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기의 발전은 지난 1부에서 정리하였고, 2부에서는 특별한 디자인의 변속기 레버들과 수퍼카들의 변속기를 살펴 보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1년 SL 클래스를 선보이면서 기어 레버에 재미있는 기능을 더했다. 레버 위쪽에 엔진 시동 버튼을 장착한 것이다. 운전자는 기어 레버에 손을 얹은 후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그 상태 그대로 기어를 변환하여 바로 주행하면 된다.
그런데 이 시동 버튼을 레버를 조작할 때 락을 풀어주는 버튼으로 착각해서 레버를 움직이기 전에 실수로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그렇게 되면 기어레버를 움직이려고 하는데 시동이 꺼져 버리게 된다.

이 기능은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되지는 못했다. 국내에 들어온 SL 클래스의 변속기는 시동 버튼이 없는 일반 레버가 들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상당수의 SL 클래스가 들어오던 때여서 많은 운전자들이 이 시스템을 사용해볼 수 있었다.

기어레버 위에 시동 버튼을 장착한 이 시스템은 SLR 멕라렌에서 발전을 이루었다. 시동 버튼 위에 커버를 단 것이다. 실수로 시동 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꺼 버리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였을까? 어쨌든 커버를 단 모습은 보기에 훨씬 더 멋지다. 하지만 SL 클래스에서는 스마트키를 이용해 문을 열고, 키를 꽂을 필요 없이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레버 위의 버튼만 눌러주면 바로 시동이 걸렸지만, 수퍼카인 SLR 멕라렌은 달랐다. 키를 꽂아서 돌린 후에 기어레버 위의 버튼을 눌러야 시동이 걸린다.

레이스 명가 멕라렌과 공동으로 개발했던 SLR 멕라렌의 시대가 가고 지금은 AMG와 함께 개발한 SLS AMG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 수퍼카다. 변속기는 전자식으로 바뀌었지만 레버 디자인은 수퍼카 답게 화려하다.

수퍼카의 대명사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매우 비슷한 발전을 이루어왔다. 초기의 페라리와 람보르기는 당연히 모두 수동 변속기를 장착했다. 그런데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수동 변속기는 모두 게이트 방식을 적용해 화려한 스타일이 수퍼카와 잘 어울렸다. 알루미늄으로 된 게이트 플레이트와 기어레버의 동그란 손잡이도 비슷했다.

페라리는 게이트 플레이트가 사각형이었다. 후진에 넣을 때는 레버를 아래로 눌러서 레버를 조작해야 된다.

페라리가 먼저 F355에 F1 방식의 변속기를 도입했다. F1 머신에 적용된 기술을 로드카로 옮겨온 것으로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클러치 조작을 기계가 해 주는 반자동 변속기다. 빠른 변속과 수동변속기와 동일한 성능과 연비가 장점이지만 변속시 울컥거리는 충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

페라리는 수동변속기를 기본으로, F1 변속기를 옵션으로 제공했다. 초기의 F1 변속기에는 작은 망치모양의 기어 레버가 장착되었다. 레버를 살짝 들어 위로 올리거나 아래로 내리면 전자식으로 1/D와 R을 선택할 수 있다. 옆에는 별도로 AUTO 버튼을 마련했다. 중립을 선택할 때는 시프트 패들 두 개를 동시에 당기면 된다. AUTO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기어변환이 되고, 수동으로 변환하고 싶을 때는 당연히 시프트 패들을 이용한다.

이 후 페라리는 작은 망치 모양의 레버도 없애 버렸다. 그냥 `R`, `AURO`, `L.C` 버튼 3개만 남겼다. L.C는 강력한 출발을 위한 런치 컨트롤 버튼이다.







고성능 스포츠카에 반자동 변속기를 적용한 다른 예로는 BMW M3와 M5를 들 수 있다. E36 M3에 SMG가 최초로 달렸고, E46 M3로 진화하면서 SMG도 SMG II로 진화했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를 베이스로 개발된 아우디 R8에는 람보르기니의 E기어가 R-트로닉으로 이름을 바꾸어 그대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레버가 사라진 람보르기니와는 달리 R8의 디자인과 어울리는 멋진 기어 레버를 선보였다.
그 외 수퍼카들의 화려한 기어 레버들을 모아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