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직접 타보니, 지름신 강림 어쩔거야?

발행일자 | 2011.11.30 09:20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박스형 경차 기아 레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일단 경차이니 가격에서 부담이 적을 테고,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박스형으로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한데다 최근 닛산 큐브의 국내 출시로 박스형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도 커진 탓이다. 공식 출시에 앞서 공개된 사진을 통해 디자인도 상당히 귀엽게 나온 것으로 알려 지면서 많은 이들이 레이의 실제적인 품질과 경쟁력에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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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호기심을 가득 안고 레이를 만났다. 무대위로 나온 다양한 색깔의 레이는 또한 다양한 효용성을 퍼포먼스로 보여 줘, 어떤 사람들이 어떤 용도로 레이를 사용하면 되겠구나 하는 가이드를 제시했다. 그리고 무대 위의 레이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레이에 대한 호감은 더욱 커졌다.

이미 공개된 것처럼 가격은 가솔린 디럭스 1,240만원부터 가솔린 프레스티지 1,495만원까지이며, 옵션으로는 네비게이션이 90만원이다. 수동변속기는 아예 마련되지 않았고, 자동변속기가 기본이다. 가솔린 대신 바이퓨얼을 선택한다면 130만원이 더 비싸다. 모닝은 가격대가 1,005만원에서 1,235만원까지이므로 자동변속기를 더하더라도 가격차이가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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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경차를 제외하고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들이 엔트리카로 선호할 만한 엑센트의 경우에는 4도어 1.4VVT가 1,149만원에서 1,240만원, 1.6 GDI도 기본형이 1,310만원으로 레이 고급형보다 싸다. 프라이드도 비슷한 수준이며, 국내 박스형 소형차의 원조인 소울 역시 엔트리 트림인 디럭스가 1,355만원으로 레이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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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모닝보다는 전반적으로 많이 비싸며, 윗급인 소형차나 준중형급 박스카인 쏘울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그 정도의 가격를 지불하고도 구입하고 싶을 만큼 레이가 매력적일까 하는 것이 이번 첫경험에 대한 가장 큰 호기심이다.

우선 호기심을 풀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될 중요한 장점은 경차라는 점이다. 세제 혜택을 비롯해 고속도로 통행료, 주차료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초기에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장점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호기심을 풀어줄 첫 번째 단서는 디자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다양한 박스형 경차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첫 시도이다 보니 신선한 면이 강하다. 그리고 최근 성공적으로 국내에 데뷔한 닛산 큐브를 통해서도 박스형 차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의 등장은 아직은 신선함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디자인은 상당히 귀엽게, 예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적어도 레이가 타겟으로 잡고 있는 젊은 여성층에서는 아주 많은 이들이 레이의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라면 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차를 구입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디자인은 개인적인 견해 차가 큰 만큼 키가 껑충하고 멋없이 각친 레이 디자인을 싫어하는 이들도 많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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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서는 실내를 포함한 차의 크기다. 레이의 크기는 국내 경차 규격이 정한 길이, 너비, 높이를 최대한으로 맞추어 3,595x1,595x1,700mm다. 키는 쏘울의 1,610mm와 스포티지 R의 1,635mm보다도 더 크고, 겨우 쏘렌토 R의 1,710mm보다 조금 작다. 비밀은 휠베이스에 있다. 현재 모닝의 휠베이스가 2,385mm인데, 레이는 앞 바퀴는 최대한 앞으로, 뒷 바퀴는 최대한 뒤로 밀어 모닝보다 135mm가 더 늘어난 2,520mm를 확보했다. 겨우 13.5cm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프라이드의 2,570mm에 육박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쏘울은 2,550mm 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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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 좌석에 앉아서 뒤를 돌아보면 절대 경차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넓다는 생각이 확 든다. 실제로 운전석이나 동반자석을 조금 앞으로 당기고, 뒷좌석을 최대한 뒤로 밀면 뒷좌석 승객의 무릎 공간은 소형차나 준중형차보다 더 넓어진다. 거기다가 천정까지 높아서 실내는 정말 넓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물론 트렁크에 짐을 많이 실으려면 뒷좌석을 앞으로 당겨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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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동반자석을 앞으로 폴딩하면 뒷좌석 승객이 다리를 쭉 뻗을 수도 있다. 동반자석 등받이를 테이블처럼 사용하기 위해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마감되어 있어서, 그대로는 다리가 편안하지는 않다. 다리를 뻗을 생각이라면 방석이라도 깔아야 한다. 어쨌든 레이의 실내 공간은 어른 두 명과 아이 두 명은 물론, 어른(어떤 어른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네 명이 타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참, 놀이동산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려고 할 때 키를 재봐야 하는 정도의 아이라면 실내를 서서 걸어 다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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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단서는 편의장비다. 가장 비싼 프레스티지를 선택하면, 수동변속 모드가 있는 자동 4단 변속기, 풀 오토 에어컨, 버튼 시동 스마트 키, 히티드 스티어링 휠, 1, 2열 히티드 시트, 운전석 전동식 허리 지지대, 음성인식 블루투스 핸즈프리 및 오디오, 스티어링 휠 오디오 리모컨, 인조 가죽 시트,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오토 헤드램프, 하이패스 시스템 등의 편의 장비가 기본으로 따라 온다.

거기다 차체 자세 제어 장치 VSM,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운전석, 동승석, 사이드, 커튼의 6개 에어백과 전,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와 ABS,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15인치 알로이 휠 등 안전/편의 장비도 따라온다. 90만원을 더 지불하면 후방카메라가 포함된 7인치 네비게이션도 따라온다. 겨우 썬루프와 원터치 트리플 턴 시그널,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가 없어서 조금 불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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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서는 동력 성능과 승차감, 실연비 등이다. 레이에는 모닝과 같은 3기통 1.0리터 엔진과 자동 4단 변속기가 장착된다. 최고출력 78마력/6400rpm과 최대토크 9.6kg.m/3,500rpm은 과연 레이에게 충분할까?

같은 파워 트레인에 공차 중량이 998kg으로 모닝보다 53kg 늘어났지만, 엔진 파워는 경차 레이에는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울컥거림 없이 가볍게 출발하고, 적당히 가속할 수 있다. 오르막에서는 엑셀을 다소 과하다 싶게 밟아줘야 하고, 110km/h를 넘겨서 달리기는 아주 잘 길들이기 전에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1리터 급 경차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우려보다 엔진 회전은 상당히 매끄럽다.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몸이 천근인 것처럼 회전도 더디게 올라가더니만 어느 정도 달리고 나자 6천 rpm까지 부드럽게 곧잘 올라간다. 엔진 회전 상승 사운드도 기대보다 매끄러웠다. 이제 현대/기아의 1리터 엔진도 수준이 이 정도는 되나 보다.

변속은 40, 80km/h에서 이루어졌다. 가속은 경차 수준에서 말 그대로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수동 모드를 사용하면 2단과 3단이 꽤 달릴 만해 진다. 의외였다. 수동 변속모드가 있어서 엔진 길들이기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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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러웠다. 키가 커서 급하게 방향을 전환하면 롤이 크게 생길 수 밖에 없지만 평상시 주행이라면 전혀 부담 없이 탈 수 있다. 과속 방지턱을 넘는 실력도 이전 세대 경차들에 비해 상당히 세련되어 졌다.

연비는 가솔린의 경우 공인연비가 17.0km/L, 바이 퓨얼의 경우 LPG 기준으로 13.2km/L다. 시승차는 가솔린이었지만 아무래도 처음 한 시승이다 보니 다소 과격하게 달린 구간이 많았다. 물론 어느 정도 과격하게 회전수를 올려 본 다음부터는 아주 부드럽게 달렸다. 차의 성격이 원래 그러니 더 이상 과격하게 밀어 부칠 필요는 없어서였다. 시승한 동안 나온 연비는 11km/L가 좀 넘었다. 평소에 부드럽게 타고 다니면 13 ~ 5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3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에는 왼쪽 원에 회전계가 있고, 가운데 디지털로 속도가 표시된다. 오른쪽엔 유량계가 있다. 속도계 원 오른쪽 가장자리로 순간 연비가 눈금으로 표시되고, 회전계 아래에 있는 ‘ECO’ 표시등은 연비가 좋은 주행일 때는 녹색, 나쁜 주행일 때는 빨간색으로 변해, 연비주행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레이 직접 타보니, 지름신 강림 어쩔거야?

과연 이렇게 비싼 가격을 주고 경차를 구입할 만큼 레이가 충분히 매력적일까 하는 호기심에 대한 기자의 답은 일단은 ‘그렇다’ 이다. 모닝보다 월등히 넓은 실내는 소형차 수준을 넘어서고, 다양한 실내 공간 활용이 가능하며, 파워는 경차로서 기대하는 것에는 모자람이 없고, 오히려 길들이기에 따라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연비는 경차 초창기의 자동변속기 모델에 비하면 상당히 높아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주행 감각도 충분히 고급스럽다. 그리고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편의, 안전 장비 면에서는 넘칠 정도다.

필요 이상으로 큰 차를 타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자동차 소비 문화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잘 만든 작은 차에 고급스러운 장비를 장착하고,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레이는 아주 매력적일 것이다. 결국 소형차를 사려던 이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보다 더 싼 경차를 원하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수 있다. 경차에 기대하는 가격대를 생각하면 많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런데, 레이에는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아주 잘 맞아 떨어질 듯하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레이를 살펴 보는 즉시 흔히 말하는 ‘지름신’이 강림할 것 같다. 지름신은 말 그대로 무리해서라도 지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므로, 그 지름신을 어떻게 다스릴지는 소비자의 몫이다.

레이 직접 타보니, 지름신 강림 어쩔거야?

그 외의 것들을 살펴보면, 동반자 쪽에 B필러가 없이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양한 형태로의 사용이 가능하다. 키가 큰 화분 같은 것들도 그대로 실을 수 있다. 차량 실내 곳곳에 숨어 있는 수 많은 수납공간은 사실 필요 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 뭘 뒀는지 기억 못해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시승행사 동안 많이 지적된 점은 면적이 넓은 옆 창문에 비해 선바이저가 옆쪽 햇빛을 효과적으로 가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바이저가 너무 앞쪽에 달려 있고, 옆으로 확장되지 않는 타입이어서 그렇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시트 변환은 다양한 형태로의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동반자석 시트를 앞으로 접어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긴 한데,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을 것 같고, 오히려 동반석에 앉은 이는 시트를 뒤로 많이 눕힐 수 없는 점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첫 눈에 호감을 가지고, 잠시 데이트를 즐겨 본 레이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기자에게도 지름신이 내렸다. 하지만 당장 구입할 계획은 없다. 다행이다.

기아 레이 제주도 시승기 고화질 갤러리
<기아 레이 제주도 시승기 고화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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