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역대급 걸작, 혼다 어코드

발행일자 | 2018.06.21 09:54
[시승기] 역대급 걸작, 혼다 어코드

어코드는 혼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차다. 1976년 처음 탄생해 40여 년 동안 2000만대 넘게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어코드는 혼다코리아에게도 의미가 깊다. 지난 2004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처음 선보인 차가 바로 어코드였기 때문이다. 당시 7세대 모델로 한국에 공식 수입된 어코드는 최근 10세대로 진화해 등장했다.

신형 어코드는 한국에 상륙하기 전 이미 미국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2018년 1월호에 실린 ‘올해의 차’ 평가에서 신형 어코드를 최종 후보 리스트에 올리며 호평했다.


이번에 한국에 소개된 모델은 1.5 가솔린 터보, 2.0 가솔린 터보, 2.0 하이브리드 등 세 가지다. 국내에 시판 중인 중형급 모델로는 쉐보레 말리부에 이어 두 번째로 1.5 가솔린 터보를 단 모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1.5 가솔린 모델의 성능이 궁금했는데, 시승회에는 2.0 가솔린 터보 모델만 준비됐다.

[시승기] 역대급 걸작, 혼다 어코드

혼다의 강조 포인트 중 하나는 ‘저중심 설계’다. 구형보다 차체를 15㎜ 낮추는 한편, 전폭은 10㎜, 휠베이스는 55㎜ 늘렸다. 휠베이스의 경우 쉐보레 말리부와 똑같고, 쏘나타보다는 25㎜ 길다.

앞모습 역시 독특하다. 9.5세대에서 선보인 풀 LED 헤드램프는 더욱 슬림하게 바뀌었고, ‘솔리드 윙’ 그릴 아래로 넓은 그릴을 배치해 강한 개성을 뽐낸다.

길어진 휠베이스는 광활한 뒷좌석으로 보답한다. 미국 모터트렌드는 신형 어코드의 실내를 가리켜 “대기업의 휴게실처럼 널찍하다”고 평했다. 다만 가죽시트의 질감과 마무리는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항상 경쟁모델보다 탄탄하고 좋은 퀄리티를 보여줬던 가죽시트는 촉감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게다가 뒷좌석에 베이비 시트를 장착하려면 시트 안쪽을 살짝 들어내고 고정 장치를 걸도록 해서 보기가 안 좋다. 베이비 시트 탈부착을 자주 하다 보면 시트의 내구성이 버텨줄지 모르겠다.

[시승기] 역대급 걸작, 혼다 어코드

2.0 모델의 최고출력은 256마력이고 최대토크는 37.7㎏·m에 이른다. 경쟁차인 현대 쏘나타 2.0 터보(245마력, 36.0㎏·m)나 쉐보레 말리부(253마력, 36.0㎏·m)를 모두 뛰어넘는 수치다.

어코드는 여기에 10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8세대 모델에 5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엔진과 변속기의 응답성은 구형보다 훨씬 좋아졌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구간은 1500~4000rpm으로, 쏘나타(1350~4000rpm)나 말리부(2000~5000rpm)보다는 약간 좁다. 그러나 저회전 구간에서의 반응은 전혀 흠잡을 것이 없다.

[시승기] 역대급 걸작, 혼다 어코드

엔진이 속 시원히 반응하니 패들 시프트를 이용한 변속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레버가 없는 버튼식 기어 시스템이다 보니 소위 말하는 ‘손맛’을 느낄 수 없다. 습관적으로 센터 콘솔 쪽에 손을 뻗어보지만, 허공을 가르기 일쑤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도 아직 적응이 덜 됐다”면서 웃는다.

거칠 것 없이 뻗어가던 어코드는 고속 구간에서 한 차례 숨을 고른다. 시속 180㎞ 부근부터 가속력이 눈에 띄게 더뎌지고, 속도계는 시속 208㎞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일부러 속도제한을 걸어 놨다”고 설명한다.

가속력보다 더 놀라웠던 건 새롭게 적용된 ‘액티브 컨트롤 댐퍼 시스템’이다. 노멀(Normal), 스포트(SPORT), 이콘(ECON) 등의 세 가지 모드는 각 설정에 따라 댐퍼, 스티어링, 변속이 달라지는데,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크다. 특히 좋은 승차감과 높은 주행안정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 인상적이다.

[시승기] 역대급 걸작, 혼다 어코드

신형 어코드의 인증 연비는 도심 9.3㎞/ℓ, 고속도로 13.5㎞/ℓ, 복합 10.8㎞/ℓ다. 6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말리부가 각각 9.4, 13.2, 10.8㎞/ℓ인 것과 대동소이하다. 말리부의 공차중량이 어코드보다 80㎏ 가벼운 것도 연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신 어코드는 고속도로에서 10단 변속기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쏘나타는 각각 9.2, 13.1, 10.7㎞/ℓ로, 모두 어코드보다 열세다.

신형 어코드의 가격은 2.0 가솔린 터보가 4290만원, 1.5 가솔린 터보가 3640만원, 하이브리드 4240만원, 하이브리드 투어링 4540만원이다. 쏘나타 2.0 가솔린 터보에 풀 옵션을 장착하면 3736만원으로 어코드와 554만원 차이가 난다. 수입차와 국산차의 차이를 감안하면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나는 ‘혼다 센싱’이 포함된 2.0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5월 판매에서는 1.5 모델의 비중이 76.4%로 훨씬 높았다. 혼다코리아로서 고무적인 건, 구형에서 2.4와 3.5의 비중이 96:4였던 데 비하면 2.0 터보 같은 고가 모델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시승기] 역대급 걸작, 혼다 어코드

경쟁차인 토요타 캠리는 5월에 928대, 닛산 알티마는 357대가 팔리며 어코드를 앞섰다. 하지만 승부는 이제부터다. 혼다 어코드가 지난해 녹 사태의 시련을 이겨내고 새롭게 중형차 왕좌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역대 어코드 중 손에 꼽힐 만한 완성도. 믿고 구매해도 좋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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