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정주연의 독일어 가사 전달력, 한국어 대사 전달력, 감동 주는 성악적 능력과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인, 국립오페라단 ‘박쥐’

발행일자 | 2024.10.16 16:49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타 <박쥐(Die Fledermaus)>가 10월 11일부터 1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됐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지휘 데이비드 이, 연출 김동일, 군포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트오페라합창단, 아트컴퍼니 하늘이 함께 했다.

소프라노 정주연은 독일어 가사 전달력과 한국어 대사 전달력으로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뛰어난 성악적 능력과 함께 돋보이는 연기력에, 라이징 스타가 아닌 이미 완성형 스타가 아닌가 감탄했다.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더 다양하게, 더 파격적으로, 젊은 성악가에게 오히려 더 어렵게, 그래서 더더욱 재미있었던 <박쥐>

<박쥐>는 ‘국립오페라스튜디오 청년교육단원과 함께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력 사업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된 오페라 전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스튜디오 5·6기 교육생의 수료 연주회로 진행되었다.

실제 관람한 <박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관람한 관객에게 극의 반전처럼 놀라운 재미를 선사했다. 인터미션 시간에 ‘잘한다’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올 정도로, 지루할 틈이 없이 흥미롭게 진행된 작품이었다.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박쥐>는 제1막부터 제2막, 제3막까지 무대에 ‘Die Rache der Fledermaus’라는 표시를 하여, ‘박쥐의 복수’라는 뜻처럼 복수극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런데 이번 프로덕션은 긴장감을 주면서도 계속 재미있게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재미를 코미디 자체로 줄 때도 물론 있지만, 진지함 속에서 재미를 끌어내어 오페라 관객의 관람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페레타(Operetta)는 대사와 춤, 오케스트라가 있는 오페라를 뜻한다. 보통 희극적인 주제의 짧은 오페라를 칭할 때 오페라타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박쥐>는 인터미션 제외하고 130분(2시간 10분) 동안 펼쳐졌다.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를 오페라처럼 확장한 것은 다양하고 과감한 패러디를 이번 <박쥐> 안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2막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축배의 노래’를 무대 위로 소환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박쥐>는 안무도 인상적이었는데, 춤을 출 때 오페라 특유의 격식을 맞추면서도 좀 더 유쾌하고 속도감 있고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 때로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엔딩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안무로 관객을 웃게 했다.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경쾌, 유쾌, 진지, 개성을 모두 포함한 국립오페라단의 <박쥐>는 독일어 노래와 한국어 가사로 구성되었다. 성악가들은 독일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한국어 연기가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특히 오페라 무대를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그러하다.

이번에 무대에 오른 젊은 성악가들은, 한국어 대사를 함께 처리하는 경험을 하며 많은 걸 경험했을 것이다. 참여한 성악가 모두 성악적 실력은 훌륭했지만, 연기력, 특히 한국어 대사 처리 관련해서는 많은 보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어 대사 시간에 관객의 감정선이 끊기는 위험을 초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소프라노 정주연! 독일어 가사 전달력 + 한국어 대사 전달력 + 감동 주는 성악적 능력 + 뛰어난 연기력

<박쥐>에서 로잘린데 역의 소프라노 정주연은 독일어 가사 전달력, 한국어 대사 전달력, 연기력, 뛰어난 성악적 실력 모두에서 놀라울 정도의 모습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정주연은 레치타티보처럼 운율이 있게 한국어 대사를 소화할 때, 아리아를 부를 때의 감정선을 그대로 끌고 갔다. 그녀가 평소에 얼마나 노력하며 연습했는지를 짐작하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레치타티보(Recitativo) 대사를 노래하듯이 말하는 형식을 뜻한다.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정주연의 가사 전달력은 소프라노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소프라노는 음역대를 고려할 때 어떤 언어의 오페라이든 가사 전달력이 다른 음역대의 성악가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주연도 극 후반에 한국어 대사를 그냥 한국말 할 때처럼 할 때는, 상대적으로 어색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주연이 연극 무대에 한 번 오르는 경험을 하면, 오페라 연기를 할 때 더욱 내면의 에너지를 유감없이 분출하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상상해 본다.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로잘린데는 <박쥐>에서 극의 전체를 아우르는 인물이다. 정주연은 제1막부터 소리와 움직임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다른 성악가들의 유창한 독일어 노래 실력과 한국어 대사 처리와의 간극은 <박쥐> 초반에,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커버할 정도로 집중력 있게 제1막부터 관객의 호흡을 끌고 간 아티스트가 정주연이었다. 정주연이 주연의 반짝반짝함을 발휘함과 동시에 팀 전체의 작은 빈 곳을 커버하는 능력을 동시에 발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바리톤 임하린! 매력적인 목소리와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청중을 장악하다

<박쥐>에서 팔케 역의 바리톤 임하린 역시, 관객이 자세를 바로 하게 만드는 훌륭한 아티스트였다. 바리톤이 가진 부드러우면서도 굵고 매력적인 목소리의 소유자이면서, 연기력 또한 훌륭했다. 능청스러운 대사뿐만 아니라 청중을 장악하는 한국어 대사 능력이 돋보였다.

성악가가 아닌 연기자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연기력도 겸비한 임하린은, 다양한 무대에서 그의 성악적 능력을 발휘하리라 기대된다. 오페라, 갈라 콘서트, 단독 성악 공연 등에 모두 어울리는 성악가를 미리 만난 시간 또한, <박쥐>가 선사한 뜻깊은 선물이다.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타 ‘박쥐’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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