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발행일자 | 2010.07.25 01:01

미니 탄생 50주년 기념모델 미니 50 메이페어

올해로 51세. 역시 미니는 최강 동안이다. 탄생 50주년이었던 지난 해에는 시끌벅적 요란한 생일 잔치가 있었고, 이를 자축하는 몇 가지 기념 모델이 나왔다. 영국 실버스톤에서 열린 대규모 오프라인 회동 ‘미니 유나이티드’ 행사에 손 붙잡고 나와 세계 각국에서 모인 팬들에게 지천명의 감회를 밝혔던 캠든과 메이페어가 대표적이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고병배, 민병권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본디, 캠든과 메이페어는 미니 쿠퍼, 쿠퍼S, 그리고 쿠퍼D(디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으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국내 출시 사양은 캠든이 쿠퍼S, 메이페어가 쿠퍼로 정해져 있다. 즉, 캠든은 1.6 터보 엔진이고 메이페어는 그냥 1.6. 당연히 기본 사양도 캠든 쪽이 좋다. 하지만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함께 소개됐지만 컨셉이 서로 달라서다.

이들은 미니의 서로 다른 시대를 상징한다. 메이페어가 미니의 과거를 추억하는 모던 클래식이라면, 트렌디한 캠든은 미니의 미래.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이들이 이름을 빌어온 영국의 지명에도 나타나있다. 메이페어는 런던의 고급 주택가 이름이고 캠든은 도심라이프스타일의 중심지. (메이페어라는 이름 자체는 오리지널 미니의 1982년형 모델에도 사용된 바 있다.) “캠든이 좋아? 메이페어가 좋아?”라는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에 가깝다. 나에게 묻는다면 그냥 울어버릴 테다.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이번 미니 메이페어(정식 모델명은 ‘MINI 50 Mayfair’)는 미니 쿠퍼의 실내외를 더욱 클래식하게 꾸몄다. 캠든이 미션 컨트롤이라는 독특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일명 ‘정신 없이 말하기’)을 선보인 것과 달리 메이페어에게는 달리 특기라 할만한 것이 없다. 그래도 굳이 꼽아야 한다면 쿠퍼의 16인치 휠을 17인치로 바꾸면서 주행감이 살짝 달라진 점 정도? 205/45R17사이즈의 타이어는 쿠퍼S와 같다. 120마력 차에 180마력 급 차의 바퀴를 끼워놨으니 일반 쿠퍼보다 발이 무겁고, 노면을 타며, 승차감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선입견 탓만은 아닐 것이다.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그래도 여전히 쿠퍼S보다는 승차감이 좋고 조용하며, 쿠퍼보다는 주행안정감이 높아졌다. 51세의 카트라이더는 운전재미 면에서 분명 엔진 수치와 배기량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만한 크기의 차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프리미엄이 짙게 밴 하체는 중독성이 강하다. 설혹, 새로 끼운 바퀴로 인한 단점이 있다 쳐도, 휠 모양을 보면 다 용서가 된다. (휠 모양이야 깡통 같던 어쩌던 가볍고 튼튼하기만 된다는 사람은 어차피 이 차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바퀴 살이 많은 클래식카의 그것 마냥 스포크를 12개나 넣은 ‘인피니티 스트림 스포크(Infinity Stream Spoke Design)’ 디자인의 휠은 쿠퍼S의 기본 휠보다도 훨씬 성의 있고 섬세하게 보인다. 쿠퍼 급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일반 쿠퍼와의 나머지 차이점은 장식적 요소에 그친다. 하지만 하나같이 놓칠 수 없는 장식들이다. 보닛에는 갈색(테두리는 흰색)으로 두 줄의 데칼이 붙었다. 보통의 미니에서는 흰색이나 검정색으로 스포티한 경주차 분위기를 내기 위해 붙이던 것인데, 색상이 바뀌니 의미가 달라진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캠든과 마찬가지로 50주년 기념 배지가 붙었다. 50주년 기념모델이라는 의미와 50회 생일을 자축하는 의미가 함께 들어있으리라.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상향등을 켤 때 함께 점등되는 보조등이 2개 추가되었다. 있고 없고의 차이가 제법 큰, 개인적으로 몹시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해외에서 처음 소개될 당시의 메이페어 자료사진에는 전조등이 할로겐 방식으로 되어있었지만 국내사양에서는 기존의 쿠퍼와 동일하게 바이제논 전조등이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휀더 옆의 깜빡이 부분에는 메이페어(Mayfair)라고 적힌 갈색 이름표가 붙었다. 캠든의 영국기 모양 장식보다 덜 예쁜 듯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수수하게 만들어진 일반 쿠퍼의 가짜 배출구 장식 보다는 낫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크롬도금이었던 사이드미러 커버는 갈색과 검정색으로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세로 줄무늬의 것으로 바뀌었다. 단색보다 세련된 느낌을 주는 이 장식은 실내의 대시보드 부분에서도 반복된다.

차체색상은 검정, 흰색, 갈색의 세가지. 미니에서 부르는 명칭으로는 ‘미드나잇 블랙’, ‘페퍼화이트’, ‘핫초콜릿’이 준비되어 있다. 그 중 메이페어의 대표색은 단연 핫초콜릿이다. 다른 색과 달리 일반 쿠퍼에서는 선택할 수 없었던 색이고, 메이페어는 데뷔 때부터 이 색을 애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시승차는 미드나잇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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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국내 신차발표회 때 무대에 나선 것이 바로 이차였는데,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이 색상을 갈색, 즉 핫초콜릿으로 생각했다. 조명 탓도 있었고, 실내외 장식에 갈색이 많은 탓도 있었고, 메이페어의 대표색에 대해 미리 알았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출시사양은 차체색상이 미드나잇블랙인 경우에만 흰색 휠과 흰색 지붕이 적용된다는 당시 BMW코리아 측의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신차발표회에 나온 차는 핫초콜릿이면서도 흰색 휠에 흰색 지붕인데, 이게 대체 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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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를 이리저리 끌고 다녀보니 미드나잇블랙은 주변 조명에 따라 갈색 빛은 물론 푸른빛을 띌 때도 있었다. 시승 때 찍어온 사진을 한참 후 살펴보다가는 잠시 또 갈색으로 착각해버리기도 했다. 미드나잇블랙이라는 색상 자체는 기존 쿠퍼에서도 선택할 수 있지만, 길에서 본적은 없는 것 같다. 비 인기 색상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미드나잇블랙의 메이페어로서는 차라리 고마운 일이다. 비슷하게 보이는 차가 적을수록 스페셜 에디션으로서의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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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국내에서는 이 색상이라야 휠과 지붕이 흰색으로 적용된다니 의미가 크다. 어딜 가든 1.5배는 더 눈길을 끄는 것 같다. (화이트와 초콜릿에는 동일한 디자인의 은색 휠이 달리고, 지붕은 검정색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뒤쪽 번호판의 윗부분이다. 원래는 크롬 장식인데 미드나잇블랙에서는 검정색 필름을 붙여 차체 색과 ‘깔맞춤’을 시도했다.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사실 메이페어의 진짜 매력은 실내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겉모습과 실내의 비중은 30:70 정도가 아닐까. 앞서 언급한 대로 사이드미러와 동일한 감각으로 처리된 대시보드 장식은 실내에서 보면 더욱 묘한 느낌이다. 뱀가죽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연상케 한 달까? 당연히 여성들을 한층 자극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뽀송뽀송한 느낌의 카라멜색 가죽 시트에는 클래식함, 고급스러움, 귀여움에 비중을 둔 남녀 누구나 환호할만하다. 특히 기존 미니의 시트 색상이나 질감에 불만을 가졌던 이라면 더없이 반가운 변화일 것이다.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이 ‘최고급 가죽’ 토피 라운지 스포츠 시트는 테두리를 흰색 파이핑으로 처리했고 메이페어라고 적힌 태그도 붙여놓았다. 가죽으로 마감한 운전대 안쪽의 아래 부분, 그리고 대시보드의 하단과 팔걸이 역시 밝은 갈색으로 처리해서 클래식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둡고 밝은 무채색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던 기존 미니 기본형의 그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변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덤으로, 운전대를 쥐는 느낌까지 카라멜처럼 달콤하다.

바닥 매트의 테두리가 밝은 색으로 파이핑 처리된 것, 문턱에 메이페어라고 적힌 도어스커프 장식이 붙은 것, 도어 안쪽 내장의 타원형 장식이 은색에서 검정으로 톤-다운된 것도 일반 쿠퍼와의 차이다.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이 정도 차이라면 가격은 당연히 훌쩍 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국내 출시된 메이페어와 캠든 모두 일반형 모델 대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사실은 조금 놀랐다. 메이페어의 경우 일반 쿠퍼보다 60만원이 비싼 3,530만원. 그 비결은? 예전에 탔던 일반 쿠퍼와 비교해보니 확실히 빠진 사양이 있긴 했다. 가운데 팔걸이, 그리고 변속 패들이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자. 가운데 암레스트가 없으니 등받이 각도나 요추받침을 조절할 때 거치적거리는 것이 없어서 좋다고. 변속패들이 빠진 것은… 흠, 쿠퍼의 6단 변속기를 한층 재미있게 해주었던 것이 변속패들 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솔직히 아쉽긴 하다. 하지만 있어도 안 쓸 이들에게는 전혀 중요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변속기의 스포츠모드와 수동모드는 어디 도망가지 않았으니 이것부터 잘 쓰고 볼 일이다.

그 외에, 자동에어컨과 파노라마 선루프, 색상조절 무드램프 등은 그대로 있다. 자동와이퍼, 자동헤드램프, 스티어링휠 리모컨, 스포츠모드 주행버튼은 메이페어 뿐 아니라 원래 쿠퍼에도 없는 내용. 이를 문제 삼기에 메이페어는 너무 예쁘고 장점이 훨씬 크다.

사랑의 유효기간? 미니 메이페어 시승기

메이페어와 캠든은 생산대수를 제한하지 않은 대신 판매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11월에 출시되었지만, 해외에서 시판에 들어간 것은 그보다 앞선 9월부터. 오리지널 미니가 나온 지 딱 50년째가 되던 때부터다. 그렇게 따지면 이들을 신차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셈이다. 이때를 놓치면 살 수 없는 미니.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 지, 메이페어를 접한 많은 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a target="_blank" href="http://gallery.rpm9.com/breakEgg/offline_list.html?GalleryType=Thumb&amp;qservice_uid=1&amp;qgallery_uid=573">▲ 미니 50 메이페어 시승사진 갤러리</a>
<▲ 미니 50 메이페어 시승사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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