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넷플릭스 스포츠 다큐멘터리 시리즈물 ‘F1, 본능의 질주’는 마치 실제 상황을 소재로 한 영화처럼 가슴을 졸이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F1, 본능의 질주’는 넷플릭스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우리가 잘 몰랐던 모터스포츠 내부의 치열한 경쟁과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성공적으로 순항 중이다.
국제자동차연맹(FIA,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이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레이싱 대회인 F1은 그 기원이 19세기까지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아직도 서킷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는 F1이 압도적으로 최고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페라리와 맥라렌, 애스턴 마틴, 메르세데스-AMG 등 내놓으라 하는 슈퍼카 브랜드들이 참여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중에서 최근 유독 눈에 들어오는 팀이 있다. 바로 에스테반 오콘과 페르난도 알론소가 드라이버로 있는 BWT 알핀 F1 팀이다. BWT(Best Water Technology)는 오스트리아의 간이정수기 브랜드로 지난 2017년부터 F1의 스폰서로 활동 중이며, 현재는 알핀 F1 팀의 메인 스폰서다. F1을 봤다면, 특유의 핑크 리버리를 떠올리면 된다.
알핀(Alpine)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브랜드다. 주로 르노의 부품으로 크고 작은 레이스에서 명성을 떨쳤다. 그러다 1973년 르노는 아예 알핀을 인수했고, 현재 르노그룹을 대표하는 고성능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 중이다. 르노가 기존의 F1 팀 이름을 알핀으로 바꾼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르노 그룹의 CEO인 루카 데 메오(Luca de Meo)는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알핀을 앞으로 ‘리틀 페라리’로 키우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몇 가지 대목들이 보인다. 르노가 아직도 모터스포츠에 진심이라는 것 그리고 그 유산이 지금의 르노코리아자동차에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시장점유율만 따지면 현대기아차가 압도적이지만, 모터스포츠에 있어서는 르노가 ‘대선배’다. 르노는 1977년부터 직접 F1 머신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다른 F1 팀에 엔진 등 파워 유닛을 공급해 여러 번 우승컵을 안긴, 그야말로 정통성 깊은 레이싱 명가다. 사실 르노는 레이서였던 루이 르노를 중심으로 르노 형제가 1898년에 설립한 자동차 회사로, 태생적으로 모터스포츠 DNA를 가지고 있다.
이 DNA가 우리가 흔히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중형 세단에 담겨 있다는 점은 잘 몰랐을 것이다. SM6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재 SM6의 파워트레인은 TCe 260과 TCe 300으로 나뉜다. TCe 260은 1.3ℓ의 낮은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156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기술의 핵심은 터보 엔진이다. 1977년 르노가 처음 F1에 출전하면서 F1에 처음 전파한 혁신이 바로 터보 기술이다.
SM6 TCe 260의 복합연비(16·17인치 타이어 기준)는 13.6㎞/ℓ로 고속도로 연비는 무려 16.0㎞/ℓ에 달한다. TCe 260 엔진은 보어에 스프레이 코팅을 해 경량화와 동시에 마찰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솔린 엔진의 실린더는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는데, 가볍고 상대적으로 열 교환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열팽창률 또한 높아서 마찰 저항력과 연소 불안정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소실에 주철로 된 라이너를 코팅하는데, 1.3 TCe 엔진은 기존 2㎜ 두께의 주철 라이너 대신 철 성분이 포함된 얇은 막을 입혀 실린더 벽면의 두께를 0.2㎜로 파격적으로 줄였다.
이 새로운 코팅 공법은 기존의 주철 라이너보다 높은 열전도율과 두께를 자랑해 냉각수와의 열교환이 더 잘되는데, 이는 바로 안정적인 연소실 온도의 유지와 직결돼 전체적인 효율 향상을 가져온다. 또한 실제 양산하기 매우 까다로워 주로 고가의 스포츠카에서 쓰이던 기술이지만, 르노의 오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량생산 공정이 가능해졌다. 이 공법은 1.3 TCe 엔진뿐만 아니라 르노 메간 R.S., 알핀 A110 등에 탑재된 TCe 300 모델의 엔진에도 쓰이고 있다.
르노의 레이싱 기질을 그대로 담은 차는 SM6 TCe 300이다. 여기엔 알핀과 르노 R.S. 모델에 탑재되는 엔진이 그대로 들어갔다. 최고출력 225마력, 최대토크 30.6㎏·m의 높은 파워를 자랑한다. 모델명에 붙는 ‘300’이란 숫자는 300Nm의 최대토크를 뜻한다. 이 엔진은 2000~4800rpm에 이르는 넓은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와 일상에서 짜릿한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빠른 응답성을 자랑하는 게트락(GETRAG)의 7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엔진의 동력을 주저하지 않고 바퀴에 전달한다.
225마력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적당한 고출력이다. 여기에 SM6 특유의 핸들링 재미가 더해져 평소에 르노의 모터스포츠 감성을 느끼며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SM6는 국내 중형 세단 최초로 렉타입 EPS(R-EPS) 방식의 프리미엄 스티어링 시스템을 모든 트림에 기본 장착해 조향성이 상당히 세밀한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SM6는 정확한 스티어링을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SM6에 장착된 ZF-TRW사의 R-EPS 벨트는 가장 진보된 스티어링 방식으로 주로 BMW나 포르쉐 등 스포티한 프리미엄 브랜드에 장착된다. 이 벨트는 구동축과 직접 연결된 차체 아래의 렉 부분에 위치해 구동축에 정확하게 직접 힘을 전달해 안정적인 주행을 하게 해준다.
르노코리아는 이처럼 강화된 상품성을 지닌 SM6로 중형차 시장에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점차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보다 빨리 출고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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