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파워 하이브리드' 혼다 C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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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진행되던 전동화의 흐름이 주춤하면서 큰 격변기를 맞고 있다. 전동화에 올인하기로 했던 브랜드조차 속도 조절에 나선 요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친환경으로 가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하면 세계 최초 상용화에 나선 토요타를 떠올리는 이가 많겠지만, 혼다자동차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최근 혼다자동차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은 듀얼 모터로 인한 파워와 효율의 증대로 요약할 수 있다.

직·병렬식은 크게 토요타 방식과 혼다 방식으로 나뉜다. 토요타 방식은 엔진과 모터 사이에 동력 분할 장치가 개입해 엔진이나 모터의 파워를 적절히 배분한다. 전기 모드(EV)를 별도로 선택할 수 있고, 배터리 충전량이 충분할 경우 전기로만 달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과거 채택했던 병렬식은 이게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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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방식은 발전용 모터와 주행용 모터 등 2개의 모터를 채택한 점에서 토요타와 유사하지만, 동력 분할 장치 대신 클러치로 조절하는 게 다르다. 따라서 토요타 방식보다 구조적으로 간단하면서도 연비와 파워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혼다는 2016년 1월, 듀얼 모터를 적용한 9.5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고, 2018년에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최근 판매되는 모델은 10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CR-V는 2021년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했고, 2023년 9월에 6세대 '올 뉴 CR-V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최근 선보인 2026년형 CR-V는 이 파워트레인을 유지하면서, 편의장비를 대폭 보강했다. 안전 사양으로는 혼다 센싱(Honda SENSING)에 후측방 경보 시스템(BSI)과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CTM)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트래픽 잼 어시스트(TJA), 저속 주행 시 차량 전·후방의 장애물을 감지해 구동력을 제어하는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기능(LSBC) 등 기존의 혼다 센싱 기능은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다. 이외에도 혼다의 독자적인 안전 차체 설계 기술인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차체 구조와 리어 사이드 에어백 및 프런트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첨단 10 에어백 시스템으로 안전성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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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라이트 그레이 및 블랙 투톤의 신규 시트 컬러와 오렌지 스티치 디테일을 적용해 도심형 SUV의 무드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사이드미러 열선 기능과 2열 시트 열선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 편의성을 향상했으며, 토너 커버가 새롭게 적용되어 짐 적재 시 보관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을 더욱 높였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경쟁차보다 전기 모터의 구동 범위가 넓고, 파워가 강력한 편이다. 전기 모터와 엔진의 구동 연결도 자연스럽다. 즉, 저속과 중속에서는 혼다의 하이브리드가 연비와 파워가 좋고, 고속에서는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가속감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게 느껴진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구조적으로도 많이 진화했다. 인텔리전트 파워 유닛(IPU)은 이전 세대보다 체적과 중량을 줄이면서도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어코드는 리어 시트 아래에, CR-V는 트렁크 바닥에 IPU를 배치해 트렁크 공간을 더욱 넓게 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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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컨트롤 유닛(PCU) 역시 전 세대 모델보다 중량 1.4% 포인트 줄이면서도 출력은 6% 포인트 증가시켰다. 이는 구조적으로 더 복잡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탑재에 대비한 설계다. 이렇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을 이해하고 타면 연비를 향상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동일한 2.0ℓ 직분사 앳킨슨 엔진과 E-CVT 조합의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모터의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는 34.0㎏·m이며,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6㎏·m로 엔진이 모터의 보조 역할을 하며 파워풀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CR-V는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실현하며 직관적이고 압도적인 가속감을 제공한다. 초기 가속부터 고속 주행까지 뛰어난 승차감, 스티어링 추종성을 높여 한층 일체감 있는 핸들링도 가능하다. 고속 크루징 시 정숙성을 높이는 록 업(Lock-up) 고단 클러치와 견인 능력 및 도심 주행 연비 향상에 기여하는 록업 저단 클러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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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형 뉴 CR-V 하이브리드는 2가지 트림으로 구성되며, 가격은 2WD 5280만원, 4WD 5580만원이다. 색상은 크리스털 블랙 펄, 플래티넘 화이트 펄, 메테로이드 그레이 메탈릭, 어반 그레이 펄, 캐니언 리버 블루 메탈릭 등 5가지로 판매된다.

혼다를 이끌어가는 모델은 어코드와 CR-V, 두 가지가 주축이다. CR-V는 현재 15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글로벌 누적 판매량 1500만 대를 돌파했다. 특히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누적 판매 기준으로 CR-V는 혼다 자동차 중 최다 판매 모델이기도 하다. 그만큼 믿을 만한 모델이라는 얘기다. 연비와 파워를 모두 갖춘 SUV를 찾는다면 CR-V가 정답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