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스트] 車크면 짐도 많이? 글쎄요...

발행일자 | 2013.06.17 17:44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흔히, 차가 크면 짐도 많이 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대체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짐을 싣는지, 차의 적재공간이 어떤 비중으로 어떻게 생겼는지에 따라 꽤 달라질 수 있다. 비교를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리터 단위로 제시하는 적재용량을 참고할 순 있지만, 쉽게 와 닿지 않을뿐더러 실사용에서의 쓰임새는 수치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다음자동차(auto.daum.net)가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경주장에서 실시한 SUV 11종의 테스트에 이와 관련된 항목이 있어 살펴봤다.

▲ 포드 이스케이프
<▲ 포드 이스케이프>

주최 측은 실용성 테스트의 일환으로 각 차의 트렁크에 동일한 박스를 몇 개나 넣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2열 등받이 너머의 적재 공간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각 변이 30cm인 27L 부피의 정육면체(큐브)를 넣을 수 있는 최대 개수를 셌다. 7인승 차의 경우엔 3열 시트를 접고 측정했다.

그 결과, 적재 능력이 가장 우수한 차는 기아 뉴 쏘렌토 R이었다. 총 19개의 큐브가 들어갔다. 2위는 18개를 삼킨 지프 랭글러, 3위는 메르세데스-벤츠 ML(16개)이었다. 나머지 중 5개 모델은 동일하게 12개의 큐브가 들어갔고, 이에 못 미친 렉서스 RX(RX450h, 11개)가 최하위를 차지했다.

테스트 대상이 된 SUV들은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가령, 차체가 가장 짧은 포드 이스케이프의 길이는 4,525mm이고, 가장 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4,999mm로, 50cm 가까운 차이가 난다. 또, 이스케이프는 폭이 가장 좁아서 1,840mm인데, 가장 넓은 레인지로버는 2m가 넘는다. 렉서스 RX의 경우 쏘렌토R과 차체 폭이 동일하지만 길이는 더 길고, 볼보 XC60은 싼타페보다 폭이 넓지만 길이가 짧다.

▲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측정 기준에 따라서는 차의 지붕 높이, 혹은 적재공간의 높이도 용량을 따지는데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로인한 차이가 적었다. 랭글러를 제외하면 트렁크 바닥과 천장 사이 높이가 90cm를 넘는 차가 없어, 30cm 박스를 위로 쌓는 것은 2개가 한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각 차가 도로에서 차지하는 대략의 면적(차체 길이X폭)과 실을 수 있는 박스의 개수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차는 역시 레인지로버(10.36㎡)이고, 이스케이프(8.33㎡)가 가장 좁다. 트렁크에 실을 수 있는 박스의 수도 레인지로버는 15개, 이스케이프는 12개로 차이가 났다. 하지만 덩치 차이와 비례하진 않았다.

사실 이스케이프는 8.79㎡의 땅을 차지하는 볼보 XC60 및 아우디 Q5는 물론, 덩치가 훨씬 커 보이는 폭스바겐 투아렉(9.30㎡), BMW X5(9.38㎡)와 동일한 개수의 박스를 실어냈다. 이들은 모두 6개씩의 박스를 2층으로 쌓을 수 있었고, 그 이상은 넣을 수 없었다.

▲ 렉서스 RX450h
<▲ 렉서스 RX450h>

꼴찌인 렉서스RX의 경우 경사진 뒷유리로 인해 2층에 박스를 3개 밖에 올릴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나마 바닥에는 다른 차들보다 세로 방향으로 2개의 박스를 더 놓을 수 있었기에 총 11개를 기록할 수 있었다.

차체 면적이 RX(8.99㎡)보다 살짝 작은 랭글러 5도어(8.93㎡)의 경우, 테스트 차 중 유일하게 ‘바디 온 프레임’ 구조를 채용한 점이 공간 활용상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차의 뒷부분이 아예 박스형으로 생긴데다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1,060mm로 가장 높아 유일하게 박스를 3층까지 쌓을 수 있었다. 덕분에 쏘렌토R보다 1개가 부족한 숫자로 2위에 올랐다.

쏘렌토R(8.83㎡)의 경우 적재 공간 형상 덕분에 6개가 아닌 9개씩의 박스를 2층으로 쌓을 수 있었고, 가로 길이에 여유가 있어 다른 차들보다 옆으로 하나를 더 끼워 넣을 수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 이에 비해 동일 플랫폼을 사용한 경쟁모델 싼타페(8.82㎡)는 15개를 싣는데 그쳤다. 실측 결과, 적재공간의 전반적인 치수가 쏘렌토R보다 조금씩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싼타페는 자신보다 차체가 30cm이상 더 길고, 폭은 193mm 더 넓은 레인지로버와 같은 개수의 박스를 실었다.

▲ 메르세데스-벤츠 ML63AMG
<▲ 메르세데스-벤츠 ML63AMG>

한편, 비슷한 덩치의 투아렉이나 X5에 비해 4개의 큐브를 더 실어낸 벤츠ML의 비결은 세로 방향의 여유에 있었다. 적재공간의 바닥에서 세로로 가장 긴 길이를 측정했을 때는 900mm(90cm)가 넘는 차가 많았지만, 막상 30cm 박스 세 개를 세로로 넣고 테일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 차는ML을 포함, 몇 대 되지 않았다.

이처럼 근소한 차이로 박스를 덜어내야 하는 차와 실을 수 있는 차가 나뉘었고, 이는 앞·뒤 좌석 거주성을 포함한 실용성 점수는 물론 종합 점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만약 다른 물체를 측정 기준으로 삼았다면 적재용량 테스트 결과는 얼마든 뒤집힐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행사에 참가했던 심사위원은 전했다.주최 측은 골프백이나 유모차와 함께 큐브를 싣는 테스트도 병행하긴 했으나 점수에 반영하진 않았다.

자세한 결과는 카테스트 특별페이지(http://auto.daum.net/cartest/index.dau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병권 RPM9기자 bk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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