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X50은 최근 전 세계 프리미엄 완성차업체들의 격전지가 된 중형 SUV 시장의 신작이다. 포르쉐 마칸을 비롯해 BMW X3와 X4, 아우디 Q5, 메르세데스-벤츠 GLC, 렉서스 NX, 볼보 XC60 등이 경쟁 모델이다.
QX50은 과거 인피니티 EX로 선보이던 구형을 새로운 네이밍 과정에서 바꾼 이름이다. EX는 V6 3.5ℓ 가솔린 엔진과 V6 3.0ℓ 디젤 두 종류 엔진을 얹다가 나중에는 V6 3.7ℓ 한 가지로 정리됐다. 이번에 들어온 모델은 배기량을 2.0ℓ로 줄이고 가변압축비 기술을 얹은 VC 터보 엔진 한 가지만 선보인다.
외관의 테마는 ‘강렬한 우아함(Powerful Elegance)’다. 앞서 등장한 Q50 세단, Q60 쿠페 등의 앞모습과 유사하면서도, 더블 아치 그릴은 좀 더 높은 곳에 자리했다. 이는 보행자 안전규정을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인테리어는 동급에서 가장 화려하다. 화이트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를 비롯해 울트라 스웨이드로 마감한 도어 패널, 대시보드, 센터 콘솔 등이 눈과 손을 호강시킨다. 가죽시트는 세 가지 컬러(화이트, 위트, 그라파이트) 중에 고를 수 있다. 여기에 천연나무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오픈-포어 공법의 단풍나무 소재도 만족스럽다.
2열 시트는 앞뒤로 155㎜가 슬라이딩 되고,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리클라이닝 기능도 갖추고 있다. 880ℓ의 트렁크 용량은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772ℓ까지 늘어나고, 트렁크 하부에 마련된 적재공간을 활용하면 젖은 옷 같은 것을 보관하기에 편리하다.
엔진 배기량은 1970㏄에서 1997㏄를 오간다. 압축비를 가변(8:1~14:1)시키기 위해 배기량이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이다. 인피니티는 1996년부터 20여 년 동안 100개 이상의 엔진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가변압축비의 핵심인 멀티링크 메커니즘은 1998년에 완성됐다.
최고출력은 5600rpm에서 272마력을 찍고, 최대토크는 38.7㎏·m를 낸다. 그런데 이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미스터리다. 인피니티 코리아에서 밝힌 데이터에 따르면, 4400~480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하는데, 인피니티 미국 사이트에는 1600~4800rpm이라고 나와 있다. 둘 중에 어떤 데이터가 맞는 것일까?
인피니티 코리아에 질의한 결과, 두 데이터가 다 맞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엔진만 보면 1600~4800rpm에서 나오는데, CVT를 체결하면 4400~4800rpm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 말이 맞는다면, 결국 엔진에서 나오는 토크가 무단변속기를 거치며 상당 부분 감소한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엔진은 변속기를 거치며 이 수치가 감소하지만, QX50의 경우는 차이가 큰 편이다.
실제 주행을 해보면, 풀 가속 때 변속이 5000rpm 언저리에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저회전 때의 가속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터보차저를 얹었지만 가속은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양상. 출력과 연비를 동시에 잡기 위해 VC 터보와 무단변속기를 조합했는데, 이 둘의 양립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QX50을 평가하면서 “엔진의 능력은 무궁무진하지만, 그에 어울리지 않는 CVT가 짝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대신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응답성이 괜찮다. 팍팍 튀어나가는 느낌보다는 무단변속기 특유의 매끄러운 가속을 보이기 때문에, 달리기 성능을 중시하는 이라면 수동 모드를 적극 활용하는 게 낫다.
시승회에 마련된 차는 세 가지 트림 중 최고급형인 오토그래프 AWD인데, 전륜구동을 채택한 에션셜 트림은 가속성능이 조금 나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확인해볼 예정이다.
주행모드는 스탠더드, 에코, 스포츠, 퍼스널 등 네 가지가 마련된다. 이번 시승회에서는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네 가지 모드를 골고루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 역시 추후 시승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체크해볼 생각이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이다. 운전석에서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괜찮은 수준. 그러나 과속방지턱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넘어가면 차체 뒤쪽이 심하게 흔들린다. 리어 서스펜션이 멀티링크 타입임을 감안하면 좀 아쉽다. 센서리와 오토그래프에 장착된 255/45R20 사이즈 타이어보다 에션셜에 장착된 235/55R19 타이어라면 승차감이 좀 더 부드러울 수 있다.
안전장비로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BSW),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 후측방 충돌 방지 시스템(BCI), 전방 비상 브레이크(PFEB)가 마련된다.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CC)은 최고시속 145㎞까지 작동하고, 완전 정차 기능도 지원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에 장착된 ‘프로파일럿’은 빠졌다. 이 장비는 차선을 유지해주는 ‘스티어링 어시스트’를 지원해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인피니티 코리아 관계자는 “가격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일단 뺐다”고 한다. 미국 시판형은 프로파일럿 기능이 ‘프로액티브’ 패키지로 묶여 있어 따로 뺄 수 없다. 경쟁차들도 많이 장착하는 이 기능을 굳이 왜 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오디오는 에션셜이 6개 스피커의 일반 시스템이고, 센서리와 오토그래프는 16개 스피커의 보스 퍼포먼스 시리즈가 탑재된다. 앰프와 사운드 프로세서, 트위터, 서브 우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음역대가 풍부해 귀를 즐겁게 한다. 차에서 음악을 많이 듣는 이라면 이 옵션이 탑재된 모델을 고르길 권한다.
인증 연비는 전륜구동이 도심 9.4㎞/ℓ, 고속도로 11.6㎞/ℓ, 복합 10.3㎞/ℓ이고, AWD는 각각 8.9㎞/ℓ, 11.1㎞/ℓ, 9.8㎞/ℓ를 기록한다. 이번 시승회에서는 주행시간이 짧아 체크하는 데 의미가 없었다.
QX50의 가격은 에션셜 5190만원, 센서리 5830만원, 오토그래프 6330만원이다. 전반적인 느낌은 아주 고급스럽고 마감도 우수하며, 혁신적인 기술을 담은 차로 정리된다. 다만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은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Q60에 들어간 V6 트윈 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면 연비보다 성능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더 어필하지 않을까. 지금의 조합을 고수한다면 기어비를 조정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QX50의 건투를 빈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혁신적인 엔진에 비해 변속기가 아쉽다. 다른 변속기 조합도 마련되면 좋을 듯.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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