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발행일자 | 2011.04.28 09:04

전기자동차이면서 추가 발전 시스템을 더해 전기자동차의 최대 약점이었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인 최초의 양산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국내 주행 시험 개시에 이어, 언론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시승회가 마련되었다. 인천에 있는 한국GM의 청라 주행시험장에서 잠깐이나마 화제의 전기차 볼트를 시승해 보았다. 볼트는 지난 해 말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해 현재는 미국의 7개 주에서 판매가 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는 미국 전체 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아직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혼동하는 이들이 가끔 있는데, 볼트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 구분이 더욱 애매하다. 구동력으로 전기모터를 사용하면 전기차,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인데, 볼트는 분명 전기 모터와 휘발유 엔진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분류하기 보다는 전기차로 분류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왜냐하면 볼트는 구동력으로 전기 모터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볼트에 장착된 휘발유 엔진은 달리는 구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의 전기가 다 소모되었을 때, 추가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만 사용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배터리의 전기가 다 소모되면, 급하게 충전 시설을 찾을 필요 없이 휘발유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생산한 전기로 계속 주행할 수 있다. 장거리를 주행하다 전기 충전소가 없을 땐 주유소에 들러 주유만 해 주면 된다는 점이 매력이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볼트는 111kW의 전기모터를 주동력으로 하며, 발전기와 연결된 55kW 전기모터를 추가로 사용한다. 배터리 용량은 16kWh로 가정용 240V 전원으로 4시간이면 완충이 가능하다. 이렇게 완충된 배터리로는 최대 80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속도는 최고 161km/h까지 낼 수 있다. 전기자동차로서 주행거리 80km는 부족한 편이지만 평균적인 출퇴근 거리는 커버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 쉐보레의 설명이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주행 거리가 80km를 넘어 배터리의 전기가 다 소진되면, 1.4리터 휘발유 엔진으로 발전기를 가동하며, 약 35리터의 휘발유로 최대 530km를 더 주행할 수 있어, 총 주행가능 거리는 610km에 이른다. 굳이 휘발유 만의 연비를 계산해 보면 약 15km/l 정도로, 휘발유를 전기로 바꾸어 주행하는 것이 휘발유 엔진으로 직접 주행하는 것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휘발유에 의한 발전 시스템은 유사시 보조용으로 사용하고, 평소에는 플러그인 충전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이런 점이 볼트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시티 커뮤터, 즉 도심 출퇴근 용으로 전기차를 사용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오히려 휘발유 엔진 발전 장치 대신, 그 무게만큼 추가로 배터리를 더 장착해 기본 주행 거리를 늘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볼트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거의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고 주행하고 있다고 한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볼트의 디자인에는 심플한 선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여러 요소들에서 전기차 분위기가 물씬 난다. 스타일이 상당히 세련된 점도 볼트의 장점 중의 하나다. 차체는 길이가 4,498mm, 휠베이스가 2,685mm로 준중형급에 해당돼, 소형차 위주의 전기차에 비하면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세단처럼 트렁크 부분을 돌출시킨 형태여서 디자인을 멋지게 살리면서도 실제로는 해치백이어서공간 활용성을높인 점도 매력이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실내 디자인도 컨셉트카를 보는 듯 미래적이고 세련됐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센터 페시아 중간쯤에 있는 파워 버튼을 누르면 수 초 만에 대기 상태가 된다. 일반 자동차에서 시동이 걸린 것과 같은 상태이며, 컴퓨터로 치면 부팅이 된 거랑 같다. 대기 상태가 되어도 당연히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일반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와 똑같이 생긴 기어를 D에 놓으면 이후 주행 방법은 일반 자동차와 똑같다. 다만 아무리 빨리 달려도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나지 않을 뿐이다. 소리 없이 달리는 전기차가 어색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자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한정된 공간이긴 했지만 약 1km에 달하는 직선 구간에서 150km/h를 살짝 넘기는 속도까지 가속해 보았는데, 전기차의 특성상 초반 가속이 뛰어나고, 중속 이상의 가속력은 꾸준했다. 제원상 0~100km/h 가속에는 약 9초가 걸린다. 60~70km/h 정도의 속도에서 엑셀을 깊이 밟으면 앞이 살짝 들릴 정도로 가속이 힘있게 이루어진다. 직선 거리가 짧아서 더 이상 가속은 못했지만 제원상의 161km/h는 무난히 도달할 것 같았다.

이 정도의 가속력과 최고속도라면 일상 생활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연료비 걱정이 적은 만큼 무척 재미있게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겠다. 전기 스포츠카가 기대되는 이유다. 볼트의 이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차체를 작고 가볍게 만들고 장비를 떼어내면 충분히 스포츠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하체 세팅도 상당히 세련되어서, 잠깐이고 직선구간이긴 했지만 고속영역에서도 안정감은 뛰어났다. 적당히 묵직한 스티어링 반응도 안정감이 좋았다.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배터리가 차체 중앙 바닥에 자리잡고 있어서 안정감이 더 높은 듯 하다.

며칠 전 볼트가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IIHS)가 발표한 가장 안전한 차량(Top Safety Pick)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보도 된 것처럼 8개의 에어백을 포함한 안전 장비도 최고 수준이며, 보스 오디오 시스템 등 편의 장비도 충분하게 갖췄다. 하지만 아쉽게도 짧은 시승으로 인해 다양한 장비들을 사용해 볼 수는 없었다.

전기차 쉐보레 볼트, 소리도 없이 150km/h로 질주

가장 관심 있는 국내 시판 시기와 가격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아직까지 명확한 것이 없다. 전기 충전 인프라 구축과 소비자의 구매 욕구 증대, 그리고 정부의 세제 지원 등이 모두 갖춰지면 국내 시판이 가능해 지지 않겠느냐는 소극적인 답변이 있었을 뿐이다. 가격 또한 정부의 세제 지원에의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이미 시판이 시작됐고, 완성도도 높은 전기차 볼트. 국내 소비자에겐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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