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볼보 C70은 2006년 10월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바로 그 직전, 1세대 C70은 쿠페를 먼저 단종시키고 (소프트탑) 컨버터블만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상태였다. S40, C30등과 플랫폼을 공유한 2세대 C70은 하드탑 컨버터블 형태로 나와 이전의 쿠페와 컨버터블을 한번에 대체했다. 이번에 시승한 것은 지난 8월말 국내에 새롭게 소개된 뉴C70이다. 3년 만에 앞뒤 모습과 실내를 일부 손질하고 나왔다.
글/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박기돈(rpm9.com 팀장)
아무리 이한치한이라지만 한겨울에 컨버터블 시승이라니, 다소 뜬금없어 보이긴 하겠다. 그래도 햇빛이 쏟아지는 시간에 지붕을 열 요량이라면, 푹푹 찌는 여름보다는 차라리 겨울이 낫다. 게다가 스웨덴에서 만드는 볼보의 컨버터블이라 겨울 날씨와도 잘 어우러진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봤다. 따지고 보면 C70은 스웨덴 국적이면서도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가 깊이 관여해 만든 차이긴 하다. 하드탑의 설계, 그리고 스웨덴에서의 (위탁)생산이 피닌파리나의 몫이다.
2006년에 출시된 2세대 C70은 3조각 하드탑을 채용한 최초의 양산 컨버터블로 꼽힌다. 이전까지의 하드탑 컨버터블은 지붕과 뒷 유리부분을 각기 한 조각으로 나눈 구조였는데, 벤츠SLK나 푸조206CC처럼 2인승이거나 뒷좌석이 작은 경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4인승 컨버터블인 경우에는 지붕과 트렁크의 길이 문제로 인해 보기 흉한 실루엣이 나오기 십상이었다. (특히 어느 차라고는 콕 집어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C70부터는 지붕 판넬 자체도 둘로 나눠, 접힐 때의 길이를 줄이게 되면서 한결 자연스러운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현행 C70이 1세대 C70쿠페의 예쁘장한 지붕선을 흉내 낼 수 있게 된 것도 이처럼 발전된 기술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붕을 나눠 접기 위해 구분해 놓은 판넬 사이 틈은 고무로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 일부러 얘기해주지 않으면 지붕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무심코 열기 시작한 지붕이 누군가에게는 깜짝 쇼가 될 수도 있다. 천장 마감도 견고한 느낌으로 되어 있어서, 심지어 차에 타고도 이를 눈치채지 못하기도 한다. “무슨 수입차가 선루프도 없어?”라고 한마디 하면, 그 때 여는 거다.
지붕을 열거나 닫는 데는 30초가 걸린다. 22~23초가 걸리는 3시리즈 컨버터블 등과 비교하면 분명 느리지만, 작동 과정이 조용하고 부드러운 것이 인상적이다. 물론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 지붕 개폐를 위한 별도의 조작은 필요 없다. 브레이크를 밟아야만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은 저속이나마 주행 중에도 개폐가 가능한 다른 컨버터블들과 비교해 불만이 될 수 있겠다. 이것마저도 안전에 대한 볼보의 철학을 반영한 것일까?
지붕을 개폐할 때는 지면으로부터 2미터의 높이가 확보되어 있어야 하지만, 트렁크 덮개가 뒤로 심하게 젖혀지지는 않기 때문에 후방 공간은 따로 확보할 필요가 없다. 트렁크 덮개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인 반면 지붕 판넬은 강철 재질로 되어 있다. 지붕을 덮은 상태에서는 차체강성이 15% 더 높다고 한다.
뒷좌석 머리받침 뒤편으로는 ROPS라고 적힌 롤바가 두드러진다. 전복사고 때 순간적으로 솟아 올라 승객을 보호해주는 장치다. ROPS(Rollover Protection System)는 컨버터블 상태뿐 아니라 지붕이 덮여 있는 상태에서 전복됐을 경우에도 작동한다. 뒷유리 부분을 뚫고 솟아오른다고 하니 흥미롭다. 일반 차와 달리 커튼 에어백은 도어에 내장시켰다. 지붕을 연 상태에서도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IC(Inflatable Curtian)는 유리창이 열린 상태에서도 스스로 곧추설 뿐 아니라 전복사고를 감안해 팽창 후에는 천천히 축소된다.
국내 시판 사양의 엔진은 T5 한 가지. 가솔린 2.5리터 5기통 터보로, 23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터보랙이 있긴 하지만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하고 펀치력이 있다. 서스펜션이나 조향장치는 느슨한 편. 타이어(피렐리 P7 235/45R17)도 엄살이 심하다.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 더 어울리긴 하지만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나름 운전하는 재미도 있다. 차체의 삐걱거림 없이 유연하고 여유 있게 달린다는 면에서 딱히 흠잡을 것은 없다.
어쨌든 공차중량이 1,780kg으로, 같은 엔진의 C30 T5에 비해 300kg이나 더 무겁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0~100km/h 가속에는 8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35km/h이다. 자동변속기는 5단짜리이고 100km/h에서 1,900rpm을 유지한다. 공인연비는 9.5km/L다.
스마트키가 적용된 덕분에 짐을 들고 차에 타야 할 때 편하고, 시동은 버튼식은 아니지만 어쨌든원터치로 걸 수 있다. 볼보 특유의 실내 디자인은 여전히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C70의 국내 사양에서는 내장 색상에 따라 센터페시아 판넬의 소재를 알루미늄과 나무로 달리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더욱 부각시켰다.
유광 처리하지 않아 자연목의 느낌이 그대로 남은 볼보의 나무 소재 센터스택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 요즘 같은 겨울이라면 시승차처럼 훈훈한 분위기를 풍기는 나무 소재가 제격이다. 왠지 초등학교 때 만들었던 국기함도 생각난다. 이에 비하면 빨간색 가죽과 알루미늄 센터스택의 조합은 차라리 성인물의 분위기랄까.
완전한 4인승이라고 하기에는 뒷좌석이 그리 넓지 않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쿠페형 차에서 더 넓은 공간을 바라는 것도 무리가 있다. 휠베이스는 세단형인 S40, 해치백인 C30과 동일한데, 천장이 더 낮고 좌우 폭도 넓지 않다. 그리고, 공간 자체보다는 뒷좌석에 드나들기 위해 앞좌석 등받이를 젖히고 미는 과정이 편치 않은 것이 불만이다.
앞좌석의 센터스택에서 이어진 콘솔은 뒷좌석의 칸막이 터널로 연결된다. 여기에는 가리개가 있는 두 개의 컵홀더가 있고, 가운데 팔걸이는 없으나 스키스루는 가능하다. 손잡이를 이용해 가운데 등판을 뜯어내면 안쪽에 응급키트가 들어있다. 팔걸이 조명을 버튼으로 조작하게 해놓은 것, 그리고 수납공간을 팔걸이 밑에 숨겨놓은 점이 재미있다.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채우는 방식인 안전벨트는 창문을 열거나 지붕을 내리고 주행할 때 바람을 맞고 파닥거리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고정해둘 필요가 있다. 가운데 등판의 클립을 이용한다.
운전석에서는 네 개의 유리창을 버튼 하나로 다룰 수 있는데, 원터치로 내리는 조작을 하면 앞쪽2개 먼저 가고 뒤에 2개가 따라가는 방식이다. 올릴 때는 누르고 있어야 끝까지 닫힌다. 각 창을 따로 조작할 때는 1열만 원터치로 여닫기가 가능하다. 굳이 지붕을 열지 않아도 창문 네 개만 내리면 색다른 개방감을 즐길 수 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고 소리도 시끄럽지 않은 상태에서의 시원한 주행. 다만 어깨를 압박하는 안전벨트의 떨림은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다. 다인오디오의 빵빵한 음향으로 묻어버릴까?
2009년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C70은 S60 컨셉트카에서 예고된 볼보의새로운 패밀리 룩을 적용한 첫 양산모델이다. 그릴을 강조하고 보닛에서 연장된 V라인을 범퍼까지 파 내려가는 등 수평적이었던 착한 얼굴을 한층 3차원적인 느낌으로 바꾸었다. LED가 적용된 새 테일램프는 빨간색 파트와 투명 파트 사이에 단차를 두어 각기 범퍼와 연결되도록 하면서 큰 타원을 이루도록 했다.
볼보의 새 패밀리룩은 이전의 얌전한 모양새를 벗어나 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끌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됐다는 시승차의 색상 ‘플라멩고 레드펄’도 좀더 튀고 싶어하는 구매자들을 위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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