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숙성이 필요한 혁신, 인피니티 QX50

발행일자 | 2019.03.27 13:10
[시승기] 숙성이 필요한 혁신, 인피니티 QX50

인피니티 QX50은 최근 전 세계 프리미엄 완성차업체들의 격전지가 된 중형 SUV 시장의 신작이다. 포르쉐 마칸을 비롯해 BMW X3와 X4, 아우디 Q5, 메르세데스-벤츠 GLC, 렉서스 NX, 볼보 XC60 등이 경쟁 모델이다.

QX50은 과거 인피니티 EX로 선보이던 구형을 새로운 네이밍 과정에서 바꾼 이름이다. EX는 V6 3.5ℓ 가솔린 엔진과 V6 3.0ℓ 디젤 두 종류 엔진을 얹다가 나중에는 V6 3.7ℓ 한 가지로 정리됐다. 이번에 들어온 모델은 배기량을 2.0ℓ로 줄이고 가변압축비 기술을 얹은 VC 터보 엔진 한 가지만 선보인다.


외관의 테마는 ‘강렬한 우아함(Powerful Elegance)’다. 앞서 등장한 Q50 세단, Q60 쿠페 등의 앞모습과 유사하면서도, 더블 아치 그릴은 좀 더 높은 곳에 자리했다. 이는 보행자 안전규정을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시승기] 숙성이 필요한 혁신, 인피니티 QX50

인테리어는 동급에서 가장 화려하다. 화이트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를 비롯해 울트라 스웨이드로 마감한 도어 패널, 대시보드, 센터 콘솔 등이 눈과 손을 호강시킨다. 가죽시트는 세 가지 컬러(화이트, 위트, 그라파이트) 중에 고를 수 있다. 여기에 천연나무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오픈-포어 공법의 단풍나무 소재도 만족스럽다.

2열 시트는 앞뒤로 155㎜가 슬라이딩 되고,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리클라이닝 기능도 갖추고 있다. 880ℓ의 트렁크 용량은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772ℓ까지 늘어나고, 트렁크 하부에 마련된 적재공간을 활용하면 젖은 옷 같은 것을 보관하기에 편리하다.

엔진 배기량은 1970㏄에서 1997㏄를 오간다. 압축비를 가변(8:1~14:1)시키기 위해 배기량이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이다. 인피니티는 1996년부터 20여 년 동안 100개 이상의 엔진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가변압축비의 핵심인 멀티링크 메커니즘은 1998년에 완성됐다.

[시승기] 숙성이 필요한 혁신, 인피니티 QX50

최고출력은 5600rpm에서 272마력을 찍고, 최대토크는 38.7㎏·m를 낸다. 그런데 이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미스터리다. 인피니티 코리아에서 밝힌 데이터에 따르면, 4400~480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하는데, 인피니티 미국 사이트에는 1600~4800rpm이라고 나와 있다. 둘 중에 어떤 데이터가 맞는 것일까?

인피니티 코리아에 질의한 결과, 두 데이터가 다 맞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엔진만 보면 1600~4800rpm에서 나오는데, CVT를 체결하면 4400~4800rpm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 말이 맞는다면, 결국 엔진에서 나오는 토크가 무단변속기를 거치며 상당 부분 감소한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엔진은 변속기를 거치며 이 수치가 감소하지만, QX50의 경우는 차이가 큰 편이다.

실제 주행을 해보면, 풀 가속 때 변속이 5000rpm 언저리에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저회전 때의 가속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터보차저를 얹었지만 가속은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양상. 출력과 연비를 동시에 잡기 위해 VC 터보와 무단변속기를 조합했는데, 이 둘의 양립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QX50을 평가하면서 “엔진의 능력은 무궁무진하지만, 그에 어울리지 않는 CVT가 짝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시승기] 숙성이 필요한 혁신, 인피니티 QX50

대신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응답성이 괜찮다. 팍팍 튀어나가는 느낌보다는 무단변속기 특유의 매끄러운 가속을 보이기 때문에, 달리기 성능을 중시하는 이라면 수동 모드를 적극 활용하는 게 낫다.

시승회에 마련된 차는 세 가지 트림 중 최고급형인 오토그래프 AWD인데, 전륜구동을 채택한 에션셜 트림은 가속성능이 조금 나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확인해볼 예정이다.

주행모드는 스탠더드, 에코, 스포츠, 퍼스널 등 네 가지가 마련된다. 이번 시승회에서는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네 가지 모드를 골고루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 역시 추후 시승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체크해볼 생각이다.

[시승기] 숙성이 필요한 혁신, 인피니티 QX50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이다. 운전석에서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괜찮은 수준. 그러나 과속방지턱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넘어가면 차체 뒤쪽이 심하게 흔들린다. 리어 서스펜션이 멀티링크 타입임을 감안하면 좀 아쉽다. 센서리와 오토그래프에 장착된 255/45R20 사이즈 타이어보다 에션셜에 장착된 235/55R19 타이어라면 승차감이 좀 더 부드러울 수 있다.

안전장비로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BSW),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 후측방 충돌 방지 시스템(BCI), 전방 비상 브레이크(PFEB)가 마련된다.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CC)은 최고시속 145㎞까지 작동하고, 완전 정차 기능도 지원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에 장착된 ‘프로파일럿’은 빠졌다. 이 장비는 차선을 유지해주는 ‘스티어링 어시스트’를 지원해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인피니티 코리아 관계자는 “가격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일단 뺐다”고 한다. 미국 시판형은 프로파일럿 기능이 ‘프로액티브’ 패키지로 묶여 있어 따로 뺄 수 없다. 경쟁차들도 많이 장착하는 이 기능을 굳이 왜 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시승기] 숙성이 필요한 혁신, 인피니티 QX50

오디오는 에션셜이 6개 스피커의 일반 시스템이고, 센서리와 오토그래프는 16개 스피커의 보스 퍼포먼스 시리즈가 탑재된다. 앰프와 사운드 프로세서, 트위터, 서브 우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음역대가 풍부해 귀를 즐겁게 한다. 차에서 음악을 많이 듣는 이라면 이 옵션이 탑재된 모델을 고르길 권한다.

인증 연비는 전륜구동이 도심 9.4㎞/ℓ, 고속도로 11.6㎞/ℓ, 복합 10.3㎞/ℓ이고, AWD는 각각 8.9㎞/ℓ, 11.1㎞/ℓ, 9.8㎞/ℓ를 기록한다. 이번 시승회에서는 주행시간이 짧아 체크하는 데 의미가 없었다.

QX50의 가격은 에션셜 5190만원, 센서리 5830만원, 오토그래프 6330만원이다. 전반적인 느낌은 아주 고급스럽고 마감도 우수하며, 혁신적인 기술을 담은 차로 정리된다. 다만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은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Q60에 들어간 V6 트윈 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면 연비보다 성능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더 어필하지 않을까. 지금의 조합을 고수한다면 기어비를 조정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QX50의 건투를 빈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혁신적인 엔진에 비해 변속기가 아쉽다. 다른 변속기 조합도 마련되면 좋을 듯.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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