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전의 벤츠’, 신기술로 또 한 번 앞서가다

발행일자 | 2020.02.06 01:55
[르포] ‘안전의 벤츠’, 신기술로 또 한 번 앞서가다

스마트폰을 보던 사람이 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차가 달려온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메르세데스-벤츠 안전차량 ‘ESF 2019’에서 음성이 들려온다. “Watch Out!(조심해).” 차는 곧이어 보행자를 향해 라이트를 비춘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4일 기자들에게 선보인 ESF 2019는 벤츠의 안전 신기술을 집약시킨 차다. 중형 SUV GLE를 바탕으로 첨단 장비가 장착됐으며, 탑승객뿐 아니라 주변을 다니는 다른 차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신경 쓴 것이 특징이다.

GLE를 베이스로 했지만, ESF는 스티어링 휠부터 색다르다. 자율주행 상황에서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최대한 안쪽으로 이동해 운전자와의 충돌 가능성을 낮춘다. 작은 스티어링 휠 안에 에어백이 안 들어갈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에어백은 대시보드 상단에서 펼쳐져 승객 앞까지 전개되도록 했다.


[르포] ‘안전의 벤츠’, 신기술로 또 한 번 앞서가다

운전석과 조수석 등받이 양쪽에는 내장형 사이드 에어백이 장착된다. 40ℓ 용량의 이 에어백은 탑승객의 어깨와 팔, 머리 부분을 감싸며, 시트 등받이에 내장되어 좌석 위치에 관계없이 보호효과를 낸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후방 에어백도 갖췄다. 이 에어백은 앞좌석 등받이에 내장되며, 정육면체 모양으로 펴진다. 벤츠 관계자는 “세게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뒷좌석용 에어백은 현대자동차가 1996년 출시한 다이너스티 리무진에 이미 장착된 바 있다. 현대차의 뒷좌석용 에어백은 앞좌석 에어백처럼 동그랗게 펼쳐져 탑승객을 보호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제품은 크기가 충분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앞좌석 시트의 각도에 따라 뒷좌석 승객을 향해 펼쳐지는 에어백이 오히려 상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서 다이너스티 리무진 이후로는 모습을 감췄다. 벤츠 제품은 정육면체 모양의 에어백 테두리를 튜브 형태로 만들고 이 튜브에만 공기를 채운다. 나머지 부분은 외부 공기를 끌어들이는 방식이어서 팽창력이 과도하지 않도록 해 승객 보호 효과를 더 높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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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세이프 기능을 갖춘 네크워트식 어린이 시트도 돋보인다. 브라이텍스와 공동 개발한 이 시트는 충돌을 감지하면 충돌 직전에 좌석 벨트가 팽팽하게 당겨지고, 측면에 장착된 장비가 튀어나와 시트로 전해지는 충격을 감소시킨다. “브라이텍스 시트와 결합되어야만 이 장비가 작동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벤츠가 관계자는 “브라이텍스와 시범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양산차에 적용할 때는 다른 브랜드 제품에도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이 고장이나 사고로 갑자기 정차하는 상황에서도 ESF의 위력이 돋보인다. 뒷범퍼에 내장된 로봇청소기 모양의 로봇이 튀어나와 차에서 일정 거리까지 이동한 뒤 삼각대를 자동으로 펼쳐주기 때문. 이 로봇이 작동하면 차 지붕에 붙어 있던 삼각대가 펼쳐져 위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린다. 이 장비는 실내에서 수동으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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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예방 안전도 ESF의 특징이다. 교차로에서 90도 각도로 달려오는 타 차량과 충돌이 예상되면, 차체 측면의 조명이 켜져 상대방에게 위험을 알린다. 또한 뒤에서 달려오는 차와 충돌이 예상될 경우 ESF는 주행방향으로 가속해 충돌 가능성을 최대한 줄인다.

그래픽을 이용해 주변 차량과 소통하는 방식도 획기적이다. 예를 들어 앰뷸런스가 뒤에서 접근할 경우, 뒤 유리창에 그래픽을 띄워 차량을 살짝 옆으로 이동하도록 주변 차량에 알린다. 앞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에 자리한 스크린에는 빠르게 다가오는 차량을 보행자에게 알려주고, 위험도가 사라지면 비켜달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70년대 초부터 안전실험 차량이라도 불리는 ESF(Experimental Safety Vehicle) 차량 개발을 통해 피할 수 없는 사고로 인한 피해 최소화와 수동적 안전 강화, 사고 후 안전장치 도입을 목표로 다양한 장치들을 적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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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용된 ESF 2019는 GLE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에 자율주행 기능을 접목시킨 차량이다. 올레 칼리니우스 다임러 AG 의장은 “미래 모빌리티를 반영한 ESF 2019는 머지 않은 시일 내에 양산화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행사는 실제 도로에서 시연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홍보팀 박진경 상무는 “이 차는 등록되지 않은 차여서 일반도로에서 달릴 수 없지만, 앞으로 일반도로에서 시연할 수 있는 기회를 또 만들겠다”고 밝혔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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