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박스터

발행일자 | 2009.03.22 02:46

박스터의 전임 모델, 포르쉐 968 (클럽 스포츠 버전)

1990년대 초, 포르쉐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해있었다. 후방엔진의 911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획했던 앞엔진/뒷바퀴 굴림 방식의 스포츠카들- 928/944/968등-은 줄줄이 실패를 맛봤고 911만으로는 회사가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1990년, 토요타로부터 일본식 생산법을 배우기 시작한 포르쉐는 1993년 벤델린 비데킹을 새 CEO로 영입하면서부터 수익구조를 개선해줄 신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는데, 그것이 1993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셉카로 처음 선보여진 박스터(Boxster)였다.


포르쉐 박스터 컨셉카 (1993)

911보다 문턱을 낮춘 아랫급 모델로써 좀더 대중적인 수요를 노렸던 박스터는 911과의 시장간섭을 피하기 위해 후방엔진이 아닌 미드십 구조를 갖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일정 수준의 부품 공유를 통해 서로의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것이 1996년 파리모터쇼에서 양산형으로 공개된 박스터(코드네임 ‘986’)와 이듬해 선보여진 ‘996’형 911의 관계였다.

포르쉐 550 스파이더

924,944,968등 박스터 이전에 번번이 쓴 잔을 마셨던 엔트리급 모델들의 전처를 밟지 않기 위해, 박스터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550 스파이더’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550은 1950년대의 성공적인 레이스카로, 1.5리터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운전석 뒤에 탑재한 극단적으로 낮은 차체의 ‘경량’ 로드스터였다. 나중에는 일반에도 시판되어 큰 호응을 얻었고, 제임스 딘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당시 타고 있었던 차로도 유명했다. 박스터는 쿠페가 먼저였던 다른 모델들과 달리 처음부터 로드스터로 구상되고 설계된 보기 드문 포르쉐였다. 모델명은 ‘수평대향 엔진’을 뜻하는 ‘박서(boxer)’와 ‘로드스터(roadster, 비고정식 지붕을 가진 가벼운 2인승차)’의 합성어. 데뷔 당시에는 911(996)과 같은 수냉식 수평대향엔진을 쓰되 배기량을 낮춰, 2.5리터 6기통 엔진을 운전석과 뒤차축 사이에 배치했었다.

흔히 후방엔진 배치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911을 포르쉐의 원류, 356의 직계자손으로 보지만, 사실 1948년에 처음 만들어진 포르쉐의 356 1호차(356-001)는 미드십의 엔진배치를 가진 로드스터였다. 비록 356은 후방엔진으로 개량돼 양산되었지만, 550 스파이더처럼 미드십 모델들은 포르쉐의 60여 년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축이었다. 911의 상징성으로 인해 그 외의 엔진배치를 가진 포르쉐들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었지만 박스터는 달랐다. 사상 최초로 공냉식 엔진을 버린 996형 911과 함께 포르쉐가 배수의 진을 치고 내놓았던 박스터는 판매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둠으로써 포르쉐를 기사회생시켜냈다. 본래 독일 스투트가르트의 포르쉐 공장에서 생산됐던 박스터는 공급량이 부족해 핀란드의 발메(Valmet)사에 외주생산을 맡겨야 했고, 현재까지도 박스터와 형제차 카이맨의 생산 대부분은 발메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12년부터는 오스트리아의 마그나 슈타이어로 이관된다.) 박스터는 2003년 카이엔이 출시되기 전까지 포르쉐의 사상 최다 판매모델이었다.

포르쉐 박스터 (1996)

무게중심이 낮은 엔진을 앞뒤 차축 사이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박스터는 스포츠카로써의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갖고 태어났다. 이는 태생적 매력만큼이나 그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는 911과도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다만 엔트리 모델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한껏 낮춰진 엔진 힘은 위협적인 경쟁모델들의 등장 속에 점차 약점으로 부각되었다. 초기 모델의 2.5리터 엔진은 최고출력이 204마력으로, 300마력인 996 카레라와 격차가 컸다. 포르쉐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할 리 없었다.

포르쉐 박스터 S (2000)

박스터는 2000년형 모델부터 2.7리터/220마력 엔진을 얹게 되었고 3.2리터/253마력 엔진을 얹은 박스터S가 새롭게 추가돼 911과의 차이를 줄였다. 2003년형 모델에서는 배기량을 그대로 둔 채 출력을 각각 231마력과 258마력으로 높였고 페이스리프트라 할 수 있는 일부 개량도 가해졌다.

포르쉐 박스터 (2003)

램프류에서는 오렌지색을 뺐고 범퍼와 측면 흡기구의 가로핀은 차체색으로 강조했다. 배기구 부근의 디자인에도 변화를 주었고, 플라스틱 재질이었던 뒷창은 유리로 변경되었다. 글로브박스를 새로 만들고 컵홀더를 개량하는 등 미국시장을 의식해 실내도 개량했다. 박스터와 앞부분의 상당 부품을 공유한 탓에 오너들의 불만을 샀던 996이 터보 모델의 헤드램프를 이식해 차별화를 꾀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포르쉐 박스터/박스터S (2005)

박스터의 2세대 모델인 코드네임 ‘987’은 2004년 파리 모터쇼에서 데뷔했고, 쿠페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카이맨S(987.120)도 뒤이어 선보여졌다. 수퍼카 카레라GT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된 2세대 박스터는 이전모델보다 길이가 3~4cm, 폭이 2cm 가까이 커졌으나 휠베이스는 거의 동일했다. 포르쉐에 따르면 이전 모델과 공유한 부품은 20%에 불과하다. 엔진은 기본형 박스터가 2.7리터/240마력, 박스터S가 3.2리터/280마력이었고, 2007년형 모델에서는 카이맨/카이맨S와 같은 2.7리터/245마력과 3.4리터/295마력으로 조정되었다. 변속기는 박스터가 5단수동, 박스터S가 6단 수동을 썼고, 5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를 양쪽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19972005

끊임없는 출력증강 덕분에 박스터 계열의 성능은 911을 위협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포르쉐는 교묘하게 911시리즈를 보호하고 있었다. DFI와 PDK 적용이전의 비교를 보면, 911(997)은 박스터 계열과 기본적으로 같은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면서도 카레라가 3.6리터(325마력), 911 카레라S가 3.8리터(355마력)로 그 선을 분명히 그었다. 박스터 계열에 LSD(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 옵션을 설정하지 않은 것도 강화된 차체강성과 미드십 구성을 무기로 언제라도 911을 위협할 수 있는 카이맨의 발목을 잡아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포르쉐 박스터S (2005)

911 카레라와 카레라S가 그렇듯이 박스터와 박스터S도 배기량과 출력 외에 일부 사양을 달리 하고 있었는데, 박스터S는 수동변속기의 단수 차이 외에도 PCCB(포르쉐 세라믹 콤포지트 브레이크)를 선택할 수 있는 특권과 1인치가 더 큰 18인치 휠, 더 큰 브레이크 디스크, 그리고 빨간색 캘리퍼를 가졌다. 앞 범퍼 번호판 밑의 흡기구는 박스터 S에만 뚫렸고 측면 흡기구가 티타늄 색으로 도색된 것, 뒷범퍼 가운데로 나온 배기구의 구멍이 두 개로 나뉜 점도 박스터 S의 특징이었다. 포르쉐의 액티브 서스펜션인 PASM은 박스터에서도 선택할 수 있었다.

포르쉐 박스터 S (2009)

2008년 11월 LA모터쇼에서는 2세대 박스터/카이맨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선보여졌다. 2.5세대라 할 수 있는 이들의 특징은 먼저 데뷔한 911시리즈처럼 직분사(DFI) 시스템과 PDK (Porsche Doppelkupplung) 변속기를 적용한 것. 기본형 박스터와 카이맨은 배기량이 2.7리터에서 2.9리터로 높아진 대신 기존의 연료분사방식을 그대로 유지했고, 고성능 버전인 박스터S/카이맨S는 3.4리터의 배기량을 유지(정확히는 3,387cc에서 3,436cc로 확대)한 대신 DFI를 도입했다. 기존의 5단 팁트로닉 대신 7단 PDK를 모든 모델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기본형 박스터에 적용되던 5단 수동변속기는 S모델과 같은 6단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포르쉐 박스터 S (2009)

최고출력은 박스터가 255마력, 박스터S가 310마력이고 카이맨, 카이맨S는 이보다 10마력씩이 높다. S모델들의 엔진 성능은 996시절의 카레라(3.4리터,300마력)를 추월했고, 카이맨S의 경우 DFI 적용이전의 997 카레라(3.6리터/325마력)에 바싹 다가섰다. 그리고, 결국 LSD 옵션도 추가되었다. 박스터S에 PDK와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옵션을 더하면 론치컨트롤을 이용해 0-100km/h 가속을 5.0초에 끝낼 수 있으며, 카이맨S의 경우에는 이를 4초대로 끌어내린다. 박스터S의 최고속도는 PDK 버전이 272km/h, 6단 수동변속기 버전이 274km/h이고, 가속성능이나 연비 등 전체적인 성능과 효율면에서는 PDK버전이 우위를 보인다.

포르쉐 박스터 S (2009)

엔진, 변속기와 함께 외관 디자인도 일부 변경되어, 카레라 GT를 더욱 닮도록 조형된 헤드램프에는 다이내믹 코너링 라이트가 선택사양으로 추가되었고, 앞뒤 램프에는 주간주행등 및 미등, 제동등 용으로 LED를 적용해 시인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박스터와 박스터S 모두 앞 번호판 하단에 흡기구를 갖게 되었고, 테일램프는 기존 모양보다 아래쪽이 불룩하게 만들어졌다. 배기구 양 옆으로 디퓨저 형상이 추가된 것도 차이점. 사이드미러는 기존 모델보다 사이즈를 키워 후방시야 넓혔고, 터치 스크린 방식의 새 PCM과 통풍식 시트도 선택사양에 새로이 추가되었다. 에디터 / 민병권 @ www.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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