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니 일렉트릭과 함께 한 ‘어느 멋진 날’

발행일자 | 2022.03.28 00:00
[시승기] 미니 일렉트릭과 함께 한 ‘어느 멋진 날’

16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모터트렌드’ 한국판에서 에디터로 일할 때, 미니 쿠퍼를 시승차로 받아서 자유로로 달려간 날이 있었다. 유난히도 햇빛이 반짝였던 그 날, 오렌지색으로 칠한 프로방스 건물 앞에서 미니 쿠퍼 시승기의 메인 사진을 찍었다. 시승기의 제목은 ‘미니와 함께 한 어느 멋진 날’이었다.

◆미니 일렉트릭 오너로 변신한 하루

세월이 흘러 이번엔 미니의 순수 전기차 버전인 미니 일렉트릭이 눈앞에 서 있다. 이번 시승은 미니 일렉트릭의 오너가 하루 동안 겪을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행선지를 들러 체험하는 특이한 구성으로 이뤄졌다. 출발지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자리한 카페캠프통. 첫 번째로 K현대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는 것부터 시승이 시작됐다.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점핑 어게인’으로, 배우부터 대통령까지 유명 인사들의 점프하는 순간을 담은 사진이 전시 중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딛고 성장하는 것처럼 겪어왔던, 또 앞으로 있을 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모두 떨쳐버리고 새로운 날을 위해 점프해보자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시승기] 미니 일렉트릭과 함께 한 ‘어느 멋진 날’

이어서 서울 용산구 ‘사운즈 한남’에 들르면 브루니아 플라워에서 꽃다발을 준다. 시승을 하는 게 꽃다발을 받을 만큼 칭찬받을 일인가 싶다가, ‘아, 미니 오너의 라이프 스타일이지’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또다시 시작된 시승은 소월길로 이어진다. 미니 일렉트릭의 성능을 본격적으로 맛보는 시간이다. 미니 일렉트릭은 다른 전기차와 달리,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이 적다. 이질감의 근본적인 원인은 내연기관 MINI 3도어 모델대비 30㎜ 낮아진 무게 중심이다. 미니 일렉트릭에서 이질감이 적게 느껴진다는 건, 기존 내연기관 미니의 무게 중심 역시 굉장히 낮게 느껴진다는 걸 의미한다. 즉, 미니 일렉트릭에서도 ‘고 카트 필링’의 주행감각은 여전하다는 말이다.

미니 일렉트릭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m를 발휘하는 최신 동기식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브랜드에서 제시하는 성능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60㎞까지 3.9초, 시속 100㎞까지 7.3초다. 가솔린 MINI 쿠퍼 S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기모터의 특성상 초반 가속은 가솔린 모델보다 빠르게 느껴지지만, 최고속도는 150㎞/h까지다. 물론 이 속도도 일상생활에서는 충분하다.

[시승기] 미니 일렉트릭과 함께 한 ‘어느 멋진 날’

회생제동 기능은 강하게 또는 약하게 중에 고를 수 있다. 회생제동 기능을 최대 다섯 단계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전기차에 비하면 아쉽지만, 적응하면 나쁘지 않다. 주행모드는 그린 플러스, 그린, 미드, 스포츠 등 4가지가 마련돼 있다. 각 모드별 차이는 비교적 뚜렷하고, 스포츠 모드를 고를 경우 확 달리진 반응을 느낄 수 있다.

미니 일렉트릭의 정부 인증 주행거리는 도심 168㎞, 고속도로 147㎞, 복합 159㎞다. 이 차가 데뷔 후 가장 많이 지적받은 부분이 바로 이 1회 충전 주행거리다. 홍보팀은 이 점을 의식해 시승 후 가장 좋은 전비를 기록하는 이에게 작은 선물을 주기로 했다. 이런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전비를 의식해 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좋은 전비가 나오기 마련이다.

내가 탄 시승차는 처음 받았을 때 주행 가능거리가 157㎞였다. 그런데 두 곳의 경유지를 들르고 소월길을 달릴 때 체크해보니 주행 가능거리는 158㎞가 찍혔다. 전비가 향상되면서 주행 가능거리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갈 때도 주행 가능거리는 152㎞나 남았다. 시승 중 기록한 전비 6.2㎾h에 배터리 용량을 곱해보면, 주행 가능거리는 202㎞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시가지로 출퇴근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다.

[시승기] 미니 일렉트릭과 함께 한 ‘어느 멋진 날’

하지만 주행 가능거리는 다른 전기차보다 짧은 편. 그 이유는 이 차 특유의 T자형 배터리(32.6㎾h 용량) 배치 때문이다. 요즘 출시되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를 차 바닥 전체에 배치하는 데 비해, 미니 일렉트릭은 기존 내연기관의 섀시를 둔 채 변속기와 연료탱크가 자리하는 곳에 배터리를 깔았다. 작은 차체에서 한정된 공간을 이용하다 보니 생긴 결과인데, 이를 기술적인 한계로 보면 안 된다.

BMW그룹은 올해에만 15종의 순수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며, 2030년 이전에 전 세계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차지하고 연간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15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니는 2030년대 초반부터 완전한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번 미니 일렉트릭은 그 여정의 출발점에 선 모델이다.

[시승기] 미니 일렉트릭과 함께 한 ‘어느 멋진 날’

BMW는 럭셔리 전기차 ‘iX’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i4로 ‘고성능 전기 세단’이라는 장르를 열 준비를 마쳤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미니 일렉트릭처럼 작고 예쁜 순수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미니 일렉트릭은 내연기관을 소유한 이들에게 세컨카로 어울려 보이고, 미니에서 전기차 감각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 미니 브랜드에 있는 클럽맨, 컨트리맨 등에도 전동화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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