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이었다. 람보르기니가 인제스피디움 시승행사에 초대한다는 메일이 날아왔다.
제목만 읽고 잠시 후 내용을 읽어 보니, 선착순 마감이란다. 그것도 단 여섯 명. 서둘러 신청하려고 하니 이미 마감. 갑자기 힘이 풀렸다. 그리고 드는 생각. 세계 최고의 슈퍼카라는 람보르기니를 타는 권한을 선착순으로 준다고? 그럼 하루 전에 운전면허 딴 생 초짜도 람보르기니를 몰 수 있다는 얘기인데?
다시 1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대행사는 바뀌었다. 이번엔 선착순이 아니었다. 장소도 바뀌었다. 가장 최근에 개장한 포천 레이스웨이. 한 번도 가보지 않아 정말 궁금했던 서킷이었고, 람보르기니가 만든 첫 SUV인 우루스도 정말 궁금했던 차였다.
현장에 모인 기자들을 보니, 자동차 언론계의 ‘어벤저스’라 할만 했다. 거의 모두 자동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었고, 이제 막 운전면허를 딴 기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루스의 차체 길이는 5112㎜, 너비는 2016㎜, 높이는 1683㎜다. SUV 카테고리에 속하는 차지만, 기존의 차들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차체는 훨씬 낮고, 아주 단단한 느낌을 준다. 경쟁차인 포르쉐 카이엔과 비교하면 우루스의 차체 길이와 너비가 더 크지만 높이는 카이엔(1700㎜)이 더 높다.
기본 휠·타이어는 앞 285/45ZR21, 뒤 315/40ZR21인데, 시승차에 장착된 건 앞 285/35ZR23, 뒤 325/30ZR23 사이즈에 피렐리 P-제로 제품이다. 어마어마한 사이즈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타이어를 교환할 때는 뒷골이 살짝 당길 듯하다.
인테리어는 금방이라도 전투기로 변신할 듯한 분위기다. 센터페시아 아래쪽 붉은색 레버를 젖히고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데, 마치 미사일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V8 4.0ℓ 트윈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얹은 우루스는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6.7㎏·m의 성능을 낸다. 람보르기니 라인업에서 트윈 터보 엔진을 얹은 건 우루스가 최초다. 마세라티에서 가장 강력한 SUV인 르반떼 트로페오의 590마력, 74.9㎏·m를 뛰어넘고, 포르쉐 카이엔 터보(550마력, 78.6㎏·m)도 능가한다.
주행모드는 아니마(ANIMA, Adaptive Network Intelligent Management) 셀렉터를 통해 선택하는데, 모두 일곱 가지가 마련된다. 서킷 주행에서 나서서 처음 경험한 건 스트라다(STRADA) 모드. 주행의 용이성과 편안함을 두루 고려해 일반 주행에 가장 적합한 모드라는 게 람보르기니 측의 설명인데, 다른 SUV들에 비하면 기본 설정 자체가 매우 탄탄한 편이다. 앞서 달리는 선도차 ‘우라칸’을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는 게 놀랍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서스펜션이 좀 더 탄탄해지고 엔진 사운드도 커진다. 코르사 모드는 가속 페달에 대한 반응이 한층 빨라지면서 슈퍼카처럼 변신한다. 에고 모드에서는 트랙션과 스티어링, 서스펜션을 각각 스무스, 미디엄, 스포티브 등 세 가지로 조절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카본 세라믹 재질이고, 앞은 알루미늄 10 피스톤, 뒤는 플로팅 피스톤 타입이다. 강력한 엔진 성능만큼이나 브레이크 성능도 믿음직하다. 폭이 좁고 코너가 가파른 포천 레이스웨이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SUV는 아마도 우루스가 유일해 보인다.
그냥 빠르게 달리는 게 장기라면 슈퍼 SUV라는 수식어가 붙지는 않았을 터. 람보르기니는 구조물을 설치하고 우루스의 등판능력을 체험하게 했다. 가파른 철제 구조물을 오를 때는 앞뒤, 좌우가 안 보이게 마련인데, 우루스는 친절하게도 사방에 달린 카메라가 사각지대를 남김없이 보여준다.
오르막에서 정지한 후 가속 페달을 떼더라도 3초 정도는 그 자리에서 버틴다. 반대로 내리막에서는 속도제한장치가 작동해 저속으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돕는다.
오프로드 주행모드는 모두 세 가지. 미끄러운 표면에서도 안전함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네브(NEVE) 모드, 오프로드에서의 안락함과 편의성을 보장하는 테라(TERRA) 모드, 모래 위를 달릴 때 선택하는 사비아(SABBIA) 모드가 그것인데, 이번 시승회에서는 체험할 기회가 없었다.
우루스의 가격은 2억5000만원부터 시작해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성능에 비해 기본 가격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책정된 것에서 한국 시장 공략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구체적인 옵션 가격은 모르겠지만, 기본 가격이 이 정도라면 기존 슈퍼카 고객들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U-20 월드컵만큼이나 짜릿하다. 1초도 방심할 수 없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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