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와 아반떼에 이어 이번에는 현대의 소형 세단이 확 바뀌었다. 확실히 충격은 덜했다. 기존과 달라진 디자인 흐름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나 예방접종을 맞았고,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확인사살까지 거쳤으니까. 바꿔 말하면 기대치도 높지 않았던 것 같다. 아반떼의 1.6 GDI엔진과 6단 변속기를 소형차에서도 그대로 쓴다는 부분이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처럼 저조했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어버린 것이 엑센트의 내공이었다. 현대차의 최근 작들과 비교해도 상대적인 만족도는 그만큼 높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한 마디로, 광고에 나오는 영가이가 아니라고 해서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차다.
글/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 민병권, 박기돈 (RPM9.COM 팀장)
쏘나타, 아반떼가 외관부터 구형과 큰 차이를 보여준 것과 달리, 엑센트는 –이름까지 바꾸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 기존 베르나와 실루엣이 유사한 느낌이다. 앞서 말한 예방주사의 효과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붕이 높은 소형세단으로서의 비례가 크게 바뀌지 않은 탓일께다.새 아반떼(MD)보다는 구형(HD)의 동생처럼 보이는 것도 그와 관련이 있다.
물론 외관 디자인 자체는 철저히 현대의 새 패밀리 룩을 따랐기 때문에 베르나나 HD와는 차이가 있다. 수치상으로도 베르나보다 차체 길이가 7cm 늘고 높이가 1.5cm 낮아지는 무시 못할 변화가 있었다. 특히, 늘어난 길이가 고스란히 휠베이스에 반영된 점을 눈 여겨 볼만하다.
쏘나타를 닮은 중국 시장용 모델과 달리 러시아와 우리나라용 엑센트의 얼굴은 오히려 투싼ix를 닮았다. 헤드램프는 트랜스폼 이전의 베르나에서 가져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어금니처럼 안쪽으로 파고든 안개등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것과 같다. (기아차의 것을 뒤집었다고 볼 수도 있다.) 갓 태어난 막내에겐 집안 어른들의 모습이 두루 담겨있다. 나름 귀엽다.
육각형 그릴의 아래쪽을 바깥으로 조금만 밀면 닛산 GTR도 연상되지 않을까? 아니, 그건 벨로스터에게 미뤄야겠다. 현대 마크에서 시작돼 보닛을 가로지르는 캐릭터라인도 인상적이다. 안개등을 감싸면서 불거진 범퍼의 굴곡은 도어 손잡이를 관통하는 캐릭터 라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차폭을 실제보다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도어손잡이에 아직 크롬이 묻지 않은 것은 고마운 일. 사이드미러의 깜빡이는 흔히 볼 수 있던 LED점박이식이 아닌 면 발광식이라 세련됐다.
뒤쪽에서 다가가다 보면 트렁크 언저리의 분위기가 얼핏 BMW 1시리즈 쿠페를 연상시킨다. 테일램프 형상은 전혀 다르지만 측면에서 이어진 캐릭터라인이 번호판 위로 뒤집힌-포물선을 그리는 탓일 것이다. 현대차의 i30 뒷부분이 1시리즈 해치백을 닮았다고 하던 것과 비슷하다. (그러고보니 1시리즈 쿠페의 테일램프는 엘란트라의 것…) 스포티하고 단단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전 모델에 기본적용 된다는 후방주차센서는 시승차의 경우 차체 색(`퍼플 판타지아`)이 아닌 검정색이다. 흰색 등에서는 차체색으로 적용되니 염려할 필요는 없다.
처음 시동 키를 건네어 받을 때는 스마트 키라 살짝 놀랬다. 일본의 경우 경차에도 적용되는 사양이긴 하다. 어쨌든 소형차에서 보기 힘들던 화려한 사양들을 대거 적용한 것이 엑센트의 특징인데, 그에 가려진 섬세한 부분의내공도 만만치 않다. 가령, 소형차치고는 문짝 여닫을 때의 감각이 제법이다.
미래지향적인, 도전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는 점만 와 닿았던 아반떼와 달리 엑센트의 실내는 기존 소형차보다 훨씬 고급스러워졌다는 인상이 강하다. 소형차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부분들을 상당 수준 넘어선 듯 하다. 아반떼와 마찬가지로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는 실물이 낫고, 적어도 시각적인 공간감이나 차분한 분위기는 준중형급이 부럽지 않다.
어설픈 가죽패턴 대신 선택한 대시보드의 (종이질감 같기도 한) 직물패턴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유광 검정과 은색을 남용하지 않고 사용한 센스도 보기 좋다. 다만 (피아노 블랙이라고도 하는) 번쩍거리는 검정색 마감 부분이 손자국과 먼지에 취약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시선을 돌려 도어 트림이나 센터콘솔 등을 훑어보면 비로소 이것이 소형차임을 실감하게 된다. 윈도우 스위치 부분의 은색 마감 재질이 값싸게 보이고 콘솔은 폭이 좁다. 대시보드쪽의 ECO, VDC 버튼에는 조명이 켜지지만 윈도우 스위치 쪽은 전멸. 유리창은 운전석만 원터치로 여닫기가 가능하다.
와이퍼와 헤드램프는 모두 수동조작이다. 그런데, 시동을 끄면 헤드램프가 꺼지고, 그 상태에서 문을 열면 미등이 꺼져서 나름 신경이 덜 쓰인다.아반떼에 들어간 원터치 트리플 턴시그널 기능도 없다. 이런 부분들은 기록을 위해 적어두는 것일뿐, 흠 잡는 것은 아니다. 깜빡이 조작감은 부드럽기보다 단단한 쪽이지만 소형차로서는 나쁘지 않다.
최고급형이라서 가죽시트가 달린 것이려니했으나, 인조가죽 시트가 전모델 기본이라고 해서 두 눈을 의심했다. 운전석 요추받침 조절기능은 없다. 1열의 머리공간 여유는 기대보다 적은 편.운전대는 각도조절만 가능한데, 다행히 기본위치가 고약스럽지 않다. 운전자의 시야범위에 적절히 자리하고 있는 시동버튼을 보면서 확실히 세대가 바뀐 것을 느낀다. 가운데 팔걸이는 동급 최초로 앞뒤로 위치 이동이 된다고 한다. 시승할 때는 조금 멀다고 생각하면서도 잡아당겨볼 생각까지는 못했었다.
계기판은 무려 수퍼비전 클러스터다. LED 조명이 깔끔하고 선명한 것은 물론, 화면에는 WELCOME, GOODBYE 같은 인사말까지 표시해준다. 트립컴퓨터는 평균연비도 체크해주는데, 주유 때마다 자동으로 초기화된다. 어느 차처럼 시동 때마다 초기화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시승차에는 올인원 방식의 순정 내비게이션도 달렸다. 6.5인치 터치스크린에, DMB, TPEG, 음성인식 블루투스 핸즈프리, 후방카메라 등을 지원한다. 상위 모델들이 하나도 안 부럽다. (아반떼의 것보다 화면이 0.5인치 작긴 하다.) USB, AUX단자도 있지만, 블루투스 연결 기능을 이용하면 굳이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휴대전화에 담긴 음악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DMB는 주행 중에는 소리만 나온다.
룸미러는 하이패스 단말기 일체형인데, 자동 눈부심 방지(ECM)기능은 없어서 손으로 조작해줘야 한다. 왜 그런가 하고 사양표를 확인해보니 ECM은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에 묶여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후방카메라가 겹치므로)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가 사양에서 빠진다. 그러니 시승차는 최고급 사양에 풀옵션인데도 ECM의 혜택을 볼 수 없는 것이다. 반면 하이패스는 1.4 고급형부터 기본이다. 왠지 톨게이트를 자주 통과해 줘야 할 것 같다.
햇빛가리개에 내장된 포켓형 티켓홀더는 쓰기 편해 좋다. 글로브박스를 수입차에서나 보던 버튼식으로 바꾼 것도 눈에 띈다. 아반떼에도 없는 글로브박스 조명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화장거울 조명까지 제외시킨 것은 실질적인 판매에 도움을 줄 여성 고객들로부터의 득점 기회를 버린 것이 아닌가? ‘소형차니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글로브 박스 조명과 화장거울 조명 모두 베르나에는 있었던 사양이다. 운전석 화장거울에는 덮개가 있고 동반석 것에는 없는 이유는 또 뭘까. ‘상품성 개선모델’을 위해 남겨놨나?
풀오토 에어컨은 이제 소형차에서도 어색할 것이 없다. 다이얼이나 2단 열선버튼은 조작감이 좋다. 아래쪽을 향하고 있는 듯 보이는 액정화면은 조금 어색하다. 비상등 부근은제네시스의 날개 마크를 연상시켜 흥미롭다. 날개 자리의 버튼들은 외기유입/내기순환 버튼이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뒷좌석은 방석 앞이 아래로 조금 꺼진 느낌으로, 앞좌석 밑에 발을 쏙 짚어 넣고 나면 조금은 무릎을 세워 앉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무릎공간은 충분하고, 거의 납작하게 깎은 바닥 가운데 부분 덕에 발 공간도 넓게 느껴진다. 베르나 대비 휠베이스는 7cm, 실내거주공간은 3.2cm가 늘어난 것으로 되어있다. 수치를 떠나, 소형차로서는 별다른 불평을 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다만, 곧은 자세로 앉았을 때는 천장까지의 여유가 빠듯한데, 지붕 선이 다르게 나올 해치백 버전에서는 조금 낫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11년 전 엑센트 해치백은 ‘프로 엑센트’, ‘유로 엑센트’라는 별칭을 썼었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도어트림의 수납공간이나 가운데 팔걸이 같은 것은 없다. 앞좌석 등받이 포켓은 역시나 동반석 쪽에만 달렸다. 선루프가 달렸지만 뒷좌석용 천장 램프는 빼먹지 않았다.
가운데 자리용까지 독립식으로 만들어 놓은 헤드레스트는 안 쓸 때 최대한 낮춰 놓을 수 있는 투구형이다. 기본적으로 트렁크가 높은 형상이라 후방시야에서 뒷유리가 좁아 보인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등받이를 6:4로 분할해 접을 수 있는 손잡이는 헤드레스트 사이에 위치한다. 편해 보이지는 않지만 사용빈도가 높지 않을 테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접었을 때의 등판 모양새나 트렁크와의 연결구멍도 제법 쓸만해 보인다.
트렁크 덮개는 번호판 위의 전기스위치로 여는데, 차 문이 잠겨 있더라도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있다면 바로 터치해 열 수 있다. 후방카메라가 정중앙에 위치했고 오른쪽에 트렁크 스위치가 있는데, 버튼 형상이 납작해서 손으로 더듬게 되는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덮개 안쪽까지 아반떼와 같은 수준으로 마감 해놓은 것은 의외다. 닫을 때 쓰는 손잡이가 없는 것 정도는 눈감아 줘야겠다.
트렁크 용량은 465리터로, 골프백 4개에다 소형백 3개가 들어간다고 한다. 반면 아반떼는 420리터, 골프백 3개가 들어간다. 아반떼만큼 날렵하거나 납작하지 않은 몸매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바닥판 아래 스페어타이어를 넣고 남은 공간에는 아반떼에도 없던 추가 수납공간을 마련해 놓았는데 바닥판을 걸어둘 방법까지는 제시하지 않은 걸 보면 자주 사용하란 뜻은 아닌 모양이다.
시동은 원터치로 걸린다. 아반떼에서 경망스럽게 느껴졌던 시동음이 엑센트에서는 자연스럽다. 엔진에 열이 오르고 나면 공회전수는 700rpm정도로 낮아진다. 변속기를 N, D로 옮겨보면 저항이 거의 없다. 대신 N에서 R로 바꿀 때는 브레이크를 확실하게 밟아주어야 걸리는 거리는 느낌을 피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광검정에 은색테두리를 두른 AT레버의 모양이 꼴 보기 싫지만 변속기 조작부 전체적으로는 기존 소형차와 차원이 다르달 정도의 형상과 조작감을 갖고 있어 만족스럽다. 1.6의 경우 자동과 수동에 모두 6단이 적용돼 덩치가 훨씬 큰 차들을 낯뜨겁게 하고 있다.
우선은, 처음 출발할 때 울컥 하고 튀어나가는 듯한 반응이 없어 좋다. 가속페달 조작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의도한 가속일 경우에는 수치상으로 제시된 것에 비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반떼보다는 아무래도 구동계 소음과 진동이 좀더 유입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그렇다. 3000rpm정도면 거칠고 건조한 소음이 두드러지고 물론 페달 등의 잔진동도 수반된다.
“소형차에 140마력 엔진을 얹었으니 날아다니겠네?”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변속기 세팅부터 어쩔 수 없는 연비 위주다. 기어비는 물론 프로그램도 -액티브 ECO버튼을 눌러놓던 말던- 우선은 고단기어를 넣고 보자는 식이라, 피 끓는 영가이의 질주본능은 운전자 스스로 챙겨야 한다. 가속페달 개도에 따른 반응이 익숙해지고 나면 조금 나아지긴 한다.
아반떼와 마찬가지로 수동모드에서도 회전수가 6,200~6,300rpm정도면 다음 단으로 자동 변속된다. 변속시점은 55, 90, 130km/h정도로, 50, 80, 120,160인 아반떼와는 차이를 보인다. 4단에서는 더딘 가속으로 170km/h를 살짝 넘기고 5단부터는 지리한 가속이 이어진다. 국산 소형차가 계기판 상으로 200km/h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는 부분에서는 나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상적인 용도로는 충분하고도남는 힘이다.수동변속기는 기어비가 어떨지, 마음에 안들면 종감속비라도 바꿔볼 수 있을지궁금하다.
국산 소형차 최초의 1.6 GDI엔진과 6단 변속기는 100km/h에서 2,000rpm의 회전수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아반떼보다도 100rpm이 낮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 보통의 주행이라면 그만큼 부드럽고 조용함을 즐길 수 있다. 공인연비는 16.7km/L로 아반떼의 16.5km/L보다 조금 낫다. 실측 연비도 10~11km/L로 아반떼보다는 조금 좋게 나왔다. 그래도 연비위주의 세팅이란 표현이 조금 무색해지는 대목이긴 하다. 연비운전을 하면 훨씬 낫게 나오려니 생각하는 수밖에.
참고로, 4단 자동변속기를 쓰는 108마력짜리 1.4모델은 공인연비가 16.1km/L로, 1.6만도 못하다. 그리고 1.6 GDI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기준 몸무게는 엑센트가 1,085kg, 아반떼가 1,190kg로 되어있다.
스티어링휠은 반력이 일정치 않다는 느낌이 종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향감이 아반떼보다 나았다. 지나치게 가볍거나 용수철 같은 느낌도 없고 자연스러운 템포로 부드럽게 돌아간다. 소형차 최초라는 16인치 휠과 타이어(솔루스 KH25)를 끼운 하체는 적당히 탄탄하다. 아반떼보다 가벼운 느낌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출렁거리지는 않아 좋지만 도로 이음매나 잡다한 노면 흠집을 통과할 때의 승차감을 보면 역시 타이어의 다운그레이드도 고려해보게 된다. 외관에 집착하는 영가이라면 지금의 16인치 휠도 이 차체에서는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딜레마가 될 것이다.
저속에서의 만족감에 비하면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부족한 편으로, 노면 굴곡을 만나면 들뜬 느낌이 쉽게 전달된다. 국내 시장의 기호나 소형차로서의 한계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타면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이 어느새 기대치를 올려 놓고 있었나 보다. 고속 급제동시에는 평형성이 떨어지는데, 그 속도 영역이나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역시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니다. 일반적인 주행속도에서는 부드럽고 적절한 무게감을 가진 브레이크 반응이 썩 기분 좋게 다가온다. 심지어, 주차브레이크조차도 잡아당길 때의 질감이 준중형급 이상이다. 소형차지만 1.4 기본형에서도 VDC를 선택할 수 있고, 에어백 6개와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전 모델 기본이다.
시승차는 최고급형인 1.6 GDi의 TOP 모델로, 차 값이 1,536만원에 VDC 40만원, DMB 내비게이션95만원, 선루프 45만원의 옵션이 추가됐다. 합계는 1,716만원이다. 허각! (옵션을 최대한 뺀 1.6 수동모델은 1,3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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