의 이름을 불렀을 때 침대에 누워서 나타났다. 다른 경우는 똑바로 서서 오연서를 바라보는 상태로 나타났다는 점과 대비된다. 그때 오연서가 이승기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연서가 자기를 그리워 한 것으로 단정적으로 몰아가는 모습은 대표적인 성적 투사적 동일시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4회 방송에서 이승기는 “난 너 아닌 다른 사람을 구하지 않아.”라고 오연서에게 말하며, 너에게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꾸준히 어필한다. 이승기가 노력하는 부분은 드라마 속에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 이승기는 힘/성적/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동시에 펼치기도 한다

‘화유기’에서 이승기는 투사적 동일시를 할 때 하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한 번에 한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제4회에서 “(금강고) 이건 네가 빼주지 않아도 빠질 거니까, 언젠가. 그때까지 그냥 널 마음 편히 사랑해줄게. 반드시 끝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사랑, 그냥 미친 듯이 퍼부어줄게.”라고 이승기는 말한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러면서 다소 당황해하며 멈춰있는 오연서에게 “당연하잖아, 내 감정은 가짠데 나는 끝날 거고, 너는 다시 혼자가 될 거야. 그때까지 니 옆에 있을게. 사랑해! 진선미!”라는 복합적인 멘트를 덧붙인다. 이승기는 힘, 성적,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동시에 사용한 것인데, 복합적인 손오공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 차승원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도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한다

‘화유기’에서 다른 배역들도 물론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한다. 우마왕 역의 차승원은 주로 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지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가 “합격(합격)”을 외칠 수 있는 권위를 발휘할 때 자기의 섹시함을 동시에 어필하는데 이는 힘 투사적 동일시와 성적 투사적 동일시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합격(합격)”이 힘 투사적 동일시인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성적 투사적 동일시라고 보는 것은 끼워 맞춘 것이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상황을 잘 되돌이켜 보면, 차승원은 권위 있는 몸짓을 하기보다는 요염하다는 쪽에 가까운 움직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차승원의 그런 모습에 드라마 속 관객들과 실제 시청자들이 섹시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이런 디테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차승원과 이승기의 연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감탄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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