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뮤지컬]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3) 도날드 위니콧의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관점에서

발행일자 | 2018.01.18 00:13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이하 ‘캣 조르바’(Cat Zorba))을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멸절(annihilation)’과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경우 고양이 나라 여왕 프레야(Preyja)(최미용 분)와 인간 세상에서 온 길 고양이 미미(MiMi)(최미소 분)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난다.

◇ 대상관계이론, 도날드 위니콧이 말한 멸절과 충분히 좋은 엄마의 개념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처음에 자아라는 개념을 아직 가지지 못한다. 엄마와 자신은 하나의 존재였기 때문에, 자신을 인식하기 전에 상대인 엄마를 먼저 인식한다.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하던 아이가, 절대적 의존과 절대적 보호가 필요한 시기에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완전히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은 극도의 공포인 멸절을 경험하게 된다.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멸절을 느끼는 이유는 정서적, 육체적으로 한 몸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와의 육체적인 분리를 인지하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 자아가 없는 상태에서의 계속 보호받고 있지 않다고 느껴지는 분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여겨지는 공포로 다가온다.

이때 ‘충분히 좋은 엄마’는 이런 경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예방하기 위해 ‘안아 주기(holding)’, ‘다루어 주기(handling)’, ‘대상 제시(object-presenting)’의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위니콧은 제시한다. 안아 주기는 신체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을 모두 포함하며, 대상 제시는 엄마가 외부 세계를 유아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만약 이때 아이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을 경우 ‘참 자기’를 지키기 위해 ‘거짓 자기’를 만들게 되는데, 여기서 참과 거짓은 도덕적인 질서의 옳고 그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본 기질을 충실히 따르느냐를 뜻하는 것이다.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 멸절의 공포를 느끼는 존재보다, 엄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멸절의 공포를 전한다

‘캣 조르바’에서 위니콧의 멸절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프레야의 아들 오드 왕자(서경수 분)은 인간 세상으로 사라진 상태이고, 미미의 딸 루나는 아직 갓난아이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엄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멸절의 공포가 전달된다.

인간 세상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오드, 피타에게 납치당한 루나는 세상에 혼자 떨어져 보호받지 못한다는 극한의 공포인 멸절을 겪었을 것이다. 각각 아들과 딸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빠진 프레야와 미미는 견딜 수 없는 극한의 공포를 겪는데 이 또한 또 다른 의미에서 멸절의 공포라고 할 수 있다.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자식을 잃은 부모가 느낄 멸절의 공포보다, 그 멸절의 대상이 된 자식이 느낄 멸절의 공포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세상을 살아온 경험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양육 과정에서 보호받지 못할 경우 자식은 멸절을 경험할 수 있는데, 자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경우 부모와 자식 모두 멸절의 공포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캣 조르바’는 보여준다.

“내게 왜 이런 일이,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라는 대사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세상이 없어진 것 같은 공포의 느낌인 멸절은 반복된 어구를 통해 더 크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 ‘캣 조르바’에서의 안아주기, 다루어 주기, 대상제시

위니콧의 안아주기는 신체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는데, 루나는 엄마인 루나가 안고 있거나 아니면 할머니인 프레야가 안고 있었는데, 피타가 납치한 후에는 안아주지 않고 그냥 놓았기 때문에 멸절의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루나를 다시 찾은 후 미미는 ‘캣 조르바’의 커튼콜까지 미미를 안고 있다. 그냥 단순한 퍼포먼스라고 볼 수도 있지만, 멸절을 경험한 아이에게 안아주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루나는 피타에게 납치돼 있으면서 자기의 신체적 기능이 비인간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느꼈을 수 있고, 정서적, 신체적으로 자기가 견딜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있었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럴 때 루나는 자기의 신체적 욕구를 경멸하고 신체적인 경험에서 멀리 떨어져서 자기의 몸보다는 마음과 동일시하려고 할 수 있는데, 이때 마음과 신체의 안정적인 통합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다루어 주기이다.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캣 조르바: 피타의 퍼즐’ 공연사진.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대상제시는 미미와 프레야가 외부 세계를 루나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루나 자기의 노력으로 변화와 만족을 가져와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것인데, “아직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말처럼 루나를 되찾는 것에 머물지 않고 루나가 제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비록 루나에게 바로 적용되지는 않을지라도 미미와 프레야의 대화는 미미의 잠재의식 속에서 대상제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멸절을 극복하게 만드는 충분히 좋은 엄마의 이야기는 ‘캣 조르바’ 후속편이 만들어질 경우 그 안에 담길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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