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트리트 레이싱 파이터’, 아우디 RS7

발행일자 | 2021.12.03 01:04
[시승기] ‘스트리트 레이싱 파이터’, 아우디 RS7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전동화’와 ‘다운사이징’으로 요약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부터 순수전기차만 신차로 내놓을 예정이고, 아우디 역시 모든 라인업에 전동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아우디와 벤츠는 차이점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벤츠는 앞으로 ‘순수전기차에만 집중한다(EV only)’라는 전략이지만, 아우디는 벤츠보다는 내연기관을 좀 더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차종에 따라 가솔린 엔진이나 디젤 엔진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에 만난 아우디 RS7은 종말로 치닫는 내연기관 시대에 구세주 같은 존재다. RS는 ‘Renn Sport’ 또는 ‘Racing Sport’를 축약한 단어로, 레이싱카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아우디의 초고성능 모델 라인이다. 보닛 아래에는 V8 4.0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TFSI) 엔진을 품었고, 이 엔진은 최고출력 600마력의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출력 수치를 보니 시승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번 시승은 지난 11월 9~10일 강원도 정선 일대에서 열린 ‘미디어 로드쇼’에서 e-트론, Q7과 함께 타본 것이어서 긴 시간 동안 체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파워트레인을 얹은 RS6 아반트를 얼마 전에 충분히 타봤기 때문에 차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시승기] ‘스트리트 레이싱 파이터’, 아우디 RS7

RS7은 세 가지 파워트레인(245마력, 286마력 디젤, 340마력 가솔린)의 A7과 V6 3.0 TDI 344마력의 S7 위에 자리하는 라인업 최강의 모델이다.

A7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상품성, S7은 스포티한 디젤 모델이라는 특징이 있다면, RS7은 경주차를 그대로 일반도로에 옮겨놓은 모습, 그 자체다.

우선 이 차는 시동을 걸 때부터 그 차이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우르릉’하는 배기음이 들리면서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든다. 가속 페달의 작은 움직임에도 팝콘 사운드가 ‘가르릉’하고 들리면 속도를 올리지 않고 못 배긴다.

285/30ZR22 사이즈의 타이어는 차체와의 궁합이 찰떡 같다. 편평률이 낮은 타이어는 승차감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RS7은 잘 조율된 서스펜션 덕에 노멀 또는 승차감 모드에서 꽤 안락한 느낌을 준다.

[시승기] ‘스트리트 레이싱 파이터’, 아우디 RS7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성격이 180도 달라진다. 기본적인 엔진회전수가 높아지고 서스펜션은 단단해지며, 운전자의 심박수도 덩달아 빨라진다. 이 상황에서 웬만큼 잡아 돌려도 차체는 끈끈하게 버틴다. 직선 질주는 립제이의 왁킹처럼 강렬하고, 코너링은 허니제이의 힙합 댄스처럼 매끄럽고 아름답다.

지난 6월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아우디 라인업 시승회에서 정의철 선수가 모는 RS7을 탄 적이 있는데,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가 심하게 몰아붙이는 데도 탄탄한 주행감각을 보여주는 모습에 감탄한 적이 있다. 트랙에서 고속으로 달려도 감탄스러우니 일반도로에서의 주행 감각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RS7은 다양한 안전 · 편의 시스템도 놓치지 않았다. 차량에 장착된 초음파 센서로 차량과 주행 경로 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해 편리한 주차를 도와주는 ‘전/후방 주차 보조시스템’ 및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 ‘액티브 레인 어시스트’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어시스트’, 주행 중 사각지대나 후방에 차량이 근접해오면 사이드미러를 통해 경고 신호를 보내는 ‘사이드 어시스트’ 등 다양한 최첨단 안전 사양을 탑재했다.

[시승기] ‘스트리트 레이싱 파이터’, 아우디 RS7

듀얼 터치스크린과 햅틱 피드백이 적용된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와 함께 ‘MMI 터치 리스폰스’, 차량 및 주행 관련 주요 정보를 앞 유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은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통합적이고 직관적으로 컨트롤하게 도와준다.

또한, ‘아우디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통해 운전자의 스마트폰 콘텐츠를 바로 이용할 수 있으며, ‘아우디 커넥트’ 시스템은 내비게이션&인포테인먼트 기능과 차량제어, 긴급통화/긴급출동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을 제공해 더욱 여유롭고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여기에 차량 내외부 공기의 질을 관리할 수 있는 ‘프리미엄 에어 패키지’, ‘스타트/스톱 시스템’, ‘무선 충전’을 비롯해 ‘뱅앤올룹슨 어드밴스드 사운드 시스템’(스피커 19개, 19채널, 1820W)’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두루 갖췄다.

RS7의 가격은 1억6402만원으로, RS6 아반트(1억5802만원)보다 살짝 비싸다. A7은 탄생 당시부터 메르세데스-벤츠 CLS, BMW 6시리즈와 라이벌이었는데, 현재 CLS의 최상위 모델은 CLS 53 4매틱+(직렬 6기통 3.0ℓ 435마력)로, 스펙에서 RS7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BMW의 경우 M8 그란 쿠페 컴페티션은 V8 4.4ℓ 625마력으로 RS7보다 출력이 높지만, 가격이 2억3980만원에 이른다. 따라서 출력과 가격 대비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아우디 RS7을 대체할 만한 차는 없다는 결론이다.

[시승기] ‘스트리트 레이싱 파이터’, 아우디 RS7

‘스트리트 레이싱 파이터’라는 부제는, RS7으로 공도에서 레이싱을 즐기라는 의미가 아니다. ‘스트리트 레이싱’은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이다. RS7을 타고 달렸을 때의 강렬한 느낌, 치솟는 자신감이 마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에 나온 크루들을 본 듯한 느낌에서 붙인 부제다.

‘스우파’가 남긴 여운이 지금도 이어지듯, RS7이 준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전기차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RS7 V8의 엔진의 감성을 담아내는 건 당분간 힘들지 않을까.

정선=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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