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BMW는 왜 우리를 미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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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동차시장의 최대 화두는 ‘친환경’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전기차와 PHEV(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가 많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존 내연기관차의 인기는 주춤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MW는 도발적으로 ‘M트랙데이’를 열었다. 20일부터 29일까지 총 7일 동안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M340i, X6M 컴페티션 등이 전시되고, 무대에는 M8 컴페티션 쿠페, M2 CS, M5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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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각 조별로 코스를 나눠 진행됐다. 기자가 속한 A조는 M8과 M5 서킷 주행부터 시작했다. V8 4.4ℓ M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8단 M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 BMW M xDrive 시스템이 탑재된 이 차들의 최고출력은 625마력. 제원상으로 정지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3.3초. 직선구간에서 가속감은 솜털이 쭈뼛 설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오랜만에 맛보는 감각에 “이게 진짜 BMW지”라고 중얼거린다.

M x드라이브 모드는 4WD, 4WD 스포츠, RWD 등 세 가지다. 4WD 스포츠는 후륜에 구동력을 더 배분하는 모드로 스포츠 주행에 어울린다. RWD 모드에서는 DSC(주행안정장치)가 비활성화되어 더욱 다이내믹하고 짜릿한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강력한 주행성능을 뒷받침하는 브레이크도 갖췄다. M8과 M5에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기본 탑재돼 기존 컴파운트 브레이크보다 25㎏이 가볍고, 고열에서도 열 변형이 적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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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8과 M5를 번갈아 타보니 의외로 M5의 매력이 더 크게 느껴진다. 시트 포지션이 M8보다 살짝 높은 데도 불구하고 차체와 휠베이스가 상대적으로 짧은 덕에 잦은 급회전 상황에서 컨트롤이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다른 참가자들도 이구동성으로 M5의 매력을 극찬했다.

참가자들의 운전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짐카나 순서도 어김없이 다가왔다. 이번 코스는 복잡하지 않았지만 두 번의 큰 회전에서 승부가 갈렸다. 보통 이런 코스에서는 속도를 높이다 그립력을 잃게 마련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최소화하는지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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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명의 참가자 중에 3위를 차지해 각조별 시상자에 포함되는 영광을 누렸다. 특히 우리 조에는 막강한 실력자들이 모여 있어서 나름 의미가 특별했다.

레인 체인지는 말 그대로 고속으로 달리다가 급차선 변경을 하는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다. 체험은 시속 90㎞, 시속 100㎞ 두 종류로 진행됐다. 이 속도로 달리다가 목표 지점에서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급히 바꾸고, 다시 원래 차선으로 돌아오면 미션 성공이다. 이전까지 다른 행사에서 체험한 건 대부분 시속 60~80㎞ 정도였는데, 속도가 높아지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참가자가 파일런을 자꾸 건드렸다. 하지만 체험이 이어지면서 후반부에는 완벽하게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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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프트는 원형 코스에서 차체를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린 뒤 원선회를 이어가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예전에 드리프트 연습을 몇 차례 했지만, 역시 맘처럼 쉽게 컨트롤되지 않는다. 이번 프로그램은 체험하는 데 의미를 두기 때문에 본격적인 노하우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대신 제대로 배우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3월부터 11월까지 마련돼 있다.

‘리버스 턴’은 시속 40㎞ 정도로 후진하다가 180도로 방향을 전환해 차체를 바로 잡는, 액션 영화의 스턴트맨처럼 차를 멋지게 다룰 수 있는 기술을 다루는 순서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한 번도 체험하지 못했던 특이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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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해보면 그리 쉽지 않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운전 방향이 순식간에 180도 바뀌기 때문에 차체를 다루는 게 녹록치 않다. 자칫 잘못하면 코스를 벗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다른 조에서는 차체가 가드레일에 부딪히는 일도 벌어졌다.

마지막 순서는 M택시였다. 인스트럭터들이 모는 M5에 동승해 화려한 드리프트 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서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행사로 피로가 쌓여갈 무렵이어서 처음에는 안 타려고 했는데, 끝날 때쯤에는 “안 탔으면 후회할 뻔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수많은 드리프트 체험 행사를 다녔고 나도 약간은 할 줄 아는 수준이지만, 인스트럭터들의 화려한 개인기는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타이어가 타면서 내는 스키드 음은 락 음악처럼 들리고, M5는 마치 컴퓨터 그래픽을 보는 것처럼 예술적으로 미끄러진다. BMW가 왜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을 미치게 만들었는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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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전기차, PHEV 라인업을 늘려가면서도 고성능 모델까지 공 들여 개발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다. 특히 BMW는 과거 M 퍼포먼스와 M으로 나눠져 있던 모델들을 ‘M’으로 통합해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있다. 현재 BMW 전 세계 판매 중 M 모델의 판매 비중은 6.7%. 판매는 계속 성장세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BMW M 라인업 전 세계 판매 성장률은 21.2% 포인트에 이르고, 한국시장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성장률은 32.2% 포인트로 예상되고 있다. M 트랙데이는 이런 성장세에 큰 기여를 하는 멋진 행사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꼭 참여하길 권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