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터보 엔진, 말만 다운 사이징

발행일자 | 2012.10.30 11:25
▲ 204마력 감마 1.6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현대 벨로스터 터보
<▲ 204마력 감마 1.6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현대 벨로스터 터보>

지난 23일 현대차는 기자들에게 남양연구소 파워트레인 센터를 공개하고 현대차가 개발해 온 엔진과 변속기의 역사와 현재의 기술 수준을 설명했다. 더불어 최근 레이에 탑재된 3기통 카파 1.0 터보 엔진과 2단 부변속 장치가 적용된 신형 카파 CVT(무단변속기)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가 ‘다운 사이징’인데, 환경 보호를 위한 엔진 효율성 증대에 적합한 다운 사이징 엔진 개발에 주력해 온 현대도 이미 다양한 다운 사이징 엔진을 개발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운사이징은 말 그대로 엔진의 사이즈를 줄이는 것을 말하는데, 같은 차체에 보다 더 작은 사이즈의 엔진을 장착하여 연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엔진 사이즈, 즉 배기량이 작아지면 그 만큼 출력도 낮아지므로 동일한 차체를 효과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배기량을 낮추는 대신 직접 분사 방식이나 터보 차저 등을 적용해 기존 배기량 엔진 이상의 출력을 얻어 내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선보인 다운 사이징 엔진은 쎄타 II 2.0 터보 GDI (이하, 2.0 터보), 감마 1.6 터보 GDI (이하, 1.6 터보), 카파 1.0 터보 (이하, 1.0 터보) 등을 들 수 있다. 2.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1마력을 내며 기아 스포티지 R과 현대 쏘나타, 기아 K5에 적용되었고, 1.6 터보 엔진은 204마력을 내며 현대 벨로스터 터보에 적용되었다. 106마력을 내는 1.0 터보는 기아 레이에 장착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운 사이징에 적합한 이런 고성능 엔진 개발은 완료했지만 아직 실제적인 다운 사이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낮은 배기량의 고성능 엔진을 윗급 모델에 장착해서 대 배기량 엔진을 대체해야만 다운 사이징이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 엔진이 주를 이루는 쏘나타에 1.6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3.0 엔진이 주를 이루는 그랜저에 2.0 터보 엔진을 장착해야 비로소 다운 사이징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1.6 터보 엔진을 벨로스터에, 2.0 터보 엔진을 쏘나타에 얹어 다운 사이징이 아닌 고성능 모델로만 활용하고 있다.

▲ 대형 세단 S 클래스에 4기통 2.5 디젤 엔진을 장착한 S 250 CDI 엔진룸
<▲ 대형 세단 S 클래스에 4기통 2.5 디젤 엔진을 장착한 S 250 CDI 엔진룸>

외국 브랜드에서는 BMW 5시리즈에 2.0 디젤 엔진을 장착한 520d, 가솔린 2.0 터보 엔진을 장착한 528i, 7시리즈에 3.0 터보 엔진을 장착한 740i,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에 2.2 디젤 엔진을 장착한 E220 CDI, S클래스에 4기통 2.5 디젤 엔진을 장착한 S 250 CDI(국내 미 출시), 2.0 에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한 포드 토러스, 익스플로러, 2.0과 1.6 에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한 이스케이프 등이 대표적인 다운 사이징 모델이라 할 수 있으며, 이들 외에도 많은 다운 사이징 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현대차 측에서도 실제적인 다운 사이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날 행사장에 전시된 전시물 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쏘나타에 1.6 터보 엔진을 장착한 전시물도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미 엔진 개발을 완료한 상태이므로 윗급 모델에 적용만 하면 되는 시점이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기술 설명을 위해 배석한 연구원에 따르면 2년 내에는 모두 적용이 될 것이라는 정도의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 감마 1.6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현대 쏘나타 전시물
<▲ 감마 1.6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현대 쏘나타 전시물>

‘엔진은 개발이 완료 되었는데 왜 아직 실제적인 다운 사이징을 하지 않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일부 담당자의 답변에서 ‘터보 GDI 엔진은 내구성 및 정숙성, 효율성 등에서 좀 더 보완을 해야 할 사항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아직까지는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즉 판매 비중이 높지 않은 고성능 모델로 우선 출시 해 실제 시장에서의 엔진에 대한 검증을 더 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대차의 다운 사이징 엔진 기술은 분명 세계적으로 앞선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적인 다운 사이징 적용이 늦어 진다면 애써 개발해 놓은 우수한 엔진이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고, 환경 친화적인 다운 사이징에서 현대차는 선두권 진입이 어려워 진다. 이미 선보인 엔진들에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는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본격적으로 다운 사이징을 실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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