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딱 7년 전, 2004년 2월에 처음 나온 모닝을 떠올려보면, 경차다운(비록 당시에는 경차가 아니었지만) 귀여운 외모에 비해 실내에는 구태의연함이 배어있어서 그 ‘애늙은이 같음’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다. 당시 해외에서 출시된 아기자기한 동급 모델들과 비교해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좋게 말해 ‘보수적인’ 그 이미지는 만 4년만인 2008년 1월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등장하면서 약간 개선되긴 했지만 역시 본바탕은 어쩌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값싼 느낌이 물씬한 플라스틱 질감과 함께 ‘(우리나라) 경차니까 어쩔 수 없잖아’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2009년 등장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그게 꼭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여전히 질감이 발목을 잡긴 했지만 경차답게 톡톡 튀는 젊은 디자인으로 상당부분 만회가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비록 판매량 면에서는 끝까지 모닝이 마티즈를 (크게) 앞섰지만, 디자인경영을 주창하고 나선 기아가 과연 경차 급에서도 그에 걸 맞는 대응을 보여줄 지가 궁금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닝의 실내도 이번에는 괄목상대할만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경차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고급 사양들이 우선 주목을 받긴 했지만, 그 보다는 기본적인 디자인과 감성품질의 수준이 월등히 높아진 점을 칭찬하고 싶다. 기대치 대비 만족감에서는 저 위쪽의 K5나 K7마저도 가뿐히 넘어섰다.
센터콘솔로 이어지는 부분과 구분해 가로요소를 강조한 대시보드는 스포티지R을 연상시킨다. 조작성과 시인성이 좋도록 센터페시아를 운전자 쪽으로 틀어놔서, 위에서 보면 물결이 치는 듯한 모습이다. 마티즈의 것과 비교하면 계기판은 평범한 모습이지만, 흰색 조명을 쓴 숫자판과 빨간색 글자를 쓴 액정이 깔끔한 인상을 주고 가독성도 좋다. 액정 부분에는 기어포지션과 트립컴퓨터 (평균연비 기능 포함) 등이 표기되고, 자동변속기인 경우에는 그 아래로 경제운전 상태를 보여주는 ‘ECO’ 램프가 켜진다. 수동변속기에는 연비 운전에 알맞은 적정 기어 단수를 알려주는 ‘쉬프트 인디케이터’가 적용된다.
2스포크 구조인 스티어링 휠은 기아차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호랑이코 그릴 형상을 하단부에 접목시켰다. 리모컨이 적용된 탓도 있지만 그 형상과 질감이 경차의 것 같지 않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듯한 파지감을 주는 스티어링 휠은 운전 시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불어 변속레버의 조작감도 대단히 좋아졌다. 물론 구형과 마찬가지로 4단 자동변속기에 머물렀지만 1자형이 아니라 스텝게이트 방식을 썼고 각 포지션 사이를 부드럽게 오가는 느낌이 소형차 이상이다.
7년 전, 모닝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경차에 열선 시트가 적용된다는 것은 화제가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아주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세상이 변했고,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올라갔다. 만드는 이들이 구입하는 이들의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겠다고 –계산기 옆에 차고-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래서 이번 모닝에는 열선 스티어링 휠과 버튼시동 스마트 키를 필두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호화 옵션들이 들어갔다.
마침, 옥외에 주차해둔 차에 올라 맨손으로 운전대를 잡기가 곤혹스러운 계절이다. 고급 차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열선 스티어링 휠을 경차가 달고 나타났으니 대견스러울 수밖에. 여담이지만, 모닝은 항상 연초에 출시되어온 탓에 시승을 하게 되는 것도 겨울이었다. 에어컨을 켜면 힘이 뚝 떨어지는 것이 경차이고 보면, 모닝은 출시 당시의 시승 평가에서 마티즈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모닝은 호화 사양을 떠나서도 전반적인 디자인 자체가 한층 세련되어지고 고급스러워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물론 이것은 상대적인 감각이다. 이번에 준비된 시승차들은 풀 옵션에 가까운 사양을 갖춘데다 ‘하이클래스’로 불리는 블랙 또는 오렌지 패키지와 7인치 내비게이션까지 적용된 상태라 화려함이 더했겠지만, 기본형에 적용되는 그레이 원톤과 직물시트, 메탈릭 장식의 조합도 구형 대비 크게 업그레이드 된 인상을 받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소재의 질감과 조작감이 모두 좋아졌다.
운전대는 각도만 조절되는데, 기본 위치가 불편하지는 않다. 물론 앉은 자세도 옹색하지 않다. 풋레스트가 조금 가까운가 싶었지만 금새 적응이 됐다. 어느 차처럼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시트의 높이 조절은 펌핑 방식. 작은 차에서 적절한 공간을 뽑아내기 위해 기본 시트 위치를 높이는 것은 기본이다. 그만큼 지붕도 높고, 전방 시야도 좋다. 헤드레스트에는 거리조절 기능이 있다는데 시승차의 것은 고정되어 있었다.
뒷좌석은 180㎝이상의 건장한 성인 남자를 앉혀도 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최근에 시승한 그랜저 보다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생각해보면 구형도 머리공간이 좁지는 않았다. 그런데, 뒷좌석 무릎공간은 확실히 좁았던 기억이다. 제원상, 신형은 휠베이스가 15mm 늘어났는데, 앞좌석 레그룸은 36mm가 늘어난 반면 뒷좌석은 오히려 25mm가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운전하기 적당한 자세로 앞좌석 위치를 조절해놓고 뒷좌석에 앉아본 결과 무릎 공간은 충분했다. 구형 때처럼 등받이가 서있는 기분도 안 들고, 발은 앞좌석 시트 아래로 쑥 집어 넣어 편하게 앉을 수 있다. 다만, 앞좌석 시트레일의 뒤쪽을 고정하는 두 지점 사이를 잇는 보강멤버가 바닥에서 살짝 솟아있어서 발 앞쪽이 살짝 들리고, 덕분에 무릎을 세워 앉는 기분이 좀더 들긴 한다.
앞좌석도 마찬가지이지만, 도어 팔걸이에 팔꿈치를 얹어보면 역시 좌우 폭이 좁은 차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인조가죽을 씌워놓은 도어트림의 질감이 상당히 좋다. 도어록 레버를 도어손잡이와 일체형으로 만들어서 사용도 편해졌다. 구형에서는 어깨 쪽에 있는 레버를 조작하기 위해 몸을 비틀어야 했었다. 전동 도어록이 작동할 때의 소음도 SM3보다 낫다.
뒷문을 여닫을 때의 느낌마저도 소형차 수준이다. 그런데, 낑낑거리면서 비실비실 올라가는 뒷좌석 전동 유리만큼은 기존의 부실한 경차를 떠올리게 했다. ‘경차라면 적어도 뒷좌석 유리창 정도는 수동으로 조작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차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구형에는 선루프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경차 최초로 ‘원터치 세이프티 선루프’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개방감과 쾌적성이 높아지는 대신 뒷좌석용 룸램프가 생략되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는 불편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새 모닝이 조명에 인색한 차는 아니다. 앞좌석 컵홀더의 흰색 LED 조명을 보라. 이런 차 잘 없다. 압권은 화장거울이다. 햇빛가리개에 마련된 거울의 커버를 젖히면 양 옆의 LED 조명 6개가 한 줄씩 차례로 켜지면서 전구가 달린 분장실 거울을 연상케 한다. 꺼질 때도 스르르 꺼진다. 기립박수를 칠 뻔했다. 그런데, 이 조명은 운전석 거울에만 달린다. 동반석 거울에는 조명은커녕 커버도 없다.
이 차가 어떤 이들을 겨냥하고 있는 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경차 구매자의 40%, 그리고 사용자의 60%가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부노화 걱정을 덜어주는 자외선차단 앞 유리, 손톱이 상할 염려가 적은 그립타입 도어손잡이 등 신형 모닝은 여성들로부터 점수 딸 요소가 많다.
2개의 앞 좌석 컵홀더는 필요에 따라 접고 펼 수 있도록 회전식으로 만들어놨다. 트렁크의 선반 줄까지 두 개에서 하나로 줄였던 그 회사에서 만든 차가 맞나 싶다. 글로브박스 용량은 9.6리터로, 마티즈의 5.4리터보다 크다. 눈에 잘 안 띄는 이런 부분에는 당연히 조명을 넣지 않았다. 구형과 마찬가지로 동반석 시트 아래에는 서랍을 달아두었다.
차의 크기상 앞좌석 사이에는 높이 솟은 팔걸이 수납함을 생략했다. 대신 팔걸이는 운전석 시트에 접이식으로 달았고, 주차브레이크 옆으로 길쭉한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주차브레이크 아래쪽, 그리고 뒷좌석용 컵홀더와 연결되는 이 곳은 3단 우산을 넣기에 딱 이다. 처음 나왔던 모닝에는 운전자 무릎 앞 공간에 우산을 넣을 수 있었다. 앞좌석 등받이에 주머니가 2개인 것도 요즘에는 왠지 보너스를 받는 것 같다.
트렁크 공간은 200리터로, 구형보다 27%가 넓어졌다. 마티즈는 170리터다. 어차피 차 크기가 거기서 거기인데 어디서 이런 공간을 얻어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트렁크 바닥에 비해 턱이 높은 편이라 무거운 짐을 실을 일이 있다면 불편할 수 있다. 보행자 보호 법규를 만족시키기 위한 디자인의 일부로 범퍼 기준선을 위로 끌어올린 결과다. 구형보다는 높지만 마티즈보다는 낮다고 한다.
바닥을 이중으로 구성해 턱 높이, 혹은 시트를 접었을 때의 높이와 맞추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뒷좌석 등받이는 6:4로 나눠 접어 적재공간을 확장할 수있다.방석 앞부분을 들어 앞으로 젖힌 뒤 등받이를 접으면비록 트렁크 바닥과는 여전히 약간의 높이차가 남긴 하지만 거의 평편하게 연결되는 확장된 적재공간을 얻을 수 있다. 시트를 접을 때 안전벨트가 거치적 거리지 않도록 옆에 꽂아둘 수 있는 홈을 마련한 것도 좋다.
글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 원선웅 (글로벌 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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