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남자친구’(8-4) 송혜교에게 힘을 행사하는 차화연, 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는 장승조

발행일자 | 2018.12.27 00:01

박신우 연출, 유영아 극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제8회까지 등장인물의 관계성에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의 개념을 적용하면, 송혜교(차수연 역)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엑스 시어머니 차화연(태경그룹 회장 김화진 역)과 전남편 장승조(정우석 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송혜교에 대해 차화연이 강력한 힘을 행사한다면, 장승조는 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한다. 차화연은 직접적으로 힘을 이용하는데 비해, 장승조는 어머니 차화연이 힘을 악용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같은 근원에서 나오는 힘을 사용하는데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사용하기 때문에 힘을 사용한 것인지 사용하지 않은 것인지 자신을 위해 사용한 것인지 송혜교를 위해 사용한 것인지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대상관계이론, 멜라니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
 
멜라니 클라인은 투사가 투사적 동일시로 이어지는 것을 정립했다. 투사는 자기 내면에 있는 스스로 견디기 힘든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 고통과 괴로움을 줄이려는 것이다. 자기 마음 안에 있는 것을 외부 세계에 있는 대상으로 돌리려는 무의식의 행위인데, 주로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 수치심 등 직면하기 어려운 면들이 투사된다.
 
내가 투사한 대상을 내 마음이 투사한 상태로 그냥 두지 않고 투사한 것이 실제로 일어나도록 만드는 적극적인 투사를 멜라니 클라인은 이를 투사적 동일시라고 명명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투사적 동일시의 대표적인 네 가지 종류 :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
 
투사적 동일시는 수많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네 가지는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이다.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는 무의식적 상태에서 “나는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고 의존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가해 상대방이 나를 도와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힘 투사적 동일시는 “너는 나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는 힘의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전달해 상대방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 힘 투사적 동일시는 상대방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며,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를 불완전한 존재로 본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성적 투사적 동일시는 나도 모르게 표현하는 유혹적인 몸짓과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을 완벽하게 성적으로 각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적 투사적 동일시를 당한 상대방은 스스로의 자발적 선택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 아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투사적 동일시를 행한 사람을 유혹했다는 인정하기 힘든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의 헌신과 공로를 상대방이 인지하게 한다. 상대가 자기에게 빚진 마음으로 늘 미안해하게 만드는데, 많은 자기희생적 행동을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행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다른 종류의 투사적 동일시는 이해가 가는데, 힘이 있는데 그냥 힘을 사용하면 되지 왜 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할까?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의 개념을 막 이해한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 중의 하나는 다른 투사적 동일시는 이해가 되는데, 힘 투사적 동일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힘이 있는데 그냥 힘을 사용하면 되지 힘 투사적 동일시를 왜 쓰게 되느냐는 것이다.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 재력, 위력 등 힘을 사용해 일을 처리하는 것을 스스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우 자신 스스로가 힘을 사용한다는 이미지를 가지지 않으면서 힘을 사용하게 되는 힘 투사적 동일시를 쓰는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에서 장승조는 송혜교에게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면 네가 힘들어질 거라고 말하는데,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흘리면서 한다. 분명하고 명확하게 힘을 과시하지는 않으면서도 자신이 힘이 있다는 것을 힘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송혜교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그런데 장승조가 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한다는 것을 바로 인지하지 못한 시청자들도 많을 것인데, 그 이유는 장승조의 어머니이자 송혜교의 엑스 시어머니로 나오는 차화연이 무척 강력한 힘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더 강력하고 명확한 힘의 사용으로 인해, 장승조의 힘 투사적 동일시가 크게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에서 차화연은 자신이 교양 있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더 강조하고 싶었으면 힘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본격적이고 직접적으로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송혜교가 이제는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지 않는 박보검! 온달 콤플렉스도 없다
 
흥미로운 점은 박보검(김진혁 역)은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이와 사회적 지위로 볼 때 <남자친구>의 박보검은 송혜교에게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와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할 가능성도 많고 성적 투사적 동일시도 가능할 것이라 예상되지만,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않고 직면해 직진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박보검이 온달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또한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온달 콤플렉스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비교되는 개념으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여자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남자의 심적 의존 상태를 뜻한다.
 
박보검이 맡은 김진혁은 온달 콤플렉스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캐릭터인데, 온달 콤플렉스 없이 당당하게 캐릭터를 구축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미묘한 설정과 표현의 차이로 인해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전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주요뉴스

RPM9 RANKING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