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발행일자 | 2009.10.25 01:39
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푸조의 중형세단 407은 406의 후속으로 2004년에 처음 출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디젤 승용차 허용과 함께 첫 스타트를 끊으며 상륙해 화제를 모았던 모델이다. 지난 9월 10일자로 국내 시판에 들어간 뉴 407은 그 407의 페이스리프트 버전. 유럽에서는 2008년 여름부터 판매되었으니 우리나라에 상륙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4년 만의 페이스리프트이지만 변경 폭은 크지 않다. 외관상, 앞부분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바뀌었고 범퍼와 측면의 몰딩이차체 색상으로 칠해졌다. 유럽 내에서라면 모를까 우리나라 같은 곳(?)에 수출할 차량이라면 몰딩은 진작에 칠했어야 했다. 시승차는 검정색 계통이라 사진상으로는 차이가 덜 느껴지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검정색 몰딩 부분 대신- 크롬 몰딩에 눈이 가게 되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핀에도 크롬이 입혀져 특유의 커다란 입이 조금은 오밀조밀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

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시승차가 밝은 색이었다면 앞부분 보다는 뒷부분의 변화를 인지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테일램프 디자인이 -푸조의 표현에 따르면- ‘완전히’ 바뀌었고 범퍼하단부에는 407 쿠페처럼 디퓨저 형상이 추가돼 스포티한 분위기를 낸다. 테일램프 양쪽 끝을 이어주던 범퍼몰딩은 휀더에서 시작해 테일램프 안쪽 경계에서 끝나는 형태로 바뀌었다. 테일램프에 내장되어 있었던 반사판은 번호판 양 옆으로 외출했다.

전체적으로 은근하게 더 우아하면서도 강건한 모양새가 된 것은 사실이나, 307, 혹은 쏘나타 트랜스폼 정도의 변화를 기대했던 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5년 전에 나온 차임에도 여전히 과감한 라인과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음이 새삼스럽다. 차체 길이는 15mm가 늘어났다. 뒷범퍼 형상이 바뀌면서 리어오버행이 추가된 탓이다. 나머지 차체 사이즈는 기존 모델과 같다. 길이가 4,691mm로 국산 중형차들보다 짧지만 휠베이스는 2,725mm로, 부족하지 않다.

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실내는 운전석에 앉는 순간, 아니 처음 문을 여는 순간부터 뭔가가 바뀌었음을 눈치채게 된다. 새로운 장식들이 번쩍거리면서 눈을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기본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상에 이렇다 할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센터 페시아와 송풍구, 도어 손잡이 주변에 펄이 섞인 유광 검정색 마감이 적용되었고 크롬 장식이 추가되어 이러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힘을 주어 꾸민 이 ‘펄 블랙’ 마감의 품질이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 스위치류나 전반적인 마감 재질의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드트림 대신에 적용된 사각패턴의 메탈 트림은 봐줄 만 하지만 전체적인 만족감을 따지면 동생인 308에 못 미치는 듯 하다.

시승차는 센터페시아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매립하고 대시보드 위쪽에 보조 액정을 달았다. 처음에는 지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향해야 하는 것이 불편하게 여겨졌지만, 덕분에 화면까지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기 때문에 엎드리다시피 몸을 숙이지 않아도 간편하게 터치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리모컨이 필요 없고 화질도 좋다.

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다만 트립컴퓨터와 공조장치, 오디오, 차량설정 등의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보조액정은 상대적으로 오래된 느낌이고, 하우징의 재질도 아쉽다. 역시 308보다 못한 부분이다. 보조액정에는 주차센서에 감지된 장애물의 위치와 거리도 그래픽으로 표시되는데, 이번 모델에는 전방 주차센서 4개가 추가되어 길쭉한 느낌의 앞턱을 휘두르기가 한결 마음 편해졌다. 407은 대시보드가 낮고 앞유리 끝이 전진해 있어 시야가 넓게 트여있지만 이마를 압박하는 A필러의 경사가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가운데 팔걸이는 2단 구성으로,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팔걸이 부분이 전방상향으로 튀어올라 기대기 좋은 위치가 된다. 안쪽의 수납함을 쓰고자 할 때는 잡아 뜯듯이 들어올리면 되는데, 뒷좌석용 송풍구와 주차브레이크 등에 자리를 빼앗긴 탓인지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이외에는 운전석 근방의 수납공간이 한 칸짜리 접이식 컵홀더 뿐이라 아쉽다. 컵 하나 꽂고 나면 핸드폰 내려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변속기 앞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재떨이가 얄밉다. 용도는 다르지만 스티어링 컬럼 왼쪽 아래 부분에 비교적 큼지막한 서랍이 있긴 하다.

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사양은 꽤 좋은 편이다. 오토 헤드램프, 좌우 독립 온도 조절장치는 물론 유리창은 뒷좌석까지 원터치로 오르내리고 시트는 동반석까지 8웨이 전동조절식이다. 양쪽 좌석 모두 요추 받침은 수동조절. 열선은 방석 바깥쪽에 위치한 다이얼로 조절한다. 시승차와 달리 시판차에는 투톤 스웨이드 가죽과 ECM 룸미러가 적용된다고 하는데, 차 값은 사양에 따라 4,100만원~4,760만원으로 달라진다. 크루즈 컨트롤과 와이퍼 등의 조작성이 개선되었다고 하나 기존 오너가 아닌 이상은 눈치채기 어려운 부분이다.

큼지막하게 꺼떡거리면서 열리는 앞문에 비해 뒷문은 아담하고 가볍게 열리는 편. 가운데 터널을 거의 납작하게 처리한 수고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은 그리 여유롭지 않게 느껴진다. 주로 좁은 머리공간 때문으로, 승하차 때도 신경이 쓰인다. 천장 높이도 그렇지만 정수리부터는 지붕이 아니라 뒷유리 아래에 놓이게 되는 점도 눈에 띈다. 여담일 수 있지만 왜건인 SW버전이 계속 수입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다만 SW는 4,710만원 사양뿐이다.) 1열 시트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앞으로 당겨도 뒷좌석 발공간은 좁게 느껴지는 편. 하지만 앉은 자세 자체가 껑충하지 않고 무릎공간도 그럭저럭이라 중형세단 답다.

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가운데 암레스트에는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있고 뒷좌석용 송풍구와 전원소켓, 소물함도 마련되어 있다. 쓰기 편하게 배치된 운전석 암레스트의 유리조절 스위치와 달리 다른 문짝의 스위치들은 다소 생뚱 맞은 곳에 자리한 듯. 대중적인 모델이지만 도어에 햇빛가리개가 내장된 것은 특이사항이다. 뒷좌석 헤드레스트는 투구형으로 생겨서 후방시야를 덜 가리지만 등받이를 제대로 접고자 할 때는 제거해야 한다. 뒷좌석 폴딩은 방석을 먼저 앞으로 젖힌 뒤 등받이를 눕히는 방식으로, 동작이 깔끔하진 않다. 폴딩과 별도로 스키 스루도 가능하다. 뒷좌석용 사이드 에어백은 도어에 내장되어 있다. 물론 앞뒤좌석을 모두 커버하는 커튼 에어백도 달려있고, 아직은 흔치 않은 운전석 무릎보호 에어백까지 갖추어 407에 장착된 에어백은 총 9개이다.

트렁크 덮개는 우측의 ‘407’ 엠블렘 중 ‘0’자 안쪽에 숨겨진 버튼을 누르면 열리도록 되어있(지만 어쩐 일인지 시승차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덮개 안쪽의 손잡이는 왼쪽에만 있어서 닫을 때 도움이 덜 된다. 물론 오른손잡이 기준의 생각이다. 연료 주유구잠금장치는 307이나 308 HDi처럼 마개에 시동키를 꽂는 불편한 방식이 아니라 도어록 연동식으로 되어 있어 주유구를 열기 위해 별다른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사이드미러도 도어록에 연동돼 자동으로 접히거나 펴지도록 설정할 수 있다.

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푸조 407은 페이스리프트 직전인 2008년 4월까지 전세계적으로 75만 대가 판매되었는데, 그 중 77%가 HDi, 즉 디젤 엔진 탑재 모델이었다고 한다. 특히 2008년 들어서는 그 비중이 86%까지 높아졌을 정도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407에 준비된 디젤 엔진은 크게 네 가지로, 1.6리터, 2.0리터, 2.2리터, 2.7리터의 배기량을 가졌다. 이중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자동변속기가 준비된 2.0과 2.7(V6).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는 2.0HDi 수동변속기 버전의 출력이 4마력 높아지면서 연비가 좋아지고 CO2 배출은 줄어 유로5에 대응하게 되었으나, 자동변속기 버전의 출력은 종전대로 136마력에 머물고 있다. 136마력이든 140마력이든 동급의 최신 디젤엔진들과 비교하면 부족하게 생각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막상 운전을 해보면 경쟁력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34.7kg.m의 토크(오버부스트 시)와 6단 자동변속기의 적절한 매치를 통해 실용영역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일이 없도록 시원스럽게 뻗어줄뿐더러, 소음과 진동 면에서는 수치상 출력만 높은 일부 최신모델들보다 오히려 낫기 때문이다. 시동 초기- 냉간 시의 진동이나 저속에서 스티어링휠을 감을 때 간헐적으로 강해지는 스티어링휠의 진동 및 떨림음을 제외하면 나무랄 것이 없다. 정차 때마다 시동을 꺼버리고 싶어졌던 어느 디젤 승용차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얘기다.

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호평을 받아온 앞-더블위시본, 뒤-멀티링크 타입 서스펜션도 여전하다. 단단하지 않아 출렁거리고 쏠림도 있는 듯 하지만 로드홀딩과 핸들링이 뛰어난 절묘한 설정. 2010년형 체어맨W가 너무도 태연하게 넘어 칭찬을 받았던 과속방지턱은, 사실 그 이전에 407에서도 비슷한 놀라움 –차급의 차이를 생각하면 더 큰 놀라움-을 안겨주었었다. 타이어는 215/55ZR17규격의 미쉐린 파일럿 Exalto. 종종 도로이음메의 충격을 덜 걸러주는 듯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입을 앙다물고 비명을 참는다.

제원상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운전자 혼자 탔을 때를 기준으로 10.7초이고, 최고속도는 205km/h로 별다른 불만을 갖기 어렵다. (불만이 있다면 2.7 V6 HDi엔진의 407을 선택하시라!)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2,000rpm을 하회. 공인연비는 14.7km/L로 이전의 14.3km/L보다 개선되었고, 공차중량도 55kg가벼워진 것으로 되어있다. 총 주행거리가 5천km에 약간 미달한 시승차의 그간 평균연비는 10.4km/L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푸조 공식 수입사인 한불모터스는 407 HDi(4,460만원)에 대해 36개월 무이자할부와 60일 무료 골프 라운딩이 제공되는 푸조 골프 멤버십카드(약 500만원 상당 혜택)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관련기사 참조-

디젤 가라사대, 푸조 뉴 407 2.0 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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