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덕체’를 갖춘 꽃미남, 폭스바겐 아테온

발행일자 | 2020.12.29 10:13
[시승기] ‘지덕체’를 갖춘 꽃미남, 폭스바겐 아테온

자동차를 평가한다는 건 어쩌면 굉장히 주관적인 분야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이라도 이 주관적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 역시도 20~30대에는 남의 얘기는 거의 흘려듣는 편이었지만, 40대 중반이후로는 선후배 기자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주관이 강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는 시승기에서 객관성을 최대한 높이는 나만의 노하우다.

그렇게 자동차 전문기자로 살아온 지 어느덧 25년째, 나이는 만 50세를 코앞에 두고 있다.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는 나이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직역하면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말인데, 50세가 되면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인 성인(聖人,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의 경지로 들어섰음을 뜻하는 말이다.

이 의미 있는 시기에 만난 차가 폭스바겐 아테온이다. 최근 선보인 신형 파사트 GT와 함께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이끌어가는 쿠페 스타일 세단이 바로 이 차다. ‘2020 북미 올해의 차 승용 부문 후보’에도 오를 만큼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바 있다.


[시승기] ‘지덕체’를 갖춘 꽃미남, 폭스바겐 아테온

아테온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영 포티(Young Forty)’를 위한 차였다. 즉, 자신을 가꿀 줄 아는 ‘미중년(美中年)’에게 잘 어울리는 차라는 의미다. 내 나이대의 이들을 타깃으로 한 문구여서 특히 더 눈에 들어온다.

아테온은 2018년에 처음 선보였는데, 지금 봐도 스타일이 아주 멋지다. 이대로 한 10년은 생산해도 좋을 만큼 디자인에서 흠 잡을 게 거의 없다. 앞모습은 잘 다듬은 투블럭 헤어스타일 같고, 차 정면의 약간 위쪽에서 바라보면 봉긋하게 다듬은 펜더가 식스팩처럼 매력적이다.

이렇게 세심하게 다듬은 아테온은 정장 차림으로 타도 어울리고, 골프웨어를 입고 타도 어색함이 없다. 때론 격식 있는 자리에, 때론 자유로운 레저생활에 어울리게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차체가 매력적이다.

[시승기] ‘지덕체’를 갖춘 꽃미남, 폭스바겐 아테온

실내는 심플하다. 지금의 디자인에 엠비언트 라이트 조명 범위를 좀 더 확대하고, 컬러 조합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기존 원형 클러스터를 보여주던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주행 시 핵심 정보를 추가로 보여주는 두 가지 버전의 ‘디지털 뷰’가 추가됐다. 또한 출발부터 엔진 정지 후까지의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요약 정보를 제공해 효율적인 운행을 돕는다.

뒷유리까지 시원하게 열리는 트렁크는 기본 563ℓ의 용량을 제공한다. 이 정도도 엄청 넓은 편인데, 2열 시트를 접으면 1557ℓ까지 늘어난다. 웬만한 SUV보다도 넉넉한 용량이다. 특히 아테온처럼 트렁크 안쪽 깊이가 넉넉할 경우 스노보드나 골프백을 싣기에 아주 편하다.

[시승기] ‘지덕체’를 갖춘 꽃미남, 폭스바겐 아테온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의 2.0 TDI 디젤 터보 한 가지다. 오랜 시간 다듬은 이 엔진은 디젤이지만 조용하고 부드럽다. 7단 DSG와의 궁합도 척척 맞아서 변속 스트레스는 ‘제로’에 가깝다.

타이어와 휠은 초창기 달았던 245/45R18 대신에 245/40R19 사이즈로 업그레이드했다. 18인치일 때도 탄탄한 주행성능이 인상적이었는데, 19인치로 바꾼 뒤에는 안정감이 한결 좋아졌다. 휠 사이즈가 커지면서 공차중량이 1684㎏에서 1696㎏으로 늘었지만, 운동성능에서 큰 차이는 없다.

아테온에 탑재된 DCC는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로, 운전자가 원하는 드라이빙 모드로 주행을 만끽하게 해주는 장비다. 드라이빙 모드를 바꾸면 스티어링, 기어박스, 엔진의 반응뿐 아니라 서스펜션 댐퍼까지 주행 특성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안락함이, 에코 모드에서는 연비가 돋보이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까지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디비주얼 모드를 통해 컴포트+에서 스포츠+까지 개별 하위 드라이브 모드 선택을 할 수 있어 서스펜션 댐퍼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승기] ‘지덕체’를 갖춘 꽃미남, 폭스바겐 아테온

시승차의 인증연비는 도심 13.7㎞/ℓ, 고속도로 17.5㎞/ℓ, 복합 15.2㎞/ℓ로, 지난해 들어왔던 모델의 13.6㎞/ℓ, 17.2㎞/ℓ, 15.0㎞/ℓ에 비해 조금 더 좋아졌다. 이번 시승에서는 시내에서 12.0㎞/ℓ,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서 70~80㎞/h로 달릴 때는 19.5㎞/ℓ를 기록했다. 좀 더 긴 거리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25.0㎞/ℓ까지 찍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독일에서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e하이브리드)과 왜건형인 슈팅 브레이크, 고성능 아테온R까지 나온다. 직렬 4기통 1.4ℓ 가솔린 엔진에 115마력 전기모터를 결합한 e하이브리드는 휘발유와 전기모터를 함께 쓸 경우 독일 기준으로 리터당 71.4~76.9㎞의 엄청난 연비를 보여준다. 유럽 인증 연비가 다소 높은 편인 것을 감안해도 국내에서 꽤 높은 연비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아테온의 가격은 2.0 TDI 프리미엄이 5324만1000원, 아테온 2.0 TDI 프레스티지는 5817만5000원, 2.0 프레스티지 4모션은 6113만9000원이다.

[시승기] ‘지덕체’를 갖춘 꽃미남, 폭스바겐 아테온

안전장비와 편의장비는 이 가격대에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전방추돌경고장치 프런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시스템을 비롯해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액티브 보닛, 트래픽 잼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사각 지대 모니터링), 레인 어시스트,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파크 어시스트, 피로 경고 시스템 등이 기본이다.

또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 파노라마 선루프, 스티어링 휠 히팅 기능, 3존 클리마트로닉, 키리스 액세스, 트렁크 이지 오픈 및 전동 클로징 등의 최신 편의 기능 또한 라인업 별로 적용돼 동급 세그먼트 대비 최고의 편의 사양을 제공한다.

아테온은 내년에 데뷔 4년째를 맞이하지만 상품성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매력도 변치 않았다. 가솔린 모델과 고성능 모델,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뜨거운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스타일 하나로 가치가 충분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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