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민혁이 동생 승혁이’(감독 김덕근)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69)

발행일자 | 2018.02.07 22:41

김덕근 감독의 ‘민혁이 동생 승혁이(My little brother, Seunghyuk)’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ADHD를 앓고 있는 형 민혁(박지호 분)에게 지금껏 많은 것을 양보하며 자라온 아이 승혁(최준우 분)은 이혼으로 집을 떠나는 엄마(김영선 분)가 자신이 아닌 형 민혁을 데려가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승혁에게 절대 훼손할 수 없는 완벽한 존재는 엄마이다. 엄마에게 버려진다는 것은 세상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 멸절의 고통과 두려움이다. 승혁의 행동을 아이의 이기심으로만 본다면, 정말 중요한 것을 송두리째 놓치고 있는 것이다.

‘민혁이 동생 승혁이’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민혁이 동생 승혁이’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승혁에게 절대 훼손할 수 없는 완벽한 존재는 엄마이다

‘민혁이 동생 승혁이’에서 승혁이 지금까지 민혁에게 많은 것을 양보한 이유는 형제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착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형에게 많은 것을 양보한다는 것만으로 엄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엄마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은 승혁에게 절대 훼손할 수 없는 완벽한 존재가 엄마라는 것을 의미한다. 완벽한 존재인 엄마가 없는 세상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멸절의 고통을 느끼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승혁이 엄마를 양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일 수 있다.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승혁에게 아빠(조강연 분)는 따라가고 싶지 않은 존재 정도가 아니라 없어지기를 바라는 존재일 수도 있다. 엄마를 훼손할 수 없는 승혁은 아빠를 훼손해야 하는데, 아빠 때문에 엄마랑 헤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고 아빠가 없다면 결국 엄마랑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아이에게 버려진다는 의미는 죽는 것보다도 더 큰 멸절의 고통이라는 것을 어른들은 잘 모른다

‘민혁이 동생 승혁이’를 보면서 많은 어른들은 승혁이가 양보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할 것이다. ADHD인 형은 절대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승혁이는 보호 없이도 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이에게 버려진다는 의미는 죽는 것보다도 더 큰 멸절의 고통이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멸절을 의미한다. 어른들은 이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 승혁이 목 놓아 우는 것은 멸절을 앞두고 있었던 두려움이 폭발한 것이라는 점을 가슴으로 알면 승혁이 만큼 북받쳐 울게 될 수 있다.

‘민혁이 동생 승혁이’ 김덕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민혁이 동생 승혁이’ 김덕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민혁이 앓고 있는 병을 ADHD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민혁이 동생 승혁이’에서 민혁이 앓고 있는 병을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며, 주의력 부족, 산만함, 충동성 등을 보이는 증상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요즘 시대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동기 내내 문제점이 지속되고, 때로는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도 증상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혁을 절대 방치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승혁이 가지는 마음을 대비할 수 있게 하는데, 승혁 또한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기에 전체적인 이야기와 디테일한 내면에 관객이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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