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에 올인하는 중국 자동차 업계가 충전 속도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5 광저우 모터쇼에는 BYD와 지커(Zeekr), 샤오펑(Xpeng) 등 중국 업체들의 충전 인프라가 공개됐는데, 여기서 각 업체들의 특징을 알 수 있다. BYD는 올해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5분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는 '메가와트(1000㎾)' 충전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쇼에서도 BYD는 이 기술을 크게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업계 최고 수준의 1000V 시스템을 쓰는데, 250㎾(250A) 출력으로 10→80% 충전에 9분 12초밖에 안 걸린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BYD가 개발한 슈퍼 e플랫폼은 일반 충전소에서도 전압을 높여 더 빨리 충전을 끝낼 수 있고, 업계 최초의 듀얼 건 충전 기술을 통해 70%까지 시간을 줄인다. 또한 스마트 펄스 자가 발열 기술을 통해 추운 지역에서의 충전 속도를 53% 향상해 저온에서도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BYD 측에 따르면, 영하 20도에서도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0분이면 충분하다. 정격 용량의 10배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거나 받을 수 있는 10C 배터리도 자랑거리다.
이에 비해 지커는 1300㎾의 충전 출력을 내세운다. 지커는 800V 시스템을 기반으로 2021년 4월에 V1급 360㎾ 충전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2022년 6월에는 V2급 600㎾, 2023년 9월에는 800㎾, 최근에는 V4 900V 시스템을 내놨다. 충전 출력은 1300㎾, 최대 허용 전류는 1300A다.

최근에 업데이트 된 지커 7X는 900V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6C급 배터리에 충전 출력은 최대 618㎾다. 이를 이용하면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0분이면 된다. 같은 상황에서 800V 시스템으로는 30초가 더 걸린다.
7X 사륜구동 버전은 최고출력 585㎾(796마력)에 이르며,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2.98초에 끝낸다. 한 번 충전으로 노멀 주행 모드에서 715㎞까지 달릴 수 있다.

7X는 중국에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5만2255대가 팔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스웨덴 시장에 800V 버전이 시판되고 있다. 내년에 한국 진출 후 시판될 유력한 모델이기도 하다.
샤오평은 800V 시스템을 사용한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샤오평의 주장에 따르면, 충전 출력이 800V를 넘을 경우 배터리 수명이 급속히 짧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800V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CATL은 5분 충전으로 70%를 충전하고 520㎞를 달릴 수 있는 '프리웨이 듀얼 파워 배터리'를 내세웠다. 충전을 완료했을 때 충전 출력 561㎾에 충전 전류는 632A다. 이 배터리는 3분 7초만 충전해도 379㎞를 달릴 수 있는 거리가 확보된다. 이 때 충전 출력은 664㎾에 충전 전류는 739A다. 그러니까 초기부터 70% 충전 때까지 출력과 전류가 상당히 높은 상태로 큰 차이 없이 유지된다는 얘기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다른 나라가 전혀 쫒아올 수 없는 속도로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인프라가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BYD는 현재 4000개 이상의 메가와트 충전소를 자체 건설하고 있으며, 파트너와 협력하여 급속 충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뜨거워진 충전 속도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