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프리우스는 국내 공인연비 29.2km/L(CO2배출 80g/km)의 녹색 괴물이다. 하지만 혹자는 기존의 (하이브리드가 아닌) 일반 차에 맞게 설계된 연비측정 방식 때문에 이처럼 ‘환상적인’ 연비가 가능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프리우스의 실제 연비는 어떨까?
글: 민병권(rpm9.com 에디터)
사진: 박기돈 (rpm9.com 팀장), 민병권
RPM9이 1박2일간 끌고 다니며 시승한 결과, 18.9km/L의 평균연비가 나왔다. 주행거리는 450km였고, 시승코스나 운전 스타일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카라고 해서 봐주지 않고 연비가 좋지 않게 나오는 시승 조건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얘기다.
일단, 확실히 공인연비와는 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시승 때마다 가능하면 각 차의 평균연비를 체크해두려 하지만 이번처럼 공인연비와 10km/L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본 일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것보다 의의를 두고 싶은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좋긴 좋다’라는 점이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차의 성격을 무시한 채 밟고 다녔는데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일상주행이라면, - 특히 오너가 조금이라도 의지를 갖고 있다면 – 일반 차들보다 우월한 연비를 더욱 손쉽게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시승차의 총 주행거리는 2,300km였는데, 그 중 트립컴퓨터에 남아있는 2,100km구간 평균연비는 16.4km/L였다. 프리우스보다 먼저 시승했던 공인연비 17.9km/L의 6세대 골프 TDI는 1,450km 구간의 평균연비가 13.6km/L였다. 두 차 모두 수입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매체용 시승차다.)
하지만 연비, 혹은 그와 연결된 친환경적 성격이 프리우스의 전부는 아니다. 프리우스는 감성적이고 재미있는 차이기도 하다. 브레이크를 밟고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켜지지만, 계기판에 ‘READY’ 사인이 들어올 뿐 실제로 엔진이 도는 것은 아니다. 정차 중에는 소음도, 진동도 없다. 앙증맞은 (그리고 그 조작감면에서 기계치들의 경계심을 날려버리는) 조이스틱형 레버를 수동변속기의 2단 위치에 찔러 넣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스르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엔진 소리는 들을 수 없다. 급가속이 아닌 이상 출발은 모터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을 쭐쭐쭐 돌아 나가는 동안에도 엔진은 깨어날 줄 모른다. 위이잉~하는 소리를 들으며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자니 놀이동산의 전기카트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자그마한 스티어링휠도 잡는 부분에 멋을 내놓아서 이리저리 돌리기가 즐겁다. 주차장 출구의 오르막길에 이르러 가속페달을 조금 더 밟아주자 그제서야 엔진이 깨어난다. 그나마도 대시보드 상단 가운데에 자리잡은 계기판 상의 ‘에너지 모니터’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저 모터가 더 분발하는 것으로 착각할 뻔 했다. 예전에 경험했던 어떤 하이브리드 카는 막히는 도로에서 수시로 꺼졌다 켜졌다 하는 엔진이 멀미를 유발했었다. 프리우스는 다르다.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엔진과 모터 중 누가 일을 하고, 누가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지 감독해주는 에너지모니터는 재미있는 볼거리이지만, 운전자가 거기에 관심을 기울일 의무는 없다. 모터가 좋을지 엔진이 좋을지, 아니면 둘 다 작동시키는 것이 좋을지는 시스템이 알아서 판단하고 소리소문 없이 제어하므로 운전자는 그저 평소 운전하던 대로 가속페달과 감속페달만 잘 다스려주면 그뿐이다. 굳이 참견을 하고 싶다면 필요에 따라 ‘파워모드’나 ‘에코모드’를 선택할 수는 있다. 파워모드에서는 연료를 낭비하더라도 엔진과 모터를 좀더 다그쳐 분발하게 해주고, 에코모드에서는 운전자의 거친 발길질을 시스템이 걸러서 받아낸다.
전기차 모드를 뜻하는 ‘EV모드’도 있다. 이를 선택하면 엔진 작동을 막은 채 모터에만 의존해 정말 전기차 마냥 돌아다닐 수 있다. 비록 주행가능한 속도와 거리가 극히 제한적이지만 꼭두새벽에 쥐 죽은 듯 조용한 골목길에서 민폐를 끼치지 않고 이동하고 싶다거나 누군가의 뒤로 몰래 다가가고자 한다면 충분히 쓸 만 할 것이다. 오죽하면 일부러 소음발생장치를 넣어서 보행자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까. 재래식 자동차와 첨단 전기차 사이를 오가는 이런 색다른 경험은 동 가격대의 어느 차도 제공할 수 없는 것으로, 상당한 재미와 친밀감을 준다.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기만 할 뿐 전기에너지만으로는 주행이 불가능한 마일드 하이브리드카가 짜장이나 짬뽕을 한 젓가락 얻어먹는 수준이라면 프리우스는 제대로 만든 짬짜면이다. 짜장과 짬뽕을 절반씩 담아주기에 `맛도 절반 아니냐?`며 걱정할 시기도 지났다. 3세대 모델이 만들어 낸 맛은 미식가들을 유혹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물론 고성능 차 선호자들이 좋아할만한 차는 아니다. “1.8리터 엔진을 탑재했지만 2.4리터 차량 수준의 동력성능을 실현했습니다.”라고 말하는 토요타의 홍보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준중형급의 차가 2.4리터급의 성능을 낸다면 당장이라도 날아다닐 듯싶지만, 체감성능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제원상 엔진과 모터의 합산 출력은 136마력이다. 1.8리터 엔진에 모터의 힘을 더했지만, 결국에는 1.8리터급의 성능만 내고 있는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우스에 실린 1.8리터 가솔린엔진은 최고출력이 99마력에 불과하다. 일반 엔진들과 달리 엣킨슨 사이클로 작동되는 특별한 엔진이기 때문이다. 이 엔진은 일정조건에서 가동할 경우 일반 엔진들보다 효율이 높은 대신 저회전에서의 토크와 최고출력이 낮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바로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출발할 때, 그리고 가속할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82마력 전기모터인 것이다.
국산차 중 프리우스와 차체 크기가 비슷한 모델은 현대 i30 CW다. 휠베이스가 같고 차체 길이가 비슷하지만 폭과 높이는 프리우스가 작다. 그런데 14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i30CW 2.0가솔린 4단 자동변속기 모델(1,340kg)과 비교해도 프리우스는 55kg이 더 무겁다. 그리고 프리우스는 엔진과 모터를 아우르는 변속기로 CVT를 쓴다.
실제 주행실력은 어떨까? 프리우스의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아 급 출발하면 보통 때와 달리 처음부터 엔진이 모터와 함께 돌면서 0-100km/h 가속을 10초 남짓에 끊는다.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느린 것도 아니다. CVT 변속기를 쓴 차들이 흔히 그렇듯이 체감성능이 뒤지고, 구동계 소음에서 이질감이 느껴질 뿐이다.
가속페달에서 짓이기듯 밟아대면서 “친환경 따위는 개나 줘버려!” 라고 윽박지르면 프리우스는 못이기는 척 185km/h에 도달한 뒤 백기처럼 허옇게 질린 얼굴을 들이민다. ‘제법이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바닥을 친 배터리 잔량 게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이 상태로 계속 달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일단 배터리가 방전되고 나면최고속도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됐다. 하지만 왠걸, 최고속도를 유지하는 와중에도 엔진은 피같은 힘의 일부를떼어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었다. 에너지 모니터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프리우스의 최고속도는 배터리를 충전해가며 달릴 수 있는 범위에서 제한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당연히 이렇게 달릴 일이 만무한 일상주행에서는 배터리 잔량 유지 문제가 실용성 면에서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것이다. 보통의 운전 환경이라면 배터리는 소모 속도 못지 않게 충전 속도도 빠르고, 시스템이 항상 잔량을 체크해 틈만 나면 충전하기 때문에 추월가속 등 모터의 보조가 절실한 대목에서 맥이 빠질 일은 없다.
일반 차의 엔진이 항상 부속 발전기를 돌리고 있듯이 프리우스의 엔진도 돌았다 하면 일정부분은 발전에 힘쓴다. 정차 중이더라도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부르르 시동을 걸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거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 공주를 할 떼는 그 에너지를 일부 회수해 충전을 한다. 당연히 내리막길에서는 주구장창 충전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다. 경사진 길을 슬슬 내려가는 중이더라도 에너지 모니터상으로는 모터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경우가 있더란 말이다. 이때 만약 엔진브레이크를 쓰고 싶다면 변속레버를 초기 위치에서 아래로 내려 B모드에 두면 된다.
브레이크에 발전기가 물려있다고 생각한 탓인지 일부 민감한 운전자들은 제동반응이 일정하지 않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운전자들은 그런 부분보다 저속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들리는 비행기 플랩 소리에 더 흥미를 보일 것이다. 그래도 차가 완전히 멈춰 설 때의 거동만큼은 부드럽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속 주행 중의 반복 급정지에 대해서는 안정감 있는 차체거동과 믿음직한 제동성능을 보였다.
여느 차 같으면 100km/h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를 적어뒀을 텐데, 프리우스에는 엔진회전계가 없다. ‘엔진이 없는 차’ 흉내를 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나마 주행 중에는 에너지 모니터가 아니더라도 계기판의 순간연비 눈금을 통해 엔진이 돌고 있음을 확인할 수는 있다. 크루즈 컨트롤로 100km/h의 속도를 유지하니 순간연비는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거리긴 하지만) 25km/L 내외를 가리킨다. 이때는 거의 엔진 혼자 구동을 담당하되 요철이나 구배 등 미묘한 외부환경변화에 따라 간헐적으로 모터가 개입하는 것을 에너지 모니터를 통해 알 수 있다.
프리우스의 약점으로 꼽을만한 것은 뒷좌석 승차감과 고속 주행시의 소음유입이 있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하체는 코너링 때 듬직한 대신 뒷좌석 뒤로 무거운 배터리팩을 짊어지고 있음을 의식하게 하고, 엔진이 돌아도 구동계 소음은 아주 적지만 그 때문인지 바람소리나 노면소음에는 더 신경이 쓰이는 편이다. 준중형급이라 그러려니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감성적인 부분에 호소하는 차로서는 아쉬운 면이다.
서스펜션 구성은 앞쪽이 맥퍼슨 스트럿, 뒤쪽이 토션빔 방식이고 타이어로는 215/45R17사이즈의 브리지스톤 투란자 EL400을 끼웠다. 서스펜션이야 그렇다 쳐도, 휠-타이어 구성이 의외다. 단면폭이 좁고 편평비가 큰, 15, 16인치 정도의 저연비 타이어를 예상했었으니 말이다. (아니 이 사람들, 정말 이 차가 2.4리터 급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친환경차니까 허당이겠거니 생각했던 하체가 의외로 당찬 주행성능을 보이는 것도, 외관상 시원시원한 휠 디자인이 가능한 것도 이러한 구성과 관련이 있다. 프리우스가 연비에만 목멘 차가 아님을 보여주는 또 한 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래저래 ‘인치다운’을 고려해 볼만 하다.
(실제로 해외시장에서는 15인치 사양이 기본인 경우도 있으니 무리한 주장은 아닐 것이다.)
막상 주행을 마치고 주차를 할라치면 변속레버를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왼쪽으로 당겨 위로 밀면 R, 아래로 내리면 D인 것은 알겠는데(찔러 넣었던 레버는 자동으로 원위치 된다), ‘B’는 있어도 ‘P’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 안 보이긴, 변속기 왼편에 큼직한 버튼으로 독립해있는 것을. 계기판에는 변속기 오른편에 피자(‘P’자)가 적혀 있어서 헛갈린다고 해두자. BMW의 조이스틱 변속기에 달려있는 P버튼과 마찬가지로 이것이 자동변속기의 P위치를 대신하고, 주차브레이크는 페달식으로 따로 마련되어 있다. 주행 중 잠겼던 도어록은 P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해제돼 편리하다.
오르막 길에서 잠시 섰을 때는 브레이크 페달을 깊이 밟아주면 밀림방지 기능이 작동하는데, 이때 별도의 힐 어시스트 경고등이 아니라 VSC(토요타의 주행안전장치)경고등이 점멸하도록 되어 있어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다. 일반 자동차와 다름없이 클리핑 현상이 있어서 평지에서는 브레이크 페달만 떼주면 앞으로 전진하지만 오르막길에서는 뒤로 밀릴 수 있으므로 이 기능이 요긴하다.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전기차 특유의 초기토크로 밀고 올라가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접어두시길)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이 차는 정차 중 변속기가 D나 R 위치에 있고 시동이 READY 상태이더라도 엔진의 소음 진동이 없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 차가 움직이게 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심지어 변속레버도 모드에 상관없이 항상 초기위치로 돌아가 있기 때문에, 계기판을 잘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시동키도 스마트 키라서, 다른데 정신 팔렸다간 시동을 끄지 않고 내리기도 십상이다.
실내는 하이브리드 전용 차량에 기대할 수 있는 만큼의 첨단제품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실제로 어떤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전자업체가 자동차를 만들면 꼭 이럴 것 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헤어라인 처리가 된 (친환경) 플라스틱이나 가죽마감 등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단 계기판이 스티어링휠 앞부분 대신 대시보드 중앙 상단에 배치되어 있는데, 속도계 부분이 운전석에 가깝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시선을 옮기기에 어색함이 없고 오히려 BMW의 헤드업디스플레이를 쓸 때처럼 편리하게 느껴진다. 속도계 왼쪽에 연료계, 오른쪽에 순간연비계가 있고 계기판 가운데 부분에는 변속기 레인지가 표시되며 그 오른쪽에는 시계와 다용도 화면이 자리하고 있다.
다용도 화면의 내용은 스티어링휠의 DISP버튼을 눌러 변경할 수 있고 그 아래쪽에 표시되는 트립컴퓨터의 모드 역시 스티어링휠의 TRIP버튼으로 바꾼다. 이를 이용하면 최근에 저장된 연비기록을 서로 비교하거나 현재의 운전 행태가 친환경적인지 어떤지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잣대를 볼 수 있다.
그 중, 엔진과 모터, 배터리의 작동상태와 상관관계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예의 ‘에너지 모니터’는 운전자뿐 아니라 승객들까지 하이브리드의 세계로 빠져들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승객이 보기에는 차 안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구성품이 바로 이 모니터. 마치 우아하게 헤엄치는 백조의 수면 아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몰카와도 같다고 할까. 뒷좌석에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이다.
참, 스티어링휠의 버튼은 ‘터치 트레이서 디스플레이’기능으로 계기판과 연동된다. 왼손과 오른손 엄지부분에 다섯 가지씩의 리모컨 기능이 있어서 버튼 위치를 헛갈리기 쉽지만, 아무 것이나 살짝 터치해주면 속도계 양옆으로 버튼들의 위치와 기능이 오버랩되어 표시되기 때문에 시선을 스티어링휠까지 내리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다. 여느 차들과 달리 실내 온도와 외기유입모드까지 스티어링 휠에서 변경 가능한 것도 특징. 다만 현재온도나 외기유입모드가 계기판에 표시되지 않는 것은 옥의 티다.
가로핀으로 강조된 가운데 송풍구 아래로는 한글 내비게이션용 터치스크린 방식 모니터가 자리했다. 렉서스에서 보던 그대로다. 당연히 RAV4에도 같은 제품이 달렸지만 잘 어울리는 쪽은 프리우스. 내비게이션 자체의 기능면에서는 부족함이 있지만 본사에서 개발, 적용한 제품이라 차내 다른 시스템과의 호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변속기의 R위치에서는 후방카메라 화면을 보여주고, 화면에 나타나는 버튼을 터치하면 주차안내 가 아니라 아예 자동주차까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폭스바겐 티구안이 첫 테잎을 끊었지만 프리우스는 구형(2세대) 모델부터 이러한 자동주차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다.
평행주차뿐 아니라 T형 주차까지 가능하고 주차라인을 인식해 원하는 주차공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똘똘해 보이지만, 막상 써보면 직관성이나 사용편의성은 폭스바겐의 것에 뒤지는 듯하다. 자동주차용 버튼은 시동버튼 아래쪽에도 마련해서 후진상황이 아닐 때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시트 높이나 형상은 타고 내리기 편하도록 설정되어 있고 스티어링 컬럼은 각도와 거리조절이 모두 가능하다. 가죽 시트는 요추받침만 전동조절이고 나머지는 수동조절. 착좌면은 다소 단단한 느낌이다. 열선스위치는 ON/OFF로만 작동하는데, 그 위치가 다소 특이하다. 따지고 보면 RAV4와 같은 방향, 같은 거리에 있고 부품마저 같은데, 이층구조로 된 센터콘솔 때문에 유난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 조작 시에도 딱히 더 불편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변속레버 오른편에 자리한 비상등 스위치도, 센터페시아 상에 멀찌감치 위치한 RAV4의 것보다 훨씬 쓰기 편하다.
컵홀더는 변속레버 뒤쪽 커버 아래에 하나가 있고 가운데 팔걸이를 뒤로 밀면 하나가 더 나온다.팔걸이는 일단 뒤로 민 상태에서 위로 젖히는 방식. 안쪽에는 MP3플레이어 따위를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이 있고 그 아래 수납공간에 12V 전원소켓과 AUX잭이 마련되어 있다. 선반은 젖힐 수 있고 컵홀더는 탈착식이다.
물론 변속기 아래쪽 공간도 수납용으로, 이러한 2층 구조는 렉서스의 3세대 RX가 국내에 먼저 소개한 바 있다. 볼보의 센터스택과도 견줄 수 있으나 이쪽이 좀더 개방적이고 쓰기에도 편해 보인다. 글로브박스도 위아래 덮개가 별도인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뒷유리도 경사진 부분과 수직부분이 나뉜 2층 구조다. 덕분에 후방시야가 몹시 SF스럽다. 뒷유리 사이의 가로막대는 시야를 가리는 만큼 야간 운전시 뒷차의 헤드램프 불빛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와이퍼의 손길이 닿지 않는 수직유리의 오염은 리어스포일러로 막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사이드미러 조절부는 스티어링컬럼 왼쪽 아래편에 있어서 특히 야간에는 조작이 불편하다. (이 역시, 그래도 RAV4보다는 낫다.) 주유구 스위치가 일반 차량과 마찬가지로 운전석 왼편 바닥에 재래식 케이블 타입으로 자리한 것은 살짝 재미있는 부분이다.
뒷좌석 공간은 아주 넓게 느껴진다. 국산 준중형 차들에 비해 실내 폭이 좁은 것은 핸디캡이지만 앞좌석 아래로 발 공간이 넉넉하고 무릎공간도 넓다. 앞서 언급 했다시피 2,700mm의 휠베이스는 현대 i30 해치백을 늘려 만든 i30CW의 것과 같은 수치. 구형보다 무릎공간을 늘리기 위해 앞좌석 등받이를 얇게 만들었다는 얘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머리 위공간은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싹 붙여 앉았을 때 천장에 머리카락이 살짝 눌리는 정도라 경사진 지붕선은 의식하게 되지 않는다. 구형과 지붕 높이가 같지만 가장 높은 부분의 위치를뒤로 좀더 이동시켜 머리 공간을 확보했다고 한다. 바닥은 거의 평편하고, 납작한 센터터널 위로 발을 통과시키는데도 거치적거리는 부분이 없다. 다만 안팎의 팔걸이들이 죄다 낮게 설정되어 있는 탓에 어린이용인가 싶긴 하다. 헤드레스트는 가운데 좌석용까지 마련했다.
가운데 팔걸이의 컵홀더를 제외하면 뒷좌석용으로는 이렇다 할 수납공간이나 편의사양이 마련되어있지 않다. 뒷좌석 승객용 송풍구는 없지만 뒷좌석 뒤에 실린 배터리용 환기구는 있다. 오른쪽 좌석 우측 편에 뚫린 것이 그것이다. 도어트림의 스피커가 뒷문에도 2개씩인 것은 눈에 띈다. 바닥 매트는 RAV4와 마찬가지로 찍찍이로 고정되어있다.
뒷좌석 등받이와 뒷유리 사이의 비는 공간은 해치백에서 예상할 수 있는 뒷선반 대신 왜건이나 SUV들에서 볼 수 있는 적재함 커버로 덮었다. 물론 탈착식이다. 등받이는 간단하게, 그리고 견고하게 접을 수 있는데, 헤드레스트가 삐죽 나와있는 상태 그대로 접어도 무리가 없어 다시 한번 뒷좌석 여유에 감탄하게 된다.
트렁크 바닥은 역시 2층 구조. 다만 상판을 젖히기 전에 잠금장치를 풀어줘야 하는 것이 여느 차들과의 차이점이다. 안쪽의 배터리와 전자장치들을 의식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아래쪽의 수납 바구니를 들어내면 임시스페어 타이어와 함께 안쪽 깊숙이 들어있는 문제의 배터리팩을 볼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이 445리터로 골프백 3개를 실을 수 있고 뒷좌석을 접으면 1,120리터까지 늘어난다.
트렁크 덮개는 열어 올릴 때 꽤 무겁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이 차급에서 전동 오프닝까지 기대할 수는 없는 일. 사실 프리우스의 본래 성격-그것이 선입견에 의한 것일지라도-에 비추어보면 이미 사치스러운 사양이 차고 넘치게 많다. 최고의 효율을 얻어내려면 차에 무게를 더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양들을 최대한 배제해야 할 텐데, 소비자들은 일반 차보다 값비싼 친환경 ‘깡통차’를 구매할 리가 만무하니 결국 이러한 조합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국내 수입사양만 놓고 봐도 기대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제법 많이 들어가있다. 순정 내비게이션이나 자동주차장치, 후방카메라, 전후방 주차센서 외에도 유리창 네 개가 모두 원터치 업다운이 가능하고 ECM룸미러, 가죽내장, 스마트키가 적용됐다. 선루프, 전동조절 시트, 오토헤드램프/와이퍼 등의 사양은 빠져있지만 하이브리드 카의 대명사이자 하이브리드 전용 차량이라는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3,800만원이라는 차 값은 경쟁력이 충분해 보인다. 물론 여기에 보조금까지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안전성 면에서도 무릎에어백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을 장착했고 유로NCAP 충돌안전테스트에서는 별 다섯 개를 받았다.
라틴어로 ‘앞서가는’이라는 뜻을 가진 프리우스는 1997년 세계최초의 대량생산 하이브리드카로 첫 선을 보였지만 이번 3세대 모델이 출시되고 나서야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초석을 다져놓긴 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일반 소비자들에겐 하이브리드 카가 낯선 존재. 때문에 보증이 끝난 후의 배터리 교체 비용 등에 대해 막연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
토요타 관계자에 따르면 프리우스에 실린 배터리는 사실상 폐차 때까지 교환할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100% 믿을 수는 없다 해도, 이미 10년 넘는 세월 동안 하이브리드 카를 만들어 팔아왔고 그 누적 판매대수가 2백만 대를 훌쩍 넘긴 회사의 대표작이니 지나친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을 듯 하다. 토요타는 현재 50여 개국에서 13가지 종류의 하이브리드 카를 판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고삐를 늦추기는커녕 더 죄어나갈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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