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도 패션에 열정을 쏟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때는 나도 멋졌었는데 하고 생각하죠.”
“내 옷을 사야하는데, 아이들 옷을 먼저 사요”
“가끔은 나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지 않나 할 때도 있어요.”
배우 정우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40대 가장들의 고백이 이어지는 광고의 한 장면. 가족들 모르게 패션쇼를 준비한 가장들은 무대에 오르고, 패션모델 못지않은 워킹을 선보인다. 몰라보게 달라진 남편을 본 부인은 “가정에만 얽매이지 말고 자기 자신도 꾸몄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들은 최근 소비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이른바 ‘영 포티(young forty)’들이다. 1980년대 후반 해외여행 자유화의 첫 수혜자였던 이들은 경제력이 증가하면서 자기 자신을 꾸미는 데 돈과 시간을 들인다. 아버지 세대에는 ‘아저씨’로 통했던 40대가 이제는 ‘젊은 오빠’로 불릴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 말 데뷔한 폭스바겐 아테온을 봤을 때 바로 떠오른 단어도 바로 ‘영 포티’였다. 아테온은 ‘아트(Art)’와 영겁의 시간을 뜻하는 ‘이온(eon)’을 합성해 만든 단어.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스타일에 남다른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아테온의 차체 길이는 4860㎜, 너비는 1870㎜, 높이는 1450㎜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들여오는 세 종류의 세단 중 차체가 가장 넓고 낮다. 사이드 뷰는 글라스 면적과 트렁크 리드를 줄인 대신 C필러를 눕히면서 스포츠 쿠페 같은 느낌을 준다. 파사트 GT나 파사트 TSI가 ‘레귤러 핏’이라면, 아테온은 ‘슬림 핏’이다.
나파 가죽으로 다듬은 실내는 지금까지의 폭스바겐 중형세단 중 가장 고급스럽다. 차체 뒤쪽의 루프를 낮췄음에도 뒷좌석 헤드룸은 키 177㎝인 기자가 타기에 비좁지 않다. 2840㎜에 이르는 휠베이스 덕에 레그룸은 상당히 넓다. 다만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 달린 컵홀더는 아쉽다. 팔이 위치할 자리에 컵홀더가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음료수를 담기 힘들다.
트렁크 용량은 무려 563ℓ. SUV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넓은 용량이다. 게다가 트렁크 도어가 개방되는 면적이 넓어 활용도도 좋다.
엔진은 2.0 TDI 한 가지만 얹힌다. 최고출력 190마력의 이 엔진은 파사트 GT에 얹은 것과 같지만, 파사트 GT에 장착한 6단 DSG 대신 7단 DSG를 결합했다.
변속기의 차이는 곧 성능차이로 연결된다. 아테온의 공차중량은 1684㎏으로 1566㎏인 파사트 GT보다 무거운데, 정지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아테온이 7.7초, 파사트 GT가 7.9초다. 최고시속도 파사트 GT는 233㎞인데, 아테온은 239㎞까지 나온다.
실제 주행에서는 이 미세한 수치 차이보다는 낮은 무게중심과 탄탄한 서스펜션에서 오는 핸들링이 더 인상적이다. 여기에 컴포트, 에코, 스포츠 모드, 인디비주얼 모드 등 운전자가 선호하는 설정도 가능하다.
245/45R18 사이즈의 타이어와의 궁합도 좋다. 프레스티지 등급은 18인치 알메러 블랙 휠을 달아 스타일이 더욱 돋보인다.
아테온의 인증연비는 도심 13.6㎞/ℓ, 고속도로 17.2㎞/ℓ, 복합 15.0㎞/ℓ다. 가솔린 모델로는 구현하기 힘든 뛰어난 연비다. 도심 위주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13.0㎞/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정속주행이 많이 이뤄지는 장거리 주행에서는 인증수치 이상의 좋은 연비가 기대된다.
가격은 프리미엄이 5225만4000원, 프레스티지가 5718만8000원이다. 차간거리를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을 방지하는 레인 어시스트, 측면에서 다가오는 차를 알려주는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 트렁크 이지 오픈 등의 장비는 기본이고, 여기에 프레스티지 트림은 16채널의 다인오디오, 3존 온도조절장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의 장비가 추가된다.
아테온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지만, 앞으로 시판이 예정돼 있다. 시판에 들어갈 미국형 아테온은 2.0 TSI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변속기를 조합해 268마력(미국 기준)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시판된다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모델도 우리나라에 수입되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게 된다.
아테온은 평범한 모범생 같았던 과거 폭스바겐 이미지를 싹 걷어내고 패셔니스타로 거듭난 차다. 능력 있는 30대뿐 아니라, 40~50대 대기업 임원이나 전문직이 타도 잘 어울릴 중형 세단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가족을 위해 고생한 당신, 이제 자기 자신을 꾸밀 때가 됐다. 아테온처럼 말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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