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택의 車車車] 재규어 전기차,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발행일자 | 2019.02.03 09:16
[임의택의 車車車] 재규어 전기차,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교육, 명예, 부…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 주남대 정교수 가족들만 살 수 있는 스카이(SKY)캐슬. 이들이 애정하는 차는 재규어 또는 랜드로버다. 서울 대치동 학원 셔틀을 다니는 예서 엄마(염정아)의 차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이고, 그의 남편(정준호) 차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다. 그런가 하면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선생은 재규어 XF를, 진진희(오나라)는 재규어 E-페이스를 탄다.

상류층 사람들의 워너비 리스트를 독차지한 재규어, 랜드로버. 이 화려한 라인업에 재규어 최초의 전기차인 I-페이스가 가세했다.


명문가답게 첫 작품치고 스펙이 화려하다. 90㎾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단 이 차는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0㎏·m, 1회 충전주행거리 333㎞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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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만 보면 전기차임을 직감하긴 어렵다. 재규어 디자인 총 책임자 이안 칼럼은 한국에서 이뤄진 강연에서 “창조를 위해서는 혼돈이 필요한데, 디자인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든다”라면서 “전기차이지만 재규어의 아이덴티티를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전기차치고는 큰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대놓고 재규어라고 말하는 건 앞모습뿐이다. 옆모습이나 뒷모습, 실내는 기존 재규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SUV라고 하기엔 낮은 크로스오버 타입 차체 스타일과 작은 글라스 면적에서 미래의 재규어 아이덴티티를 떠올린다. 뒷모습은 E-페이스와 유사하면서도 어딘가 새롭다.

앞뒤 바퀴를 최대한 차체 바깥으로 밀어 넣을 수 있었던 건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없는 이 차의 특성을 살린 것이다. 알루미늄 플랫폼 안에 36개의 리튬 이온 파우치 셀을 빼곡히 채워 넣고, 전기모터를 앞뒤 액슬에 배치한 덕에 설계의 자유도는 훨씬 커졌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 앞뒤 액슬에 모터를 장착하는 방식은 테슬라에서 봤던 타입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강점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다.

[임의택의 車車車] 재규어 전기차,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세라믹으로 만든 파노라믹 글라스는 고정식이다. 그래서 시야는 탁 트이는데 열 수 없어서 답답함을 줄 수 있다. 자외선 차단효과는 괜찮지만 전체를 덮을 수 있는 블라인드를 추가하는 것도 괜찮겠다.

실내로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새로운 기능들이 많고,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이 가능한 메뉴들이 많아서 곧바로 적응되진 않는다. 이런 기능들을 짧은 시승회에서 전부 다 알아내긴 힘들다.

센터페시아에는 10인치와 5인치 두 개의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위에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고 아래에서는 멀티미디어를 조작하는 식으로 상호 작용이 가능한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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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을 많이 늘렸지만 다이얼식 조작기능도 남겨뒀다. “전기차 시대라고 해서 모든 게 터치스크린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던 이안 칼럼 디자이너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전체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트렌드와 아날로그 감성을 적절히 버무린 느낌이다.

충전은 100㎾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40분 만에 80%를 채울 수 있다. 50㎾ 급속충전기로는 1시간30분이 걸린다.

가속은 매끄럽고 우아하다. 포뮬러 E를 통해 쌓은 전기차의 내공은 I-페이스에서 잭팟을 터뜨린 느낌. 배터리를 바닥에 깐 덕에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중심도 든든하다. 앞뒤 무게배분은 50:50이고, 무게 중심은 F-페이스보다 130㎜ 낮다. 공차중량은 2285㎏으로 가벼운 편은 아니다.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4.8초가 걸린다는데, 운전할 때는 그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최고시속은 200㎞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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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500회 모니터링 하는 연속 가변형 댐핑 시스템은 차체 움직임을 정교히 컨트롤 하고, 에어 서스펜션은 시속 105㎞가 넘어가면 차고를 자동으로 10㎜ 낮춘다.

4륜 구동의 명가 ‘랜드로버’를 거느린 기업답게, 전기차임에도 500㎜의 도강능력을 자랑한다. 전기차에서 도강능력을 강조하는 브랜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짧은 시승회에서는 이 기능을 테스트해볼 수는 없었지만 시도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적재용량은 차체 크기에 비해 꽤 크다. 기본적으로 656ℓ이고, 2열 좌석을 접으면 1453ℓ로 늘어난다. 여기에다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 27ℓ의 추가 적재공간도 마련된다. 이 정도면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도 충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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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페이스는 세 가지 트림으로 나온다. 기본형인 EV400 SE는 1억1040만원이고, HSE는 1억2470만원, 퍼스트 에디션은 1억2800만원이다. 여기에는 8년 또는 16만㎞ 배터리 성능 보증 및 5년 서비스 플랜 패키지가 포함된다. 타이어는 세 트림 모두 245/50R20 사이즈로 똑같고, HSE와 퍼스트 에디션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다.

I-페이스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다. 한 세대가 가고 새로운 세대가 다가오는 역사적 의미가 함축돼 있다. 당연히 이전 세대의 재규어를 대하는 태도와 다른 접근과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이안 칼럼은 “클래식은 ‘시대를 뛰어넘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50년 뒤에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인정받아야 진정한 클래식”이라고 했다. I-페이스는 50년 뒤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스포츠카와 SUV를 합친 느낌. 첫 전기차지만 완성도가 뛰어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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