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아·KGM, 군용 지휘차 수주 놓고 30년 만에 '맞대결'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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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타스만 한국군 표준 지휘 픽업

기아와 KGM이 차세대 군용 지휘차 수주를 놓고 30년 만에 맞대결을 벌인다.

기아는 20일 경기도 킨텍스에서 개막한 'ADEX 2025' 행사에서 타스만 기반의 새 군용 지휘차를 내놨다. 그러면서 기아는 “지난달 한국군의 표준 지휘용 픽업으로 선정돼 연내에 실전 투입된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현재 KGM이 쌍용차 시절부터 납품하던 무쏘 스포츠(구(舊) 렉스턴 스포츠)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에 관해 KGM 관계자는 “2026년에 무쏘 스포츠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돼 풀 체인지되는 Q300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기아에 흡수된 아시아자동차는 약 30년 전인 1996년에도 군용 지휘차 자리를 놓고 쌍용자동차와 수주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아시아자동차가 K-111의 후속으로 개발한 K-131(민수용-레토나)과 쌍용의 KJ(민수용-코란도)가 군의 지휘차 선정사업에서 심사에 오른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아시아가 수주하자, 쌍용자동차 홍보팀은 “아시아자동차에 퇴역 장성들이 많이 있어서 로비전에서 진 것이고, 차 성능 자체는 우리가 우수하다”라며 억울해했다.

K-131이 선정되긴 했으나, 실전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직렬 4기통 2.0ℓ MPI 가솔린 엔진을 얹은 이 차는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오르지 못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 운전병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반면 쌍용차의 KJ는 디젤 엔진을 얹어 토크 면에서 앞섰다. 쌍용차 홍보팀이 억울하다고 한 게 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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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한국군에 납품하는 KLTV(소형 전술/지휘차)

K-131은 미군 지프(JEEP)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토우 미사일 발사 차량이나 방탄 정찰차 등으로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우리 군은 더 높은 성능의 차를 요구했다. 그래서 나온 차가 2017년부터 우리 군에 다양한 형태로 보급되고 있는 K-151 현마(晛馬) 소형 전술차/지휘차다.

K-151은 지휘 차량을 비롯해 수색, 통신, 정찰, 카고 트럭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하기 위해 장축과 단축, 두 가지로 개발됐고, 방탄과 비(非)방탄 등 두 가지로 나온다. 이 차는 전장에서 뛰어난 활용도가 있지만, 평시 지휘 차량으로는 다소 오버 스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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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지휘 및 지원 차량

우리 군은 2012년부터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W와 코란도 스포츠를 납품받아서 주로 후방 지역에 투입했다. 이 차는 방탄 성능이 없고, 민수용 코란도 스포츠의 하체 높이를 20㎜ 높이고 산악용 타이어를 끼우는 한편, 영하에서의 시동성능을 강화하는 정도의 보강만 이뤄졌다. 2019년 이후로는 렉스턴 스포츠로 바뀌면서 연간 600~700대씩 우리 군에 납품됐다.

이번 ADEX 2025에 등장한 타스만 기반 차세대 지휘 차량은 무쏘 스포츠의 자리를 빠르게 메꿀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기아 관계자는 “경쟁차보다 주행 성능, 도섭 능력, 전자 계통의 장비가 모두 우월해서 기존 지휘 차량을 새롭게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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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 지휘 차량

기아가 공개한 타스만 베어 섀시는 전장 5410㎜, 전폭 1930㎜, 전고 1870㎜이고 최저 지상고는 224㎜다. 지휘 차량의 경우는 전장 5450㎜, 전폭 1950㎜, 전고 2100㎜이며, 유로 5 기준을 만족하는 2.0ℓ 디젤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10마력, 최대토크 45.0㎏·m를 낸다. 6인승 정원인데, 분리형 2열 시트를 달아서 3열까지 워크 스루가 되는 게 특징이다.

무전기와 화학 경보기 멀티 거치대를 장착했고, 1열과 3열에는 총기 거치대도 마련했다. 폭발물 방호 성능은 없으나, 냉각기와 TCU를 보호하기 위해 언더커버를 장착했다. 전투나 작전 시에는 암전(暗轉) 기동도 가능하다. 도섭(도강) 능력은 51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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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 지휘 차량 내부

타스만 기반 지휘 차량은 무쏘 스포츠보다는 월등하게 앞선 전투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향후 빠르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군도 한 분야에 여러 업체의 차량을 쓰지 않았던 것도 이런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타스만 지휘 차량은 K-151 스펙까진 필요 없는 나라에 군용 지휘차로 수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KGM 관계자는 “올해도 무쏘 스포츠를 우리 군에 400대 정도 납품했고, 내년에 Q300이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해서 나올 예정이니 지켜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KGM이 Q300을 어떻게 군용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30년 만의 재대결 가능성은 커질 전망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