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ES300h로 전국일주…

발행일자 | 2014.01.03 11:04

100km/h 주행시 평균연비 19.2km/ℓ… 서울-정동진-부산-목포 1000km주행, 목포-서울 퍼포먼스 주행

▲ 인천 계양에서 출발, 경포대를 목적지로 정했다.
<▲ 인천 계양에서 출발, 경포대를 목적지로 정했다.>

시작은 이랬다. ‘한 번 주유로 한반도 일주를 할 수 있을까?’ 공인연비(16.4km/ℓ)와 연료탱크 용량(65ℓ)을 따져봤을 땐 어려울 듯싶었지만, 실제 달렸을 땐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것도 배기량 2,500cc급 가솔린 중형세단을 몰고서…

렉서스의 효자 차종인 ES300h를 타고 전국일주에 나섰다. 코스는 서울(사실 인천 계양에서 출발했다)을 출발해 강원도 정동진을 거쳐 경상남도 부산, 전라남도 목포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구간으로 정했다. 단순히 연비를 높이려는 게 목적이 아니어서 실제 여행가듯 차를 몰았다. 단, 주행모드는 에코였다.

▲ 겨울엔 겨울용 타이어를 끼워야 안전하다
<▲ 겨울엔 겨울용 타이어를 끼워야 안전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 번 주유로 전국일주는 어려웠다. 한 번 주유로 달린 거리는 약1,000km. 서울-정동진-부산-목포에 이르는 거리다. 목포 하당 평화의광장에 도착했을 때 남은 주행거리는 100km남짓. 절반쯤 기름을 채우고 서울로 숨가쁘게 돌아왔다. 혼자 차를 몰고 간 탓에 이번 도전은 17시간이나 걸렸다. 그리고 각 도로별 제한속도에 맞춰서 달렸음에도 서울-정동진-부산-목포 구간의 평균연비는 ℓ당 19.2km였다.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올 땐 13km쯤이었다.

▲ 셀프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웠다.
<▲ 셀프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웠다.>

[1] 서울-정동진

금요일 오전7시. 차를 몰고 인근 셀프주유소로 향했다. 한 번 ‘딸깍’할 때까지 가득 채웠다. 6.8ℓ가 들어갔다. 트립창의 모든 내용을 리셋하고, 주유구는 마음 속으로 봉인한 채 첫 번째 목적지인 경포대로 향했다. 바깥 기온은 섭씨 영하 5도. 히터와 스티어링 휠, 시트의 열선을 켜야 했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꽤나 적극적이다. 전기 모터가 실력을 발휘하는 구간이 많다. 그래서 속도를 낮출수록 연료효율이 많이 좋아진다. 예전에 캠리 하이브리드로 연비 기록에 도전한 적이 있다. 시속 60km쯤을 유지하며 달렸을 땐 연비가 ℓ 당 33.5km에 달했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쓰는 ES300h도 중저속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낸다. 출근길 시속 40km를 넘지 않는 정체 구간에선 EV모드로 바뀌며 기름을 아낄 수 있었고, 시속 80km쯤에서도 평지나 내리막에선 EV모드로 달렸다.

제한속도가 시속 100km인 고속도로에 올라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활용했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해서 체력안배는 필수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최대한 크루징을 유지했다. 30km쯤 달렸을 때 ℓ당 18.3km였다. 강원도로 향하는 길은 계속된 오르막이다. 대부분 엔진의 힘으로 달려야 하며,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태는 시간이 많았다.

▲ 정동진 등명락가사 앞.
<▲ 정동진 등명락가사 앞.>

평창쯤 오니 온통 주변이 하얗다. 쌓인 눈 때문이다. 강원도를 첫 번째 목적지로 고른 건 춥고 눈 쌓인 악조건에서의 하이브리드 연비를 체험하려는 것과, 그동안 대부분 전국일주에 도전한 사례에서 강원도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넘어 강릉쯤 왔다. 해가 잘 드는 곳엔 눈이 많이 녹아있었다. 기온은 영상 3도. 목적지를 정동진으로 바꿨다. 어차피 남쪽으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시원한 파도를 바라보며 해안도로를 따라 조심스레 달렸다. 군데군데 그늘은 여전히 눈이 녹지 않았다. 이 때 연비는 ℓ당 18.5km며, 여기까지 오는 데 쓴 기름은 겨우 한 칸.

▲ 시원한 파도와 렉서스 ES300h
<▲ 시원한 파도와 렉서스 ES300h>

[2] 정동진-부산

다음은 해안도로를 따라 울진-포항을 거쳐 부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사실 가장 기대되면서도 걱정이 많았던 구간이다. 도로 곳곳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사계절용 타이어가 끼워진 탓에 걱정이 앞섰다. 혼자 차를 몰아야 했기에, 집중력이 떨어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역시 겨울엔 겨울용 타이어가 제격이다.

시내도로나 국도에선 속도가 낮기에 모터 사용이 늘면서 효율이 높아졌다. ℓ당 18.8km. 이제 곧 19km대로 접어들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급출발 급제동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연비만을 위한 운전도 하지 않았다.

▲ 중간 연료효율
<▲ 중간 연료효율>

많은 코너와 언덕들을 마주했다. 적당히 즐거운 와인딩이다. ES300h를 타며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핸들링도 안정적이었다. 앞바퀴굴림방식 차종인데다,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뒷좌석 쪽에 있어서 앞뒤 무게배분도 나쁘지 않았다.

영덕을 지나 포항쯤 왔을 때 사진촬영을 위해 잠시 시원한 파도를 구경했고, 어느덧 부산톨게이트를 지나고 있었다. 드디어 ℓ당 19.0km를 넘어섰다. 기쁨도 잠시.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마음은 급해졌다. 주행거리는 698km쯤이고, 기름은 반 조금 넘게 썼다. 목포까지는 무난히 가겠지만 서울까지 가는 건 힘들다는 판단이 섰다. 게다가 전라남도 지역은 대설주의보. 일단 목포까지는 가보기로 결심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과 겹치면 곤란하다. 해운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서둘러 돌렸다.

▲ 부산
<▲ 부산>

[3] 부산-목포

부산에서 목포까지는 남해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했다. 슬슬 체력이 바닥날 시점이다. 어느덧 정체도 풀리고, 오후 8시가 넘어섰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목포 도착 시간은 밤 10시쯤이다. 기름 가득 넣고 서울로 바로 올라가고 싶었다.

현재 주행거리는 761.7km. 평균연비는 ℓ당 19.2km를 넘어섰다. 아무래도 교통체증 탓에 전기 모터로 달린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내비게이션
<▲ 내비게이션>

ES300h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맵은 아틀란3D다. 토요타/렉서스 차에 맞게 국산 맵을 변형, 적용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금까진 루트가 단순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전라남도로 향하는 길을 복잡하게 안내했다. 막히는 구간을 피하려 한 듯싶다. 그래서 클라우드 방식 스마트폰 내비게이션도 함께 확인하며 목포로 향했다. 기자가 쓴 맵은 ‘U+ Navi LTE’. 두 맵이 길안내를 한다. 체력이 슬슬 바닥날 무렵, 두 여자가 서로 자기가 옳다며 싸운다. 혼란스러웠다. 어느덧 순천만을 지나고 있었다. 희망을 밝힐 무렵. 눈이 펑펑 왔다.

드디어 목포다. 무사히 도착했다.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 때문에 자주 오던 곳이다. 남은 주행거리는 102km라고 안내하지만, 실제론 200km쯤 달릴 수 있다. 기름은 한 칸쯤 남았다. 여유 있다. 참고로 서울에서 출발할 때 주행가능거리가 600km쯤이었다. 그럼에도 900km 이상 달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시승차여서 누적 평균연비가 낮은 탓일 게다.

▲ 눈이 정말 많이 왔다.
<▲ 눈이 정말 많이 왔다.>

[4] 목포-서울(인천)

목포에서 잠시 쉰 다음 서울로 향했다. 기름은 절반쯤 채웠다. 서울까진 충분히 갈 수 있어 보였다. 남은 주행거리는 약 350km. 자정을 지나 토요일을 알리는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아직도 네 시간이나 더 달려야 한다. 조금 무리해서 달린다 해도 새벽 3시를 넘길 수밖에 없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느껴지는 가속감은 나쁘지 않다. 2.5ℓ 가솔린엔진과 전기 모터가 힘을 합해 200마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21.6kg.m다. 숫자로 보는 것과 실제 주행에 차이가 큰 차다. 탔을 때 느낌은 전혀 다른 차다.

그나저나 마음은 급한데 눈이 정말 많이 왔다. 돌풍도 심했다. 빨리 달리면 사고 나기 딱 좋은 도로 환경이다. 간간이 트럭만 보일 뿐, 차가 거의 없어서 눈은 도로에 계속 쌓였다. 미끄러웠다.

서평택IC쯤 왔을 때 이미 3시가 넘었다. 그래도 아직 남은 거리는 80km. 예상 도착시간은 새벽 4시14분이었고, 실제 도착 시간도 비슷했다. 목포-서울 구간은 휴게소를 자주 들러 잠깐씩 체력회복을 하며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 렉서스 ES300h... 부드러움과 강함을 함께 갖춘 차다.
<▲ 렉서스 ES300h... 부드러움과 강함을 함께 갖춘 차다.>

[총평]

이번 ES300h 시승은 정말 힘들었다. 보통 사람이 하루에 1400km를 운전하진 않는다. 여러 상황이 겹쳐서 홀로 도전해야 했고, 계속 남은 주행거리를 확인해야 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주안점을 둔 건 ‘일상에서의 주행’이었다. 편하게 렉서스 하이브리드카를 탔을 때 실제 효율과 특성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주행에선 토요타 방식보다 조금 더 유리하다. 일단 배기량이 2.0ℓ로 적은데다, 변속기가 일반 자동변속기다. 그래서 시내연비는 토요타 방식과 차이가 크다. 저속에서 전기 모터가 개입하는 시간이 짧아 시내연비가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 렉서스 ES300h
<▲ 렉서스 ES300h>

소감을 정리하면, 렉서스 ES300h는 시속 100km 이상에선 그냥 2.5ℓ 가솔린 차라고 보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섰다.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태긴 하지만, 그 전기를 만드는 건 엔진이다. 물론 CVT 덕에 가속 페달을 어떻게 밟느냐에 따라 연료효율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시속 80km이하에선 EV모드가 적극적으로 작동하는데, 시속 60km 부근에서 가장 효율이 높다. 시내에선 조금만 여유롭게 운전하면 거의 기름 쓰지 않고 운전할 수 있었다. 만약 시속 80km로, 시계 반대 방향(목포 먼저)으로 달렸다면 한반도 일주는 거뜬했을 거라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 해도 방식과 세팅에 따라 분명 다른 결과를 가져옴을 배울 수 있었고, 하이브리드 차종은 그에 맞는 운전법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회사가 차를 산 사람들에게 하이브리드 운전법을 체험할 기회를 많이 주면 어떨까 싶다. 차를 제대로 활용할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자,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창구가 될 것 같아서다.

시승, 사진/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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