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보다 쿨해서 미안해. 볼보 C30 2.4i

발행일자 | 2010.08.16 12:43

볼보의 ‘섹시백’ C30이 옥에 티였던 앞모습을 화려하게 성형하고 다시 나타났다. 실내에는 외관만큼 시원스러운 사양에다 은밀한 매력까지 갖췄다. 이제 구동계만 일신해주면 금상첨화겠다.

글,사진/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너보다 쿨해서 미안해. 볼보 C30 2.4i

무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차가 있다. ‘쿨 컴팩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볼보 C30 해치백이다. 한 겨울 2월에 출시된 차를 이제야 꺼내 시승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해두자. C30은 2007년 3월에 국내에 처음 출시됐고 대략 만 3년째인 올해 2월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다. 성형의 폭은 만족스럽다. 호평을 받아온 뒷모습의 기조를 그대로 둔 채 앞모습을 크게 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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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얼굴부분이 커지면서 앞 오버행이 늘어난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구형은 코랑 잎만 튀어나온 상태였고 이번엔 눈이 함께 튀어나와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닐까?(치수상 전장이 늘긴 했다. 1.6cm...) 덕분에, 평온했던 눈매는 쭉 찢어져 올라간 형상이 됐다. 이제는 엉덩이에 꿇리지 않는 존재감이 있다. 마침 C70도 얼굴 생김이 비슷해졌다. 같은 병원에서 시술 받은 아가씨들 마냥. 이제 세단, 왜건인 S40/V50과 쿠페 라인인 C30/C70 사이에는 자연스레 줄이 그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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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것이 없어 보이는 뒷모습도 잘 비교해보면 범퍼 모양이 달라졌다. 특히 2.4의 경우에는 짝이 안 맞았던 배기구를 아예 숨겨 깔끔해졌다. 페이스리프트 때 으레 바꾸기 마련인 알로이 휠은 오히려 그대로다. 윗급인 T5모델과 동일한 사이즈인데, 스포크 모양은 이쪽이 더 시원스럽다. 시승차의 앞뒤 범퍼와 측면 하단(그리고 안개등 테두리)에 붙은 은색 장식은 110만원짜리 별매 옵션인 스타일링 키트. XC60에 액세서리로 나왔던 것을 옮겨온 인상인데, 오프로드용 차량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점, 그리고 그것이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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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바뀐 후로 C30은 빨간색이 더 예뻐졌다. 아쉽지만 시승차는 얌전한 흰색. 그런데, 문을 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전에 볼 수 없었던 뻘건 속살(실제로는 오렌지 빛)을 드러내서다. 하얀 피부에 빨간 속살,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 시트 아래쪽뿐 아니라 트렁크 안쪽까지 화려한 안감을 뽐낸다. 시트의 엉덩이와 허리 부분 바느질에도 이 색상이 들어갔다.

새 C30이 내세운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개성 추구다. 준비된 모든 색상과 옵션을 취향에 맞게 선택하다 보면 5천 만가지 이상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자랑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수입사에서 미리 정해놓은 사양을 받아들이는 것이 속 편하겠지만 이러한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층 쿨~해진 기분이다. (뉴 C30의 광고를 보면 중년 신사와 젊은이가 각자의 취향에 맞게 꾸민 C30을 타고 나란히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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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대, 이 크기의 수입차에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은 고급 편의사양들은 여전하다. 바이제논-액티브 벤딩라이트(ABL), 듀얼 온도조절장치, ECM룸미러, 퍼들램프, 크루즈컨트롤, BLIS… 편안한 시트는 가죽과 직물의 콤비인데, 재질이 독특해 싸구려 풀 가죽 내장보다는 훨씬 낫다. 전동 조절되는 시트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동반석까지 3가지 위치의 메모리 기능을 제공한다. ‘내가 1번인 건 알겠는데, 2,3번은 누구야?’라는 애인의 추궁을 부를 지도? 단순히 고급사양만 갖춘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취급하는 과정에서 기품을 느낄 수 있도록 솜씨 좋게 배치한 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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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소지한 채 손잡이만 잡아당기면 문 잠김이 해제되는 스마트 엔트리 기능은 2009년식부터 추가됐다. 시동은 원래의 키 구멍에 꽂혀있는 리모컨 수신부를 돌려주면 원터치로 걸린다. 트렁크의 하드커버 역시 2009년식부터 바뀐 부분인데, 기존의 소프트커버 대비 취급이 확실히 간편해졌다. 쓰임새를 고려해 꼼꼼하게 챙긴 디테일들 덕분에 만족감이 높다. 다만 짐을 많이 싣기 위해 떼어냈을 때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고 하면 기우일까? 뒷좌석 등받이는 트렁크 쪽에서 손을 뻗어 간편하게 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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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 보고 뒷좌석을 애들 전용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휠베이스가 S40/V50과 같아 뒷좌석이 꽤 넓다. 앞좌석을 최대한 낮춘 상태에서도 발 공간이 확보되고 무릎공간도 아쉽지 않다. 머리공간의 여유는 S40보다 되려 낫다. 일단, 자세가 편해서 흡족하다. 다만 S40/V50의 3인승 좌석을 2인용으로 줄이고, 남는 부분을 차체의 툭 튀어 나온 어깨 부분에 할애했기 때문에, 가운데에 몰려 앉는 기분이 들긴 한다. 트렁크 공간과의 칸막이 역할을 겸하는 팔걸이는 성인기준에는 낮다. 뒷좌석에 드나들 때 앞좌석 등받이를 젖히고 시트를 앞으로 전동슬라이딩 시키는, 혹은 원위치시키는 과정은 조금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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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쇄적인(?) 바닥 색상을 제외하면 운전석 공간은 예전 그대로라 할 수 있다. 마감재의 고급스러운 질감이 만족스럽고, 작지만 꽉 차고 묵직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수납공간들은 곳곳에 배치된 대신 크기가 썩 넓지 않은데, 볼보 특유의 센터스택 뒷공간이 이를 무마한다. (여전히 실제로 쓰기에는 그리 편치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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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하이퍼포먼스’라 칭하는 오디오의 성능도 상당하다. 이것만 들어봐서는 윗급의 T5에 적용되는 다인오디오가 굳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 MP3는 인식하지만 USB 지원이 안 되는 것은 요즘 기준으로 흠 일수도 있겠다. 인대시 타입 6CD체인져를 갖췄고 AUX단자는 가운데 팔걸이의 수납함에 들어있다. 옵션인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음성출력이 이 AUX에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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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 위쪽에서 스르르 일어나는 내비게이션 전용 모니터 화면은 운전 중 확인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는 대신 햇빛에 취약한 모습이다. 리모컨으로 조작하기가 갑갑하면 손가락으로 터치할 수도 있다. 물론 운전 중에 터치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시승차의 경우에는 GPS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등 불만스러운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볼보의 안전철학에 공감하는 이라면 거치식보다는 이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하기야 주행 중 DMB시청이 가능한 것을 보면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지만.)

너보다 쿨해서 미안해. 볼보 C30 2.4i

구동계에는 변화가 없다. 2.4i 버전의 경우 2.4리터 직렬 5기통 엔진을 탑재했고, T5와 마찬가지로 5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앞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쭉쭉 뻗어주는 달리기 성능보다는 매끄러운 회전이 장기이다. 회전수를 끝까지 높여도 입을 앙다물고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회전질감의 고급스러움 면에서는 여느 4기통 해치백과 계급을 달리한다.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을 때는 대배기량 머슬카를 연상시키는 호쾌한 (하지만 결코 크지 않은) 소리를 낸다. 100km/h에서의 회전수는 2,000rpm을 살짝 상회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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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모드에서 풀 가속을 해보면 65, 100, 160km/h에서 다음 단으로 자동으로 넘어간다. 초기의 C30은 수동모드에서 회전한계에 도달하면 리미터가 작동했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제원상 최고출력은 6,000rpm에서 나오는데, 자동 시프트업 되는 시점은 6200~6500 정도로 각 단에서 조금씩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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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상 0-100km/h 가속시간은 8.8초. 최고속도는 215km/h이지만 4단 5,000rpm에서 180km/h에 도달하면 거의 한계인 것처럼 느껴진다. 계기판 상으로 200km/h를 찍으려면 긴 도로와 인내심을 요한다. 배기량만 보고 톡 쏘는 맛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쉽다. 마치 안전속도에 대한 제한을 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5단 자동변속기는 기어 단수 판단에서 우유부단함이 느껴지고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를 맞추는 동작이 매끄럽지 않다. 변속패들이 있다면 달리는 재미가 조금 나을까? 변속패턴에 스포츠모드가 없는 것도 볼보의 고집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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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하체는 의외로 만족스럽다. 미처 감속하지 못하고 코너에 접어들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낼 때의 놀라움. 아예 작정하고 밀어 넣었는데도 꿈쩍 않고 오히려 더 밟아보라는 듯 반응할 때의 기쁨. 말하자면 상투적인 반전이 있다. 그러면서도 승차감은 꽤 좋은 편이다. 볼보 특유의 미끈미끈한 감이 있다. 노면 충격음을 흡수해내는 수준도 고급스럽다.

너보다 쿨해서 미안해. 볼보 C30 2.4i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스포츠 컨택2. 205/50R17 사이즈다. 상위 모델과 달리 파워 스티어링의 무게감을 설정하는 기능은 없는데, 저속에서는 제법 무겁다. 고속에서도 그 무게감이 이어지니 불만이 덜하지만 대중성을 고려하면 저속에서는 아무래도 조금 더 가벼운 편이 좋겠다. 브레이크 페달은 믿음직스럽게 반응하고 감속될 때의 거동도 안정적이다.

C30 2.4i의 공인연비는 10.4km/L. 290km를 주행한 이번 시승의 평균연비는 8.1km/L였다. 시승차의 적산거리는 13,400km로, 그간 꽤나 혹사당해온 상태다.

너보다 쿨해서 미안해. 볼보 C30 2.4i

C30뿐 아니라 같은 플랫폼을 쓴 볼보의 2.4i 모델들을 다룰 때 마다 구동계에 대한 아쉬움이 남게 된다. 국내실정상 이 차급에서 2.0을 초과하는 배기량은 판매대수를 늘리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것은 으레 2.0 디젤 버전이었고, 볼보자동차코리아에서도 꽤 오래 전부터 검토해온 것으로 안다. 듣기로는 수입가격과 시판가격을 맞추는 것이 원활치 않아서 마냥 미뤄지고 있단다.

그런데, 적어도 C30이라면 소음, 진동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디젤 엔진보다는 2.0리터 4기통 가솔린이 좋지 않을까. 예전에는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파워시프트와 결합되므로 매력적이다. 같은 이유로 2.4i와 T5만 수입 판매했던 일본의 볼보 재팬도 작년부터는 2.4i를 2.0e(2.0가솔린+파워시프트)로 대체하고 있다. 엔진 출력은 145마력으로 평범하지만, 2.4i보다 무게가 가벼워 핸들링이 좋고 변속기가 듀얼클러치 방식답지 않게 부드럽다는 등 여러 가지로 평이 좋다. 연비도 2.4i 대비 20%이상 높다니 금상첨화다. +1기통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볼보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아쉬워지겠지만 말이다.

<a href="http://gallery.rpm9.com/breakEgg/offline_list.html?GalleryType=Thumb&amp;qservice_uid=1&amp;qgallery_uid=586">▲ 볼보 뉴C30 2.4i 시승사진 갤러리</a>
<▲ 볼보 뉴C30 2.4i 시승사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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