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형 안전장비의 핵심 ‘카메라’ 개발에 총력, 상생협력 사례로 꼽혀
운전자들의 눈은 쉴 틈이 없다. 차가 나아가는 방향, 차선, 주변 차들, 도로 표지판 등 끊임없이 주변을 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히는 길이나 먼 거리를 운전할 때처럼 집중력이 떨어졌거나, 늦은 밤 어두컴컴한 국도를 달리거나, 좁은 주차장에서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을 때 대부분 운전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대부분 정보획득을 눈에 의존하기에 그만큼 운전에 있어 잘 보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 자동차에서 카메라 활용 크게 늘어
요즘엔 사고가 난 다음을 대비하기 보다 사고가 안 나도록 하는 기술이 집중 개발되고 있다. 자동차가 차 자체는 물론 도로의 교통상황과 운전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해 운전자에게 경고하거나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차를 스스로 제어한다. 이른바 ‘능동형 안전(Active Safety) 시스템이다.
능동형 안전의 핵심은 ‘카메라’다. 운전자 눈과 마찬가지로 도로 교통상황을 살핀다. 때문에 자동차에 카메라 적용이 늘고 있다. 현재 차 1대 당 카메라는 최대 5개까지 적용돼 있다. 현대모비스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용 카메라 국내 시장은 지난해 58만대에서 2016년 240만대로 늘어나며, 세계 시장은 1,400만대에서 5,0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지만 카메라는 어두운 곳처럼 사람이 식별하기 어려운 곳에선 무용지물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외 자동차 부품 업계는 카메라에 레이더 또는 초음파를 접목하는 추세다. 거리를 훨씬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용 고품질 카메라를 개발하기 위해 엠씨넥스, 세코닉스 등 국내 IT 중소기업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로표지판을 인식해 제한속도를 안내하고, 전방 추돌을 경고하고, 상향등을 켠 채 달리면서도 다른 차에만 빛을 차단해 눈부심을 막는 시스템 등 카메라를 이용한 각종 안전장비를 개발 중이다.
◆ 편의 그리고 안전
주변 상황에 따라 상향등이 자동으로 동작하는 HBA(High Beam Assist)는 국내최초로 현대모비스가 개발했다. 밝기에 따라 자동 조절되는 건 물론, 상향등으로 시속 40km 이상 주행시 전방 200m 이내 선행차 또는 400m 이내 맞은 편 차가 감지되면 상향등에서 하향등으로, 전방 또는 맞은 편 차가 지나가면 다시 상향등을 켜준다. 이 장치는 현재 기아 K9에 적용됐다.
이와 함께 AVM(Around View Monitor)도 카메라 역할이 큰 편의장비다. 차 안의 모니터로 차 주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신기술로, 국내선 현대모비스가 최초로 상용화 했다. 2011년 그랜저HG 3.3에 이어 K9에도 적용했다. AVM은 눈으로 보기 어려운 곳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조향 연동 주차 보조시스템과 연동돼 좁은 공간 주차나 골목길 통과에 유용하다. 또한 후방 사각지대도 비춰주기 때문에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HBA는 전방 카메라로 도로교통 상황을 촬영하고, 전자제어장치가 이를 분석해 앞서 달리는 차나 맞은 편 차 유무에 따라 상•하향등을 자동 조절하는 것이며, AVM은 차 전방과 후방 및 좌우 양 측면 미러 밑에 광각 카메라를 장착해 4개 카메라가 각각 촬영한 영상을 합성하고, 이미지를 분석해 운전석 모니터에 차 주변 360도를 탑뷰(Top View;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로 보여주는 것이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벗어났을 때 경고음과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차선이탈경보장치(LDWS; Lane Departure Warning System), 핸들 조작에 따라 후방 주차 궤적을 알려줘 주차 편의성을 도모하는 조향 연동 주차 보조 시스템(PGS; Parking Guide System) 등도 카메라를 바탕으로 한 장비의 예다.
◆ 영상부품 전문 업체 엠씨넥스
엠씨넥스는 국내 영상부품 전문 업체로, 현대모비스에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사다. 2004년 휴대전화 초소형 카메라 모듈 사업을 주력으로 설립됐다. 이듬해부터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개발을 주력 사업에 추가, 2007년부터 현대모비스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를 통해 양산하는 부품은 전•후방 카메라, AVM(어라운드 뷰 모니터)용 전.후.측방 카메라, LDWS(차선이탈경고시스템) 및 HBA용 카메라 모듈 등 이며 에쿠스그랜저HG, YF쏘나타, K9, K5, 투싼,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 차종에 적용되고 있다.
엠씨넥스는 전 직원의 30%에 해당하는 연구 인력을 갖추고 광학•회로•기구 설계를 내재화,카메라 모듈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모바일 기기용 카메라 모듈보다 개발과 양산이 약 10배 가량 까다로운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현대모비스를 통해 성공적으로 양산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차량용 카메라 모듈은, 보통 6개월 가량의 개발기간이 소요되는 모바일 기기용 모듈과는 달리, 무려 2년여 기간이 소요된다.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보다 외부환경의 다양한 악조건을 견뎌내야 하므로, 신뢰성 테스트 조건이 10배 정도 엄격한 까닭이다.
예컨대 모바일용 카메라는 섭씨 -20도에서 65도까지의 범위로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반면 차량용 카메라는 섭씨 -40도에서 85도 까지의 온도를 견뎌내야 하며, 고온과 저온으로 번갈아가면서 열 충격을 가하는 테스트를 모바일 기기용 모듈 테스트보다 10배 많은 1,000시간을 견뎌야한다.
또한 최근 자동차에 전장품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자동차 전장품과의 전기적 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까다로운 조건의 전자파 테스트를 거쳐야하고, 모바일 기기용 모듈에는 진행하지 않는 방수테스트와 진동 충격(6G: 굴삭기 작동 시 전달되는 충격도 견딜 수 있는 단위) 테스트를 별도로 마쳐야 비로소 출하조건을 통과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모바일용 카메라는 현재 1,300백만 화소급의 고화질로 빠르게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는 반면, 차량용 카메라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30만 화소급까지만 상용화 돼있다.
사업 초기 모바일 기기용 카메라 모듈 기술만 가지고 있던 엠씨넥스가 이처럼 까다로운 차량용 카메라 모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모비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자동차용 전장기술 노하우가 전무했던 개발 초기에 현대모비스와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자동차용 CMOS카메라 모듈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2005년부터 현대모비스와 구축한 협력관계를 통해 엠씨넥스는 자동차 분야에서 연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용 카메라가 보급이 확산되고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엠씨넥스는 전체 연구개발 인력의 절반을 자동차용 전장사업부에 배치,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엠씨넥스 김재병 전장사업부문장은 “현대모비스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자동차 카메라 모듈시장 점유율 국내 1위, 세계 5위를 차지했다”며 “100만 화소급, 졸음운전방지, 나이트비젼, 보행자, 표지판인식 등 다양한 시스템의 카메라 모듈 개발에 박차를 가해 세계 자동차 카메라 모듈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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