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추진을 중단키로 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기아 스팅어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서보원 이사는 “프리미엄 브랜드 추진 상황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스팅어에는 알파벳 ‘E’와 닮은 스팅어 전용 엠블럼도 눈길을 끌었다. E와 닮아 한 때는 ‘에센투스’ 또는 ‘에센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든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대해 서보원 이사는 “E자 모양의 엠블럼은 특별한 오더가 없었는데 디자이너들이 만들어서 가져온 것”이라며 “후륜구동을 상징하는 일종의 상형문자 같은 것으로, 향후 K9 후속 차종에도 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에센투스 같은 특정 명칭을 감안해 E자 모양의 엠블럼을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에 관한 소문은 단순히 루머일 뿐”이라면서 “일단 브랜드보다는 제품에 집중키로 방향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아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추진을 현재 진행형으로 봤고 계속 주시해왔다. 그러나 현재 현대차의 제네시스 라인업이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아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시도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온 게 사실이다. 그룹의 ‘서자’로 분류되는 기아차의 위치로 볼 때 제네시스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후에 론칭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강했던 것.
기아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한다 해도 당분간 라인업이 불충분한 것이 문제다. 스팅어 외에 모하비 후속, K9 후속 정도가 프리미엄 라인업에 들어갈 후보인데, 이들 차종은 최소 내년 이후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고 스팅어를 내놓음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해결할 문제가 남아 있다. 만약 추후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을 경우 스팅어의 이름을 또다시 바꿔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경우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아래에 EQ900(해외에서는 G90), G80이 있고 올해 안에 G70이 추가된다.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 렉서스처럼 브랜드 아래에 알파벳 네이밍을 쓰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아차는 소문이 돌았던 에센투스나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가 론칭할 경우 ‘에센투스 스팅어’ 같은 식으로 불러야 해서 다시 브랜드 네임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기아차는 스팅어 이후 K9 후속과 모하비 후속 등을 차례로 내놓으면서 제품 고급화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진로가 정해져야 순탄한 행보가 예상된다.
한편 현대차는 과거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안 만든다고 발표했었으나, 기자는 2014년 7월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든다고 가장 먼저 보도한 바 있다. 이후 현대차는 1년 4개월이 지난 2015년 11월에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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