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에 대한 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의 관심과 투자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캐딜락과 메르세데스-벤츠는 잇따라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자사의 기술과 비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캐딜락 코리아는 줌(Zoom) 화상 회의에 국내 기자들을 초대했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한국 본사 회의실에 소수의 기자들을 초청해 본사와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두 브랜드는 향후 전략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보였다. 먼저 발표한 캐딜락은 ICE(Internal Combustion Engine, 내연 엔진) 브랜드에서 전기차(EV) 브랜드로의 전환을 천명한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와 전기차(EV)의 비중을 전체 라인업의 50% 이상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캐딜락 브랜드를 포함해 GM은 이미 전동화 전환에 엄청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메리 바라 GM 회장은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만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하고, 2023년까지 22대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LG화학과 손잡고 만든 모듈러 플랫폼&배터리 시스템 ‘얼티멈’은 1회 충전으로 최대 644㎞를 달릴 수 있고, 다양한 용량의 배터리 탑재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GM과 메르세데스-벤츠의 결정적 차이점 중 하나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전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많은 브랜드들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고 있지만, 캐딜락은 ICE와 EV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스티브 키퍼(Steven Kiefer): GM수석부사장 겸 GM해외사업부문(GMIO)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이전에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캐딜락 CT6 PHEV를 선보인 적이 있다. 그 때 우리는 전기차에 대한 약속을 의미하는 ‘전기적 미래’에 대한 선언을 했다. 내연기관은 결함 가능성과 차량에 과도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유연성도 없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는 달리, 우리는 GM만의 독특한 전기 자동차와 우리의 주요 관심사인 이 독특한 플랫폼에 전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반면에 메르세데스-벤츠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의 공존에 대비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과 전동화 차량은 언제까지 공존이 가능하고, 전동화 차량 보편화가 언제쯤 실현될 것으로 보나?”는 질문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의 토비아스 괴데커 시니어 매니저는 “전기차가 주류가 되는 시기가 10년이 걸릴지, 50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답했다.
한 번에 40㎞ 정도의 이동거리에 충전이 가능하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로도 충분하고, 언제 어디서나 충전이 가능하면 순수 전기차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로서는 충전 인프라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3가지 파워트레인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선보인 더 뉴 E-클래스 역시 이런 전략 하에 나온 모델이다. 토비야스 괴데커 매니저는 “더 뉴 E-클래스 PHEV 모델은 전기 모드와 복합 모드, 부스트 모드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중점을 뒀다”면서 “운전자가 어떤 주행경로를 선택하느냐도 중요한데, 고속도로가 메인이라고 하면 내연기관이 효율적이고, 도심이라면 전기모터가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두 업체의 전략의 차이는, 결국 충전 인프라의 구축 속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완속충전기가 상대적으로 적고,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로 인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충전하기 불편하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토비야스 괴데커 매니저는 “한국뿐 아니라 독일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인프라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나 순수전기차도 모두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여러 나라에서 이런 주거 문화 속에서도 인프라가 들어갈 수 있게끔 지역사회와 왼성차 업체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면서 “아파트 주거 환경 안에서도 AC뿐 아니라 DC 급속 충전 시설설치가 용이해지도록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DC 급속 충전은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해결해야하는 이슈”라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M과 마찬가지로 순수 전기차 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벤츠의 전기차 브랜드인 ‘EQ’의 미래를 보여주는 ‘비전 EQS’ 콘셉트카를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한국에서도 전시를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까지 스마트부터 대형 SUV까지 메르세데스-벤츠 승용 차량 전 라인업에 전기 구동화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향후 몇 년 안에 선보일 새로운 EQ 브랜드 모델에 대해 100억 유로 이상을, 배터리 생산 분야에 1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이와 더불어 신형 S클래스와 E클래스에 전기차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동화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흥망성쇠를 가를 핵심적인 키워드다. GM과 메르세데스-벤츠의 서로 다른 전략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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