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프로 드라이버의 꿈이 익는 곳 ‘도쿄 하버 서킷’

발행일자 | 2019.01.17 00:45
[체험기] 프로 드라이버의 꿈이 익는 곳 ‘도쿄 하버 서킷’

운전을 즐기는 장소는 일반 도로와 서킷,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 도로는 가장 자주 만나는 상황이지만 마음껏 달릴 수가 없기 때문에 서킷을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서킷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찾기 힘들다는 게 단점이다.

이런 이들을 위한 장소가 바로 도쿄 인근 지바시의 하버 서킷이다. 지난 주 찾은 이곳은 당초 다른 용도로 쓰던 건물을 리모델링 해 실내 서킷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입장하면 먼저 서류를 작성하고 사용료를 지불한다. 첫 사용료는 회원 카드 제작에 500엔, 서킷 이용료 2000엔을 더해 2500엔을 내게 된다.


[체험기] 프로 드라이버의 꿈이 익는 곳 ‘도쿄 하버 서킷’

이어서 모든 참가자는 비디오로 안전교육을 받는다. 일본어로만 나오는데, 일본어를 못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부담스럽지 않다.

우리 일행은 4명씩 두 개조로 나눠서 서킷을 돌았다. 처음에 부여된 번호대로 카트에 앉은 후, 녹색 출발신호에 따라 서킷에 진입하면 기록 체크가 시작된다.

4명 중 가장 뒤에서 출발한 나는, 바로 앞 참가자가 너무 느리게 가는 바람에 치고 나갈 수가 없었다. 대체로 남성 참가자의 기록은 평균 25~26초대인데, 첫 랩에서 내 기록은 31초에 불과했다. 서킷 폭이 좁아 추월은 쉽지 않았지만, 이대로 계속 달릴 수는 없었다.

[체험기] 프로 드라이버의 꿈이 익는 곳 ‘도쿄 하버 서킷’

결국 두 번째 랩에서 추월을 시도했고, 이후 맹렬하게 바로 앞 참가자를 추격했다. 앞 참가자는 잡힐 듯하면서도 꿋꿋하게 순위를 지켰다. 추월이 쉽지 않은 코스 탓에 숨막히는 추격전이 이어졌다.

이후 돌발 상황이 생겼다. 전광판을 보지 않고 달렸던 나는 출발선으로 참가자들이 들어온 줄 알고 코스 인을 했는데, 다음 참가자들을 잘못 보고 착각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13~14바퀴 정도를 돈 다른 참가자보다 적은 아홉 바퀴만 돌고 경기를 마쳤다.

경기 참가 후에는 같이 뛴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기록이 적힌 기록지를 받게 된다. 여기에는 당일 최고 기록과 함께, 월간 베스트, 역대 베스트 기록이 빠짐없이 적혀 있다.

[체험기] 프로 드라이버의 꿈이 익는 곳 ‘도쿄 하버 서킷’

내 베스트 랩은 25초568. 이 서킷의 최고 기록은 무려 22초093이었다. 어떤 이가 이런 기록을 세웠을까. 같이 경기에 참가한 황욱익 칼럼니스트는 “이곳에 자주 오는 10대 학생들”고 귀띔한다. 일본에서는 서킷 주행이 체험학습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학습의 연장으로 서킷을 자주 찾는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기자들 중에는 카트를 좀 탄다고 자부해왔는데, 조 최하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한 차례 경기 후 서킷을 더 탈 사람을 파악해보니 우리 조만 손을 모두 들었다. 다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내가 2번 주자로 나섰다. 가장 먼저 출발한 황욱익 칼럼니스트는 수년간 카트에서 쌓은 내공을 발휘하며 저만치 앞서 나갔고, 나는 급한 마음에 휘청거리다가 4~5랩쯤 3번 주자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이후 4번 주자에게조차 추월을 허용했지만 다시 추월해 원래 자리를 찾았다. 경기는 엄청난 상금이 걸린 것처럼 치열했고, 갈수록 랩타임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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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는 차체가 전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코너에서 욕심을 부리면 차체가 스핀한다. 그래서 실제 경주차를 몰듯이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적절히 조작해야 좋은 기록을 얻을 수 있다. 테크닉을 잘 쌓으면 실제 경주차를 몰 때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이름 있는 F1 레이싱 드라이버들이 카트로 모터스포츠에 입문하는 이유다.

14바퀴를 돈 우리 조의 선두 기록은 황욱익 칼럼니스트가 23초855, 나머지 참가자들은 모두 24초대를 기록했다. 황 칼럼니스트만 24초대에 들어오고 나머지는 25초대를 기록했던 첫 번째 경기보다 평균 1초 이상 빠른 랩타임을 찍었다. 당일 기록순위도 덩달아 올랐는데, 나는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킷에 적힌 안내문에 따르면, 23초대까지는 세미프로 수준이고, 24초에서 25초대는 아마추어급이다. 26초가 넘어가면 초보 수준이라는 얘기다.

하버 서킷은 실내에 마련되어 있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코스는 업, 다운이 적절히 섞여 지루하지 않지만, 경기를 두 번 연속하면 지칠 수 있다. 때문에 경기를 한 번 하고 나면 코스 바깥에 마련된 의자에서 다른 사람들의 주행을 지켜보며 쉬다가 다시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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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 서킷은 지바시 추오구 지바 스포츠 플라자 2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한 번 경기하는 데 2000엔이 든다. 3 게임을 한 번에 구입하면 5200엔으로 800엔이 절약된다.

베스트랩 24초493을 찍은 나는 머지않은 시기에 다시 이곳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언젠가 22초대를 찍을 날을 기대하면서.
도쿄=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사진=황욱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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