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5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솔깃한 차가 나왔다. 지붕이 열리는 A5 카브리올레다. 변속기가 CVT로 바뀌긴 했지만 기존의 동력 성능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탁 트인 개방감과 튀는 스타일링을 얻기 위해서는 견고한 섀시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고민해 볼 문제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박기돈 (rpm9.com 팀장)
오픈카를 내켜하지 않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내가 타서 폼이 안 나고 뚜껑 까고 다니면 너무 노출되는 게 부담스럽다. 다른 사람한테는 이게 가장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스타일링도 어색해진다. 여기는 캘리포니아가 아니라서 지붕을 열 기회가 많지 않다. 도심에서 열고 다니는 것은 건강에도 안 좋다. 그리고 지붕을 잘라내면 아무래도 강성이 떨어지게 돼 있다. 물론 이를 상쇄하기 위해 여러 군데 보강을 하긴 하지만.
최근의 아우디 디자인은 하나같이 멋지다. 패밀리룩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주위의 일반인들은 멋지다고 난리다. 특히 여성들에게 아우디의 디자인이 먹히는 것 같다. 강렬한 눈매나 커다란 싱글 프레임 그릴이 최대의 어필 요소가 아닐까 싶다. A5도 앞서 말한 디자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오히려 쿠페기 때문에 아우디 특유의 스타일링이 더 산다. 여기서 지붕까지 열린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굳이 지붕을 열지 않더라도 주위의 시선이 모이지만 뚜껑 까면 부담스러울 정도다.
발터 드 실바는 A5가 본인이 디자인한 차 중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A5에 대한 디자인 만족다가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A5의 디자인은 큰 호평을 받았고 카브리올레에도 이어진다. 지붕만 잘라낸 거니 기본 디자인이 어디 가는가. 대신 소프트톱을 씌우면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다. 지붕 잘라낸 오픈 보디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아우디가 주도하는 LED는 이제 모든 메이커가 벤치마킹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발터 드 실바의 리즈 시절은 알파로메오이다.
외관에서 눈에 띄는 것은 19인치 휠이다. 아우디에서 처음 보는 디자인이다. 누가 자꾸 따라하니까 휠도 새 디자인을 도입한 게 아닌가 싶다. 타이어는 수입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A이다. 멋있긴 하지만 휠이나 타이어(255/35R)는 오버사이즈라고 할 수 있다.
실내는 당연하게도 A5 쿠페와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시트에 포함된 넥-레벨 히팅 기능 정도이다. 이 기능은 벤츠의 에어 스카프와 동일한 것으로 등받이 상단에 있는 벤트에서 따스한 바람이 나온다. 겨울철 오픈 드라이빙에 요긴한 장비임에 틀림없다. 작동은 시트 가장자리에 있는 버튼으로 한다. 그래도 시승을 하는데 안 써볼 수 없어 가장 세게 틀었는데, 목에 땀띠 날 뻔 했다. 목과 귀에 뜨거운 바람 맞으니 기분이 좀 거시기 하긴 하다.
다른 오픈카처럼 A5 카브리올레도 시트가 밝은 색이다. 오픈 보디는 시트에 때가 타기 쉬운데 주로 밝은 색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시트는 A5처럼 포지션이 상당히 낮다. 방석과 등받이 중간에 들어가던 알칸타라가 빠진 건 아쉬운 점이다. 내비게이션이 MMI와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은 것은 불편하다. 내비게이션 사용 시 공조 장치는 물론 MMI를 사용할 수가 없다. 기능은 실행이 되지만 직접적으로 화면 전환이 되지 않아 스티어링 좌측에 달린 작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 다른 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블루투스, USB 단자 등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A5 카브리올레는포르쉐 오픈모델들처럼 최대 50km/h까지는 달리면서도 소프트톱을 열고 닫을 수 있다.전 세계 오픈 보디 중에서 가장 높은 속도가 아닌가 싶다. 소프트톱 개폐 가능한 작동 속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개폐 시간은 열 때 15초, 닫을 때는 17초가 걸린다. 아무래도 지붕의 면적이 있기 때문에 개폐 시간이 최고로 빠르다고는 할 수 없다. 소프트톱은 별도의 수납 공간이 있기 때문에 개폐 여부와 상관없이 트렁크 용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엔진은 211마력의 힘을 내는 2.0TFSI로 동일한데 변속기는 6단 자동에서 CVT로 바뀌었다. 아우디는 이전부터 승용 베이스의 오픈 보디에는 CVT를 적용해 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연비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처진다고 하는 CVT지만 가속력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211마력의 2.0TFSI 유닛은 참 좋은 엔진이다. 변속기 종류와 상관없이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2리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저속 토크가 좋고 반응도 빠르다. 그런데 0→100km/h 가속 시간은 7.9초로 A5 쿠페 보다 1초가 늦다. 오픈 상태기 때문에 더 빠르게 느껴지는가 보다.
날 때부터 오픈 보디가 아니라 지붕을 잘라낸 카브리올레는 어쩔 수 없이 강성 저하가 온다. 메이커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바닥과 필러 등을 보강하지만 불가피한 일이다. 모노코크 섀시는 지붕을 자르면 강성의 40%가 날아간다는 말도 있다.
아쉽게도 A5 카브리올레 역시 이런 부분이 옥에 티다. 급발진 시 토크 스티어가 발생한다. 원래 이랬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리고 운전대가 돌아갔을 때 가속하면 더 심해진다. 노면을 타는 현상도 심해졌다. A5도 노면을 타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휠을 19인치로 키운 게 주원인으로 보인다.
CVT기 때문에 가속 시 회전수는 6천 rpm 바로 밑에서 고정된다. 순발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A5 카브리올레도 200km/h를 무난하게 넘긴다. CVT는 수동으로 조작하면 꽤 스포티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파워트레인의 반응은 물론 스티어링의 중심 부분도 민감해진다. 롤이 많아져서 그런지 서스펜션도 가장 단단한 세팅이 좋다.
A5 쿠페에 비한다면 주행 안정성은 다소 떨어진다. 아우디의 고속 안정성은 정평이 나 있고 실제로도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A5 카브리올레는 좀 예외다. 직진 때도 약간은 불안하고 특유의 딱 달라붙는 맛이 없다. 오픈 보디로 달렸을 때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도 많은 편이다. 이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차를 꼽으라면 박스터다. 박스터는 220km/h 이상으로 달려도 머리 윗자락만 흩날리는 정도다.
조향 성능은 A5처럼 뉴트럴 지향이다. 속도가 높으면 결국 언더스티어가 나긴 하지만 뉴트럴을 지속하는 시간이 꽤 길다. 아우디의 브레이크는 언제나 좋았다. A5 카브리올레도 예외 없이 브레이크가 좋다. 초기 응답도 빠르지만 고속에서의 좌우 밸런스가 대단히 좋다.
A5와 A5 카브리올레의 가격 차이는 670만원이다. 이 정도면 좀 솔깃하다. 생각보다 쿠페와 오픈 보디의 차이가 크지 않다. 동력 성능이 좀 처지긴 하는데 큰 차이는 아니다. 차체가 무거운 A5 카브리올레(11.5km/L)는 A5(9.9km/L) 보다 연비가 좋다. CVT의 힘이다. 그래도 주행 안정성이 조금 떨어지는 게 걸린다. 여전히 오픈 보디는 매력적이지만 갖기엔 멀어 보인다.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