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티가 팍팍 나는데 성격은 소탈하고 외모는 섹시하며 육신 건강하고 머리까지 좋은 ‘엄친딸’형 자동차. 볼보XC60 D5는 예쁘고 늘씬한 차체에 털털한 디젤 엔진을 얹었고, 넓고 세련된 실내공간과 실용적인 적재공간을 갖추었다. 안전한 차의 대명사인 볼보 중에서도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하며, 세계최초의 저속추돌사고 방지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가 덤이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민병권
볼보 XC60은 2007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셉카로 처음 선보여졌고, 양산형은 2008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되었다. 유럽에서 실제 판매에 들어간 것은 2008년 하반기부터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본사의 물량 배정이 늦어진 탓에 2009년 6월부터 시판에 돌입한 상태다. 원래 개발 중이던 양산차의 예고편으로 컨셉카를 제작했던 것인 만큼, 양산버전의 모습은 얼핏 보기에 컨셉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뚜렷한 느낌상의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근육질을 강조했던 남성적인 디자인이 한결 여성스럽게 바뀐 점이다. 양산버전은 매끈하고 곱상해졌으며, 우락부락했던 헤드기어를 벗어 던지고 예쁜 얼굴을 드러냈다.
볼보XC60 컨셉카
‘낭비가 심한 SUV’라는 비난을 슬쩍 피해갈 수 있을 정도로 덩치를 줄인 차체는 실제 치수보다도 조금 작게 보이는 면이 있다. 주차장에 쏘렌토R이 서있길래 나란히 주차하고 보니, 높이는 비슷해 보이고 폭은 XC60이 더 넓어 보였다. 나중에 제원을 까보니 실제로는 폭과 높이가 비슷하고 길이는 쏘렌토가 6cm쯤 길다. 반면 휠베이스는 XC60이 7.4cm 더 길다. XC60은 길이 4,627mm, 폭 1,888mm, 높이 1,713mm에 휠베이스 2,774mm의 차체를 가졌다. 경쟁모델 중 하나인 아우디 Q5의 사이즈는 4,629 x 1,880 x 1,653mm에 휠베이스 2,807mm이다. 집안식구들끼리 비교해보면 XC60은 준중형 왜건인 V50에 비해서는 모든 면에서 훨씬 큰 차이고, XC70보다는 길이와 휠베이스가 짧은 대신 폭이 넓고 키가 크다.
XC60은 XC70, XC90으로 이어지는 볼보 ‘크로스컨트리(XC)’ 라인의 막내지만, 차 값은 XC70보다 비싸다. 숫자가 더 높긴 해도 XC70은 기존 승용차의 개량형이고, XC60은 SUV에 가까운 독립 모델인 탓이다. 볼보에서는 XC70을 MUV(멀티 유틸리티 비클), XC60을 CUV(크로스오버 유틸리비 비클)로 나눈다. 그럼 XC90은? 프리미엄 SUV(스포츠 유틸리티 비클)란다. XC60의 플랫폼 자체는 현행 XC70이나 S80과 같다. 포드의 몬데오와 S-MAX, 랜드로버의 프리랜더도 이 플랫폼에서 태어났으니, 복잡한 가족사다. (한편, XC90은 구형 XC70, S80과 플랫폼을 공유했다.) XC60의 최저지상고는 230mm이고, 접근각 22도, 이탈각 27도, 여각 22도의 오프로드 접근성을 가졌다. 확실히 XC70보다는 모든 수치가 더 낫다. 굴림방식은 할덱스제 시스템을 이용한 상시 4륜구동(AWD)으로, 평상시에는 95%의 동력으로 앞바퀴를 굴리다가 상황에 따라 최대 50%를 뒷바퀴로 보낼 수 있다. 저속4륜 잠금장치가 없는 것은 XC70과 마찬가지이고, 옵션인 내리막 속도 유지장치(HDC)는 이번 사양에 빠져있다.
시승차에는 앞뒤 범퍼와 측면하단에 오프로더의 느낌을 강조한 은색장식이 붙었는데, 이는 차 값에 포함 안된 패키지 옵션이다. 개인적으로는 측면과 후면은 붙이는 편이, 전면은 없는 편이 나은 것 같다. XC60에는 차세대 볼보의 디자인 특징들이 담겨있는데, 앞부분에서는 새롭게 바뀐 아이언마크(볼보상표)와 헤드램프-라디에이터 그릴 사이에 위치한 LED램프가 그런 부분이다. 이전까지 박스 안에 갇혀 있었던 아이언마크는 울타리를 집어삼킬 정도로 사이즈를 키워 볼보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헤드램프는 V자 보닛과 연결되는 쐐기형 앞부분 형상에 걸맞게 외곽라인과 안쪽 구성요소들을 예쁘장하게 꾸몄고, 그에 비해 XC70처럼 아래쪽에 각을 줘 터프하게 만든 라디에이터그릴은 뒤로 눕히지 않고 곧추선 형태로 두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그 사이에 배치된 LED램프는 다음에 나올 S60등 차기 볼보들에서도 만나게 될 요소다.
측면부는 뒤로 갈수록 낮아지다 경사를 준 테일램프와 이어지는 지붕선, 그리고 완만하게 높아지는 어깨선으로 인해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아래쪽을 검게 처리해 날렵한 왜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컨셉카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앞바퀴의 휠아치에서 도어손잡이 위까지 연결된 굴곡도 상당하다. 뒷모습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C30 못지않게 예쁘다. 지붕에서 출발한 뒤 돌출된 어깨선을 타고 흘러내려 유려한 S라인을 만드는 LED 테일램프 디자인이 압권. 다른 볼보들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별도의 제동등이 켜져서 예쁜 라인을 망치곤 했는데, 이번에는 미등과 제동등을 겹쳐놓아 뭔 짓을 해도 예쁘다.
컨셉카처럼 번호판 부분까지 유리로 처리하지는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측면 유리에 비하면 뒷유리가 낮게 깔렸다. 덕분에 운전석에 앉아보면 뒷좌석 등받이 너머로 갑갑하지 않은 후방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볼보는 C30을 타던 오너가 실용적인 이유로 차를 바꾸게 될 경우에 XC60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말한다. 아닌게 아니라 XC60은 아역배우였던 C30이 완소 성인연기자로 성장한 것 같은 모습이다. C30이 가장 쿨한 볼보라면, XC60은 가장 섹시한 볼보다. 내년에 신형 S60이 나오면 볼보 몸매1위는 뺐길지 몰라도 얼굴1위는 그대로 지킬지도 모르겠다.
XC60은 버튼식 시동장치와 스마트 키 시스템을 쓰고 있는데, 문을 잠글 때 쓰는 도어손잡이의 검정버튼은 뒷문에도 달려있고, 열 때는 손잡이만 잡아당기면 된다. ‘개인 차량 커뮤니케이터(PCC)’라 불리는 시동 키에는 차량과의 통신내용이 저장되어있어서 신호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도 도어를 잠그고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신호가 닿는 100미터 거리 내에서는 차의 도난경보기가 울린 적이 있는지, 현재 차 안에 침입자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지 등을 알려준다. 미등, 차폭등, 사이드미러 하단의 퍼들램프를 한번에 켤 수 있는 원격 조명기능만 써도 편하다.
실내는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를 내세우고 있는 요즘 볼보차의 느낌 그대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물론 스티어링휠과 계기판, 버튼류 등 부품 자체가 낯익다. 특히 갈색과 베이지의 투톤 구성 탓에 1년 전 시승했던 XC70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넓고 아늑해 보이기도 마찬가지다.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XC60은 젊은 분위기를 더 강조했다는 것이다. 점잖은 쇼파 같았던 XC70의 시트와 달리 X자로 투톤처리한 시트가 그런 부분이다. 바느질을 강조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 것은 여전하다. 스웨덴 가구 같기도 하고 가전제품 같기도 한, 고급스러우면서도 칙칙하지는 않고 모던한 느낌을 주는 실내는 사모님들이 꽤나 좋아하실 것 같다. 전반적인 재질감과 품질감이 뛰어나고 구성요소들은 인체공학적으로 잘 배치되어있다. 운전자 쪽으로 몸을 튼 센터페시아나 아래쪽으로 경사를 준 도어 릴리즈 레버 등이 돋보인다. (팔걸이 부근의 도어손잡이 안쪽 모서리에 날이 선 것은 의외다.) 얇은 센터페시아 뒤편으로 수납공간을 두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센터페시아에 광택 있는 나무 장식이 적용된 점이다. 해외사양에서 볼 수 있는 알루미늄 장식이었다면 은색으로 처리된 테두리나 CD삽입부와 일체감이 돋보였을 것이고, 보기에도 시원스러워서 요즘과 같은 더운 날씨 속 시승에서는 추가점수를 주고도 남았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객취향을 꿰고 있는 영업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니 어쩌겠는가.
날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통풍시트가 적용되지 않은 점도 아쉽긴 했지만 유리의 열차단 기능이 좋은 덕분인지 이번 시승에서는 이렇다 할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계기판은 S80처럼 속도계와 엔진회전계의 가운데 부분에 원형으로 액정창을 마련해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고 빨간 눈금은 바깥쪽에만 표시되는 방식이다. 계기 테두리 부분은 S80 D5나 XC70처럼 수수하게 처리한 것이 아니라 S80 V8처럼 메탈장식을 둘러 고급스럽게 보인다. 윗부분에서 조명을 비춰 계기판의 입체감을 강조한 것도 그대로이다. S80보다도 나은 것은 새로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폴더든 슬라이드 방식이든, 대시보드 상단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기존 볼보의 방식이었는데, XC60에서는 그 부분에 보조 액정창이 놓였고 내비게이터 화면은 센터페시아로 내려앉았다. 보조 액정창은 오디오와 공조장치, 차량 설정등에 대한 정보를 통합해 보여주는 화면으로, 내비게이션과 완전히 독립되어 있기는 예전과 마찬가지이다.
운전 중 안전한 확인이 용이한 쪽은 대시보드 상단이므로, 무엇이 위로 가는 것이 맞는지는 각자의 사용빈도에 따라 다르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 내비게이션의 화질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다루기 불편했던 리모컨 대신 터치스크린 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반사를 줄이고 시야각을 확보하기 위해 화면이 다소 깊숙하게 위치하고 있어서 화면을 터치하려면 손모양이 다소 비굴해져야 하고 국내에서 적용한 내비 소프트웨어(맵피)의 화면 윗부분이 약간 잘려서 보이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만족도 면에서는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수준이다. 앞좌석은 운전석, 동반석 할 것 없이 8웨이 전동조절식이고, 요추받침만 수동조절이다. 운전석에는 메모리기능이 있고 스티어링 컬럼은 깊이와 각도를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XC70때와는 반대로 탈 때 무릎이 걸리곤 했다. 일단 앉고 나면 운전자세 자체는 승용차와 비슷한 느낌으로, 시트 포지션 못지않게 실내 바닥도 의외로 높게 느껴진다. 옵션품목 중에는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발판도 있긴 하지만, 승하차 때 보다는 루프랙의 화물을 다룰 때 도움이 될 아이템이다.
지나칠 정도의 무게감을 가진 도어 안쪽 면에는 폭과 높이 여유가 넉넉한 도어포켓이 있는데, 담이 낮아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운전석 도어팔걸이에 팔꿈치를 대면 스티어링 휠을 잡기 딱 좋은 위치가 되는 것은 다른 볼보에서도 느꼈던 부분. 그에 비해 가운데 팔걸이가 낮은 것도 여전하다. 커버로 깔끔하게 덮을 수 있는 센터콘솔의 컵홀더나 시트 앞부분의 캥거루 주머니, 동반석 헤드레스트의 옷걸이도 익숙한 부분. 콘솔 박스 안에는 순정오디오의 AUX와 USB 단자가 들어있고, 글로브 박스 안쪽에는 국산 내비게이션의 업데이트와 멀티미디어 기능 사용을 위한 USB및 메모리 소켓이 추가되어 있다. 오디오는 볼보의 중간 사양인 ‘하이퍼포먼스’급으로 6 CD체인저와 40W 앰프 4개, 스피커 8개로 구성되어 있다. XC70에서 볼 수 있었던 후방카메라는 적용되지 않았는데, 주차센서는 앞뒤로 달려있어서 장애물이 감지되면 상단의 액정화면에 위치와 단계별 거리가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정체 중 서행할 때 옆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가도 삑삑거리는 것은 여전하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버튼으로 기능을 꺼버릴 수는 있지만, 정작 필요할 때 켜진 상태로 착각하고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는 ‘상시 점등 권장형’으로 되어있는 전조등 조작부도 마찬가지다.
후진시 자동으로 하향 조절 되는 사이드미러는 껑충한 차를 후진시킬 때 엄습하는 옆구리의 불안함을 덜어준다. 사이드 미러에는 물론 볼보 특허의 사각지대 감시경보장치인 BLIS가 내장되어 있는데, 경고램프가 뾰족하게 바뀐 것이 눈에 띈다. 창문은 네 개 모두 원터치로 열거나 닫을 수 있고, ‘세미-파노라마루프(?)’ 스타일인 선루프 역시 햇빛가리개까지 원터치로 움직인다. 볼보는 선루프를 포함한 차의 모든 창에 이중접합유리를 적용했다. 창문을 내려보면 두 장의 유리가 맞붙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뒷좌석은 무릎공간과 머리공간이 넉넉하고 1열 시트를 끝까지 내려도 발 공간 역시 부족하지 않다. 새 부리처럼 생긴 헤드레스트가 뒤통수로부터 약간 멀게 느껴지고, 방석에 내장된 어린이용 시트(부스터시트)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래도 머리를 기대고 있으면 어느새 졸음이 밀려오는 편안한 좌석이다. 등받이는 각도조절을 할 수 없으나, 헤드레스트만 접거나 원터치로 등받이와 헤드레스트를 함께 접을 수는 있다. 헤드레스트를 세워놨다고 해서 딱히 후방시야가 가리지는 않는다. 가운데 좌석용의 헤드레스트는 등받이 일체형으로 되어있어서 필요할 때만 위로 올려 쓰는 방식이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사양으로는 B필러에 내장된 송풍구와 센터콘솔의 전원소켓이 있다. 가운데 팔걸이는 얕지만 컵홀더와 수납공간을 내장하고 있고, 높이도 적당하다. 도어포켓에는 500mL 음료 PET병을 꽂을 수 있다.
테일게이트는 전동식으로 오르내린다. 열 때는 운전석 왼편의 스위치나 리모컨, 테일게이트의 번호판 램프 사이 버튼을 쓰면 되고, 닫을 때는 테일게이트 바닥 면의 버튼을 써야 한다. 도어록 제어가 까탈스러운 어떤 차들은 설정에서 아무리 해제를 시켜도 테일게이트의 열림 버튼을 먹통으로 만들곤 하는데, XC60은 테일게이트를 열기 위해 다시 운전석으로 가거나 스마트키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서 좋다. 테일게이트가 열려있을 때는 안전을 위해 테일램프가 켜지도록 되어있는데, 도어 안쪽에는 여느 차들과 달리 반사판이나 커티시 램프를 배치하지 않았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이 495리터이고, 뒷좌석을 접으면 1,455리터까지 늘어난다. 용량은 XC70이 더 크다. XC60은 XC70처럼 으리으리한 레일 시스템도 갖추지 않았다. 4:2:4의 비율로 나눠지는 2열 시트 등받이는 스키스루 대신 가운데 부분을 통째로 접어서 적재함 바닥과 평편하게 이어지도록 할 수 있다. 등받이를 접은 상태에서 위치 고정이 되지는 않지만 바닥은 견고한 느낌으로 적재함 부분과 연결된다.
필요하다면 동반석 등받이까지 접어 더욱 긴 짐을 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어도 새 부리(?)가 대시보드에 걸리고 옆구리살이 접혀서 완전히 접을 수는 없다. 적재함 바닥은 다소 높은 느낌이고 뒷좌석 등받이와 평편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은근한 경사를 갖고 있다. 적재함 바닥면에는 90도로 세워서 쓰는 쇼핑백 홀더가 내장되어 있고, 그물걸이와 전원소켓 등이 마련되어 있다. 바닥 아래 자투리 공간에는 응급의료킷과 비상삼각대, 안전그물망(XC70은 적재함 커버에 객실 보호를 위한 그물망이 내장되어 있었는데 XC60은 분리형이다.)이 들어있고, 펑크 난 타이어를 다룰 때 쓰는 비닐봉투와 장갑도 따라온다. (이런 깔끔쟁이!) 여기서 다시 커버를 들어올리면 임시 스페어타이어와 함께 도배된 방음소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XC60에 올라가는 엔진은 네 가지로, 출력이 다른 2.4리터 직렬 5기통 디젤이 두 개(2.4D, D5)이고, 3.2 가솔린과 3.0 가솔린 터보가 있다. 첫 출시 당시에는 모두 AWD였지만 지금은 2.4D엔진에 앞바퀴굴림 버전도 준비되었다. 국내 수입사양은 디젤 중 힘이 센 쪽인 ‘D5’이고 6단 자동변속기 ‘기어트로닉’과 조합된다. 다른 볼보들에서 이미 익숙한 설정이다. 이 엔진의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185마력이고, 2,000~2,750rpm에서 40.8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엔진성능은 쓸만하다. 2톤에 이르는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시내주행에서는 밟을 때마다 시원스럽게잘 치고 나간다. 다만 변속기가 반응시간을 잡아먹을 때가 있고, 고속에서의 가속은 재미가 없다. 변속기에는 별도의 스포츠모드가 없고 변속레버를 오른쪽으로 밀면 수동모드에 진입하는데, 뭉툭한 변속레버를 그냥 D에 두고 편히 타는 쪽이 어울린다. 수동모드에서도 4,650rpm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는데, 풀 가속시의 변속포인트는 40, 75, 110, 150km/h 정도. 4단부터는 가속이 지루해 제원상 최고속도인 210km/h가 멀게 느껴진다. 0-100km/h 가속시간은 9.9초로 나쁘지 않다.
엔진은 시동 때나 공회전 때는 얌전하다가 가속할 때만 소음이 두드러진다. 괴로운 소음은 아니지만 차 자체가 워낙 조용해서 엔진소리가 아쉽게 느껴진다. 특히 크루즈컨트롤을 이용해 속도를 유지해보면 차의 정숙성이 돋보이기 때문에 ‘가속 할 때 엔진소리만 줄이면 금상첨화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정차 중의 진동도 조금 더 잡아냈으면 좋겠다. 8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1,400rpm이고, 100km/h 주행 시에는 1,850rpm으로, XC70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다. 총주행거리가 2,000km에 미달한 시승차는 300km 시승에 10.4km/L의 평균연비를 보였다. 공인연비는 11.6km/L이고 연료탱크용량은 70리터이다.
사실 이 파워트레인은 볼보가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이 아니다. 하반기에 들어온다는 T6버전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소개된 국내사양의 D5와 달리 유럽에서 팔고 있는 D5는 연초에 발표된 신형 엔진으로, 최신 커먼레일 시스템과 트윈터보를 달아 최고출력이 205마력으로 높아졌고, 향상된 최대토크를 1,500rpm~3,250rpm의 넓은 범위에서 발휘한다. 소음과 연료소모도 기존의 (그러니까 국내사양의 XC60에 탑재된) D5보다 줄었다. 이번에 배정받은 물량이 소진되고 나면 우리나라에도 이 신형 엔진을 얹은 D5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XC60의 하체는 부드럽게 출렁거렸던 XC70과는 많이 다르다. 앞서 언급한 오프로드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XC70보다도 더 온로드 주행에 비중을 둔 설정으로 보여진다. 타이어도 오프로드 주행을 배제한 듯한 피렐리 P제로 로쏘를 끼운다. 덕분에 이런 종류의 차로서는 핸들링과 코너링 실력이 제법이다. 그러면서도 독일차만큼 단단하고 묵직하지는 않아서 거친 노면에서도 승차감이 좋다.
XC60의 기본 휠 사이즈는 17인치인데 국내 사양은 18인치 휠에 235/60R18 타이어를 끼운다. 시승차(흰색)는 옵션사양인 19인치 휠(‘아킬레스’ 디자인)을 달아 타이어도 255/50R19로 커졌는데, 도로이음메 등에서 좀더 의식하게 되는 것 외에는 노면을 많이 탄다던가 하는 유난스러운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시승차에는 한국타이어 벤투스 AS가 끼워졌지만 시판차에는 본사에서 설정한 다른 제품이 끼워진다고 한다. 다른 볼보들처럼 스티어링휠의 조향력은 차량 설정 메뉴에서 3단계로 가볍거나 무겁게 조절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 반응은 약간 밀리는 듯한 감을 받았는데, 차량 성격과 크기를 감안하면 어색한 정도는 아니다. 브레이크 성능 자체는 생긴 것처럼 날쌘(?) 감속을 가능하게 해준다. 주차브레이크는 전동식으로, 스티어링 컬럼 좌측 하단의 레버를 누르면 작동하고, 당기면 풀린다. 물론 출발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아도 자동으로 풀리게 되는데, XC70때와 같은 저항감은 없었다. 정차 시 수시로 써먹기에는 레버위치가 적당치 못한 것이 흠이다.
XC60은 볼보 스스로 ‘가장 안전한 볼보’라 칭하는 차다. 볼보의 첨단 안전기술이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어 총망라된 탓이다. 물론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속추돌사고 방지장치인 ‘시티 세이프티’이다. 30km/h 이하의 주행속도에서 앞차를 추돌할 위험이 있는데 운전자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차가 스스로 제동을 걸어 속도를 줄이거나 차를 멈춰 세운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최초 알아서 서는 차’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기도 하다.사실 ‘스스로 알아서 서는’ 기능 자체는 세계최초가 아니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고도화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갖춘 해외 시판차 중에는 정체 시 앞차를 따라 완전히 멈춰 섰다가 재출발하는 기능을 진작에 선보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차이점은 시티세이프티의 경우 크루즈컨트롤의 일부가 아닌 순수 안전장치로서 운전자의 편의상 설정과는 관계없이 작동한다는 것으로, 트림이나 옵션에 따라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XC60에 기본사양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세계최초다.
‘이런 첨단 기술도 개발하는 메이커의 차’가 아니라, 제시된 차 값으로 바로 그 첨단 안전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차가 꽉 막힌 봄날의 도로에서 비몽사몽간에 거북이걸음을 계속하다 몇 번이고 앞차의 꽁무니에 키스를 할 뻔한 경험이 있는 필자 같은 이들은 이러한 기술이 시판차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반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정도 속도에서 사고가 난다 한들 사람이 크게 다칠 일은 없겠지만, 뒷차가 살짝만 부딪혀도 뒷목부터 잡고 내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적, 금전적, 정신적 손해를 동반한 불쾌하고 가슴 철렁한 경험을 막아줄 수도 있는 몹시 유용한 기술이라 할 것이다. 물론 XC60의 안전기술은 이뿐이 아니다. 차선이탈 경고시스템(LDW)과 운전자 경보시스템, 지능형 운전자 정보시스템, 액티브 바이제논 헤드램프(ABL), BLIS, 전복방지 시스템(RSC), 주행안정시스템(DSTC), IP, WHIPS, SIPS 등등 일일이 풀어 설명하기가 벅찰 정도다. 앞유리 상단에 요란스러운 렌즈들이 나열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나 후방카메라는 XC60의 옵션 품목 중에는 있으되 이번 D5에는 딸려오지 않은 사양이다. 사실 시티 세이프티 외에는 ABL, BLIS, LDW, PCC등도 모두 옵션이지만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이다 보니 국내 시판 버전에는 모두 달고 들어온 것으로, 덕분에 그만큼 가격이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하반기에 추가되는 T6버전은 이번에 빠진 능동형 전자제어서스펜션 FOUR-C와 HDC, ACC를 달고 들어온다 하니, 벌써부터 차 값이 걱정이다. 하기야 T6는 얼굴마담일 뿐 많은 판매를 기대하는 모델은 아닐 것이다. T6는 3.0리터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어 28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0-100km/h 가속을 7.5초에 끊는다.
D5엔진을 얹은 XC60의 차값은 6,290만원. 참고로 XC70은 5,840만원이고, 아우디 Q5 2.0 TDI 기본형은 5,870만원, 다이내믹 버전은 6,3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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