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에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 취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실물로 본 중국 자동차는 실망스러웠다. 외국 합자 브랜드의 완성도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중국 토종 브랜드의 마무리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단차가 맞지 않은 차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내장재 마무리로 형편없었다.
이후 중국 자동차의 양과 질은 놀랍도록 발전했다. 현재는 연간 판매량이 3000만 대가 넘어 2위 미국을 따돌리고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들 중국 업체 중 선두는 200만 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BYD다. 전기차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를 중심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이 BYD가 한국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건 지난해 말이다. 당시 기자는 BYD의 초대를 받아 배터리 공장 견학과 시승회 등에 참석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국제 운전면허증이 인정되지 않아서 BYD가 임시로 마련한 작은 공간에서 아주 짧게 타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초대를 못 받은 기자들도 BYD의 자동차가 궁금한 건 물론이었다.
이런 기자들의 아쉬움을 해소해줄 시승회가 최근 한국에서 열렸다. 이번 시승회의 주역은 SEAL이다. 아토3에 이은 BYD의 두 번째 한국 시판 모델이다. 차급으로는 현대 아이오닉 6나 테슬라 모델 3와 비슷하다.
SEAL의 차체 크기는 길이 4800㎜, 너비 1875㎜, 높이 1460㎜, 휠베이스 2920㎜다. 경쟁차인 아이오닉 6는 각각 4925㎜, 1880㎜, 1495㎜, 2950㎜로 조금씩 더 크다. 테슬라 모델 3는 각각 4720㎜, 1935㎜, 1440㎜, 2875㎜로, 너비를 제외하고 조금씩 아담하다.

SAEL의 외관은 먼저 상륙한 아토3보다 훨씬 세련됐고, 물 흐르듯 매끄러운 외관이 돋보인다. 알파로메오와 아우디, 람보르기니를 거친 볼프랑 요제프 에거 수석 디자이너의 손길로 완성된 이 차는 '바다의 미학' 콘셉트를 차체 곳곳에 심었다. 파도에서 영감을 얻은 물결형 리플 램프, 수평선에서 착안한 테일 라이트, 물방울을 모티브로 삼은 테일 라이트 패턴 등이 그것이다. 유려한 라인은 공기저항계수(Cd) 0.219의 뛰어난 숫자로도 입증된다.
실내 역시 외관만큼이나 세련됐다. 착좌감이 좋은 앞뒤 시트에 운전석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 콤팩트한 기어 레버까지 흠잡을 데 없다. 중국 내수형 모델은 클러스터 디자인이 변경되었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모델의 디자인도 손색없다.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최고출력은 530마력, 최대토크는 68.4㎏·m에 이른다. 가격이 SEAL의 두 배 이상인 벤츠 EQE는 292마력에 불과한 걸 보면 SEAL의 가성비가 실감 난다. 정지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3.8초로 웬만한 스포츠카 수준이다. 다만 최고시속이 180㎞에 그치는 점은 아쉽다.

SEAL에서 칭찬할 부분 중 하나는 주행안정감이다. 아토3는 높은 차체의 구조적 한계를 지닌 데다 주행 감각이 다소 불안정해 보였는데, SEAL은 낮은 무게중심과 함께 탄탄한 서스펜션 셋업으로 안정감이 높다.
다만 시승회에서는 이를 100% 확인하기 힘들었다. 중국 시승회 때도 비가 내렸는데, 한국 시승회 때 역시 많은 비가 내려서 높은 속도를 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부분은 추후 시승차를 다시 타보고 확인해봐야겠다.
그래도 BYD 코리아는 이 부분에 자신감이 있었는지 짐카나 코스를 마련해 기자들의 평가를 받고자 했다. 기자는 이날 참가자 중에 5위를 기록했는데, 이 차의 날렵한 몸놀림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타이어 크기는 앞뒤 모두 235/45 R19이고, 콘티넨탈 에코 콘택트 6 제품이다. 특수 컴파운드를 사용해 고무 손실과 연료 소비를 줄인 게 특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kWh당 인증 전비는 도심 4.4㎞, 고속도로 4.0㎞다. 아이오닉 6는 18인치가 도심 6.1㎞, 고속도로 5.3㎞, 20인치는 도심 5.0, 고속도로 4.5㎞다. 아이오닉 6의 전비가 우월한 이유 중 하나는 공차중량(SEAL 2205㎏, 아이오닉 6 2035~2055㎏)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덕분이기도 하다.
전비는 1회 충전 주행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SEAL AWD는 복합 407㎞인데, 아이오닉 6 AWD는 18인치가 533㎞, 20인치가 440㎞다. SEAL이 다소 열세이기는 한데,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는 400㎞ 이상일 경우 큰 불편함은 없다.
충전 속도는 SEAL이 20%에서 80%까지 30분 소요되고, 아이오닉 6는 350㎾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10%에서 80%까지 18분 걸린다.

SEAL AWD의 가격은 4690만원이다. 국가 보조금은 178만원이고, 지자체별 보조금을 더하면 최종 가격이 결정된다. 서울의 경우 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낮은 60만원이어서 최종 구매 가격은 4452만원이 된다. 경기도는 시, 군별로 보조금의 차이가 있어서 4028만~4312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보조금이 가장 많은 경상북도에서는 3412만~3912만원이고, 특별시나 광역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4000만원 이하로 구매가 가능하다.
경쟁차인 아이오닉 6는 롱레인지 AWD의 경우 익스클루시브 트림에 전륜 모터를 추가하면 5762만원이 돼 SEAL AWD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다. 다만 아이오닉 6는 국가 보조금이 635만~686만원으로 SEAL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따라서 실제 구매 가격 차이는 300만원대로 줄어든다.
BYD는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수많은 차종을 도입한다면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전기차뿐 아니라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종으로 판매 차종을 확대할 경우 경쟁력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