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지배자! 폭스바겐 레이스 투아렉2

발행일자 | 2009.01.21 09:55

다카르 랠리 1위, 2위, 4위, 9위.

2009년의 성적이 아니다. 폭스바겐은 1980년에 열린 오리지널 ‘파리-다카르’ 랠리의 2회째 대회에 참가해 이와 같은 기록을 냈었다. 경주차는 독일군에 납품했던 지프형차 ‘일티스’. 양산차의 모습 거의 그대로 – 심지어 지붕과 도어는 캔버스 재질 그대로- 출전했지만, 고작 110마력짜리 엔진을 얹고도 V8 경주차나 랠리 전용 머신들을 이겨버렸다. 이후 20여 년간 폭스바겐은 다카르 랠리에의 발길을 끊었었다. 너무 쉬웠나…


폭스바겐이 ‘TDI’라는 카드를 빼 들고 다시 사막을 찾은 것은 2003년. 디젤 경주차가 우승은 커녕 시상대에 오른 적도 없었던 승용차 부문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가능성을 타진했다. 첫 경주차는 버기카 형태인 ‘타렉’으로, 승용 2륜 부문에서 1,2위, 전체 순위에서 6,8위를 차지해 잠재력을 입증했다.

2003년, 자사의 사실상 첫 SUV인 투아렉을 출시한 폭스바겐은 2004년 대회 출전차 또한 ‘레이스 투아렉’으로 준비했다. 양산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 경주전용 프로토타입은 데뷔무대에서 스테이지 우승 1회와 전체 순위 6위를 기록했다. 이어 2005년에는 3위를 차지, 드디어 디젤 경주차가 시상대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우승은 쉽지 않았다. 2006년, 대폭 개량된 경주차 ‘레이스 투아렉2’로 다카르를 찾은 폭스바겐은 새로운 터보차저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순위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어쨌든 투아렉의 선전은 2007년에도 계속됐다. 대회 첫 8일 동안은 선두를 지켰고 15일간의 스페셜 스테이지 중 10개의 스테이지 우승을 따냈다. 그렇지만 종합순위는 4위였다.

그 사이, 미쓰비시는 다카르 랠리 7년 연속 종합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승리에 폭스바겐이 얼마나 애가 탔을지는 뻔한 일. 그런 와중에 2008년 대회가 테러위협으로 출발직전 취소됨으로써 와신상담의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났다.

2009년, 아프리카 대신 남미로 무대를 옮긴 ‘다카르’랠리에서 폭스바겐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레이스 투아렉2가 1위, 2위, 6위를 차지한 것이다. 1위 차량의 드라이버-기니엘 드 빌리에르(남아공, 37)는 2006년 같은 경주차로 아깝게 2위에 머물러야 했던 바로 그 사람. 그 사이 레이스 투아렉2는 개량에 개선을 거듭했다. 2007년 대회 때는 35%에 이르는 부품을 새로 개발했었고, 이번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가령, 보닛을 평편하게 해 시야를 확보하고 후륜 서스펜션을 개량해 차체 롤을 줄였으며 실내에는 (드디어!!!) 에어컨을 장비했다.

혹시 몰라서...트립마스터와 GPS는 두 세트씩!

기본 구조 자체는 2005년 말에 데뷔한 레이스 투아렉2와 같다. 양산차를 개조해 만든 것이 아니라 사막랠리 전용으로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으로, 양산차와는 뼈대부터 다른 스틸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에 ‘이름만 투아렉’인 2도어 형태의 카본 파이버 차체를 씌웠다. 이래봬도 풍동실험과 CFD(전산유체역학)를 통해 다듬어진 공기역학적인 바디로, 폭스바겐 본사에서 직접 맡아 디자인한 것이다.

엔진은 투아렉 양산차의 직렬 5기통 2.5리터 TDI를 진화시킨 것으로(얼마나 진화시켰는지가 관건이겠으나) 기통당 4밸브와 2스테이지 터보차저가 달려 있으며, 최고출력이 280마력, 최대토크가 600Nm(61.2kgm) 이상에 이른다. 폭스바겐 모터스포츠의 관계자는 디젤엔진의 토크가 사막지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뿐 아니라 연료를 적게 소비하기 때문에 가솔린 차량 대비 최대 200kg의 경량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변속기로는 5단 시퀀셜과 ZF작스(Sachs)의 3단 세라믹 클러치가 들어갔고 영구 4륜구동 시스템과 3개의 비스커스 록킹 기계식 디퍼렌셜을 장비했다. 현가장치는 앞뒤 모두 더블위시본. 바퀴마다 가동거리가 긴 ZF작스 댐퍼/스프링이 2개씩 달려있다.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320mm 직경의 V디스크와 알루미늄 캘리퍼를 쓰며, 앞쪽이 6피스톤, 뒤쪽은 4피스톤이다. 휠은 7.2 x 16인치 사이즈, 타이어로는 BF굿리치의 235-85/16 사이즈를 끼웠다.

차체 크기는 길이 4,171mm, 폭 1,996mm, 높이 1,762 mm에 휠베이스가 2,820 mm. 최소 무게는 1,787.5 kg이며, 이중 카본파이버로 만들어진 차체무게는 50kg에 지나지 않는다.

장소만 옮겨졌을 뿐, 이번에도 죽음의 랠리는 여전했다. 출전한 500개 팀 중 결승점을 통과한 것은 겨우 276개. 이러한 경기에서 폭스바겐은 근 30년만의 우승이라는 쾌거와 함께 디젤차 종합1위의 기록도 세워냈다. 투아렉(사막의 유목민 종족)이 이름값을 톡톡히 한 셈이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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