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짐칸 큰 5인승 쿠페’, 벤츠 CLS 슈팅브레이크

발행일자 | 2013.07.16 21:17
[시승기] ‘짐칸 큰 5인승 쿠페’, 벤츠 CLS 슈팅브레이크

왜건이란 차는 세단에서 버려지는 트렁크 위쪽 공간에까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실용적인 형태가 특징이다. 그런 차가 지붕은 낮추고 뒷유리는 잔뜩 기울여 적재공간을 일부 포기한 것은, 그만큼 튀겠단 얘기리라.

메르세데스-벤츠는 CLS를 세단이 아니라 ‘4도어 쿠페’라며 내놓은데 이어, 2세대 CLS에 추가한 왜건에 대해서도 ‘슈팅 브레이크’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모델명을 붙였다. 현대적인 슈팅 브레이크는 주로 스포츠카의 뒷부분을 개량해 만든 왜건을 부르는 말이다. 애초에 CLS도 세단이 아니라 쿠페라고 했으니 왜건이 아닌 슈팅브레이크로의 가지치기가 당연했을 것이다. 벤츠는 이 차를 ‘다섯 개의 좌석과 커다란 테일게이트를 가진 스포츠카’라고 설명했다.

[시승기] ‘짐칸 큰 5인승 쿠페’, 벤츠 CLS 슈팅브레이크

사실 현재의 CLS 디자인을 예고한 것이 바로 2010년에 공개된 ‘슈팅 브레이크’ 콘셉트 카였고, 그 디자인 거의 그대로 양산된 차가 CLS 슈팅브레이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8년에도 쿠페에서 확장된 왜건을 테마로 한 콘셉트 카 ‘패서네이션(FASCINATION)’을 통해 차기 E클래스의 디자인을 예고한 바 있는데, 이때는 아예 뒷좌석용 도어가 없어 차라리 슈팅 브레이크에 더 가까웠다. 이 차는 양산되지 않았지만 콘셉트는 지금의 CLS 슈팅브레이크가 이어받은 셈이다.

이러한 이력 탓인지 CLS 슈팅브레이크는 2세대로 넘어오면서 날렵함보다 근육질의 묵직함과 카리스마가 부각된 CLS의 디자인을 더욱 화려하게 변주하는 듯하다. 길게 빠진 지붕과 테일램프에 닿을 듯 연장된 측면 유리 등으로 인해 쿠페보다 훨씬 뒤로 잡아당겨 놓은 것처럼 보이는 차체는 사실 길이가 1cm 남짓 더 늘었을 뿐. 경사진 테일게이트와 함께 5미터에 육박하는 전장과 상대적으로 넓은 차폭을 한층 강조해 보여준다.

▲ CLS 슈팅브레이크는 보닛, 앞휀더, 도어, 테일게이트, 서스펜션의 주요 부품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경량화했다.
<▲ CLS 슈팅브레이크는 보닛, 앞휀더, 도어, 테일게이트, 서스펜션의 주요 부품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경량화했다.>

정 측면에서 보면 실제 지붕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것보단 유리 형상에 의해 더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막상 대각선으로 눕다시피 한 테일게이트를 열어보면 개구부가 낮은데다 적재공간 커버 위쪽으로는 짐을 실을 여유가 적다는 것 또한 실감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따지면 세단보다 그리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단 얘기다.

커버 아래를 기준으로 하는 기본 적재용량은 590리터로, 그나마 CLS 쿠페의 트렁크 용량보다 70리터 크다. 5시리즈 투어링보다도 30리터가 큰 것은 (폭이 좁긴 해도) 세로 방향으로 긴 덕분일 것이다. 대신, 시트를 접고 천장까지 채울 때를 기준으로 하면 CLS 슈팅브레이크가 1,550리터, 5시리즈 투어링이 1,670리터로 뒤집힌다. 멋을 낸 상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실용성이 떨어지는 부분이지만 이 차에 꽂힌 이들에게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시승기] ‘짐칸 큰 5인승 쿠페’, 벤츠 CLS 슈팅브레이크

해외사진에서 보던 요트풍의 ‘디지뇨’ 나무바닥 옵션은 아니지만 적재공간은 충분히 고급스럽다. 테일게이트가 전동으로 여닫히는 것은 물론이고, 바닥에는 고무를 덧댄 알루미늄 레일을 깔았다. 적재함 커버도 레일을 따라 이동한다. 바닥판 아래에는 스페어 타이어와 오디오 구성품이 들어있고 약간의 공간이 떠있다. 적당한 용기(?)가 있다면 추가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법한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바닥판을 들어올리기 위한 리프터를 달아놓은 것이 더욱 사치스럽게 보였다.

이 차의 여러 인상적인 부분들 중 으뜸은 뒷좌석 폴딩 장치였다. 레버를 찾기 위해 등받이 어깨 쪽을 살폈으나, 없었다. 설마 끈을 당기는 방식? 그런 것도 아니다. 일부 세단이나 쿠페들처럼 트렁크 쪽에서 조작하게 되어 있다. 그나마도 레버가 바깥쪽에서 잘 보이지 않게, 테일램프 뒤쪽쯤에 숨어있다. 못보고 지나치거나 폴딩 레버인 줄 모르기 십상이지만, 알고 보면 거머쥐기 쉬운 형상와 위치인데다 반짝거리는 재질로 되어있다. 어쨌든 이걸 당기면 전동으로 고정 장치가 풀리면서 용수철(?) 힘을 받은 등받이가 쓰러지고 헤드레스트는 낮춰진다.

[시승기] ‘짐칸 큰 5인승 쿠페’, 벤츠 CLS 슈팅브레이크

여기까진 별 재미가 없다. 그런데, 이때 레버를 살짝 당기고 있으면 앞좌석 위치와 등받이 각도까지 자동으로 조절된다. 1열 승객이 시트를 뒤로 빼거나 등받이를 잔뜩 눕혀놓은 경우 뒷좌석을 접을 때 등받이(헤드레스트)가 걸릴 수 있는데, 멀찌감치 떨어져 레버 하나만 당기고 있으면 지들끼리 교통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뒷좌석 접으려다 말고 앞좌석까지 다녀와야 하는 번거로움 및 짜증을 덜 수 있다. 실용성을 떠나 럭셔리한 이 장치의 이름은 EASY-PACK 퀵 폴딩 시스템이다. E클래스 에스테이트(왜건)에도 적용됐다곤 하지만 실물은 이 차에서 처음 접했다. 뒷좌석 등받이를 원위치 시키는 것은 수동이지만, 덩치에 비해 무게 부담은 적다.

쿠페와 마찬가지로 도어 윈도우에는 프레임이 없다. 도어를 여닫을 때는 유리창이 자동으로 살짝 내려갔다가 원위치 된다. 뒷좌석 도어도 유리를 끝까지 내릴 수 있지만, 고정된 부분의 유리 면적은 쿠페보다 넓고 모서리에 각이 있다. 측면유리가 뒷좌석 도어에서 끝나는 쿠페와 달리 슈팅브레이크는 거의 테일램프에 닿을 정도까지 뒤로 연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뒷문을 열 때는 측면 유리 형상으로 인해 차가 더 낮고 늘씬하게 다가온다.

[시승기] ‘짐칸 큰 5인승 쿠페’, 벤츠 CLS 슈팅브레이크

위쪽이 넓어진 도어개구부 형상과 길게 뺀 지붕 덕분에 차에 오르기도 수월해졌다. 발 공간이나 무릎공간은 원래 부족함이 없었지만 머리 공간의 넉넉함이 더해졌다. 쿠페에서 당연시됐던 2인용 좌석 대신 센터콘솔을 없앤 3인용 좌석이 적용된 것도 공간감을 더하는 요소. 뒷좌석 편의사양으로는 온도조절장치, 좌석 열선, 팔걸이 접이식 컵홀더를 갖췄다. 3개의 투구형 헤드레스트는 후방 시야 확보가 필요할 때 앞좌석에서 버튼을 눌러 떨어뜨릴 수 있다.

선루프가 앞좌석에만 있는 것은 기능적으로나 스타일 측면으로나 아쉽다. 선루프 햇빛가리개는 수동. 푹 잠기는 기분이 드는 앞좌석은 헤드레스트 높낮이 조절까지 전동이다. 모양을 내 기울인 앞 유리가 이마에 바싹 다가온 느낌이지만 위쪽으로는 선루프 부근이 파여 있어 여유가 있다. 앞도어도 안쪽으로 휜, 창틀 없는 유리 모서리를 갖고 있어 좁은 곳에서 차에 오를 때는 조금 무섭다.

[시승기] ‘짐칸 큰 5인승 쿠페’, 벤츠 CLS 슈팅브레이크

도어 트림의 상단 뒤쪽 모서리에는 메탈장식을 붙였다. 1세대 CLS때부터의 특징적인 부분으로, 일반 세단(가령 E클래스)과 차별화된 사치스러움을 보여준다. 앞도어의 경우엔 반대쪽에서도 하만카돈 스피커의 은색 장식이 빛난다. 도어의 창턱 부분은 평편하게 되어있는데 꺾이는 부분에 이중 바느질이 되어있어 맨 팔을 올리기엔 껄끄럽다. 시승차는 가죽색상도 특이했다.

‘키리스고(KEYLESS-GO)’는 키를 꺼내지 않고 뒷문 손잡이를 터치하는 것으로도 잠금을 해제할 수 있게 한다. 시동버튼은 탈착식이다. 앞좌석은 통풍 기능이 있다. 독일 본사에서 특별히 한국 시장을 위해 개발한 점을 내세우는 7인치 내비게이션은 여전히(혹은 더욱) 사용이 불편하다. 화면도 요즘 기준으론 작아 보인다. 대시보드는 ‘ARTICO’ 스티칭 마감과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 크롬 송풍구 등으로 꾸몄다. 운전대 디자인이 E클래스 등 다른 벤츠와 별 다르지 않은 점이 아쉽다. 위치 조절은 전동이다. 실내 간접조명은 세 가지로 색상 조절이 가능하다.

[시승기] ‘짐칸 큰 5인승 쿠페’, 벤츠 CLS 슈팅브레이크

CLS 슈팅브레이크는 국내에 250 CDI 한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250’이라는, 덩치 대비 낮은 급의 인상을 주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실내 디자인이나 사양 면에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기존 CLS처럼 서스펜션 댐핑 조절과 차고 조절도 가능하다. 세단형 CLS가 350 가솔린 한 가지 모델로, 가격이 1억을 넘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1억 5천에 가까운 CLS 63 AMG는 논외) 8,810만원인 슈팅브레이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CLS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차인셈이다.

CLS 250 CDI 슈팅브레이크는 이름과 달리 배기량이 2,143cc인 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했고, 최고 출력 204마력(3,800rpm), 최대 토크 51.0kg•m(1,600-1,800rpm)를 발휘한다. 참고로 BMW 525d 투어링은 1,995cc, 4기통, 218마력(4,000rpm), 45.9kg•m(1500-2,500rpm)이다. CLS와 마찬가지로 슈팅브레이크의 변속기는 7단(7G-TRONIC PLUS)이며, 스티어링 컬럼 시프트 방식이다. 변속 패들도 갖췄다.

[시승기] ‘짐칸 큰 5인승 쿠페’, 벤츠 CLS 슈팅브레이크

시동은 뜸 뜰임 없이 한번에 ‘텅’ 하고 걸린다. 그러고 나면 ‘둥둥둥’하는 낮은 소리가 귓전을 자극한다. 배기량이 높은 차를 타는 기분을 낼 수도 있겠지만 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지하주차장에선 그랬다. 소음, 진동이 고급차답다 싶다가도 상황에 따라 실망스럽고, 동반석에서 특히 더 그렇게 느껴졌다.

엔진 스타트 스톱도 마찬가지. 정지할 무렵 부드럽게 꺼지고 재시동 소리는 아득하게 들리고 진동도 없고...처음엔 굉장히 고급스럽게 느껴졌었다. 다른 벤츠들과 마찬가지로 정차 중 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 더 밟아주면 홀드상태가 되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떼거나 변속레버를 P위치로 옮겨도 시동 꺼진 상태가 유지돼 편하다.

▲ 타이어는 피렐리 P제로, 전륜 255/35R19, 후륜 285/30R19로, 엔진보다는 스타일에 맞춘 인상이다.
<▲ 타이어는 피렐리 P제로, 전륜 255/35R19, 후륜 285/30R19로, 엔진보다는 스타일에 맞춘 인상이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서 속도를 붙여 나가더라도 비록 갈갈거릴지언정 힘은 충분한 느낌이다. ECO또는 SPORT로 전환할 수 있는 모드를 E에 둬도 – 변속 시 가끔은 덜컹거림이 있지만- 페달 개도에 따라 토크가 받쳐주는 느낌이 명쾌해 주행 흐름을 맞추는 데 답답함이 없다. 다만 급가속이나 가속을 길게 가져갈 경우에는 한계를 드러낸다. 제원상 0-100km/h 가속이 7.8초인 것을 보면 체감 성능이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차의 무게가 걱정될 정도로 방음수단을 동원한 부작용인지 모른다. 최고속도는 235km/h. 고속안정성이나 제동안정성은 나무랄 것이 없다. 100km/h에서는 회전계 바늘이 1,500rpm 눈금 위에 살짝 걸쳐진다. 복합연비는 15.0km/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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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의 댐퍼 설정도 COMFORT와 SPORT로 전환할 수 있으나 다른 주행 장치와는 별개다. 승차감 차이는 뚜렷하나 SPORT로 해도 지나치진 않다. 타이어 규격을 생각하면 다행이다. 운전대의 무게감은 속도에 관계없이 자연스러워 별다른 불만이 없다.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해 기본 높이보다 차고를 한 단계 높일 수도 있다.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볼보 XC70 등이 연상되는 부분이지만 슈팅브레이크의 경우엔 험로를 주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낮춰놓은 지상고가 문제가 될 경우에 대비한 인상이다. 차고를 높이고 나니 나란히 주차된 5시리즈 세단과 얼추 지붕 높이가 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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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BMW 525d 투어링은 xDrive(4륜구동) 7,670만원이고, xDrive M 스포츠 에디션(M Sport Edition)은 8,280만원이다. CLS가 E클래스의 상위 모델이란 점과 기능 및 스타일 측면을 고려하면 아우디 A7 3.0 TDI 콰트로 역시 좋은 적수가 될 것 같다.

글, 사진 / 민병권 RPM9기자 bk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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