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다시 가슴이 뛴다’ 기아 스팅어

발행일자 | 2017.06.11 15:35
[시승기] ‘다시 가슴이 뛴다’ 기아 스팅어

남자들의 20대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늘 불안하다. 30대는 가장의 무게를 느끼며 정신 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시기다. 시간이 흘러 40대에 접어들면 소득 수준도 높아지고 비로소 삶을 관조하는 여유가 생긴다. 취미 생활에 푹 빠지는 ‘키덜트’족의 상당수를 40대가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차가 내놓은 ‘스팅어’는 바로 이런 이들을 타깃으로 한 스포츠 세단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고, 8일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한 시승회가 열렸다.

스팅어의 차체 길이는 제네시스 G80 스포츠보다 160㎜ 짧고 휠베이스는 105㎜ 짧다. 앞뒤 오버행을 줄여 민첩한 움직임을 노린 설계다. 휠베이스의 경우 K7보다 50㎜ 길고 K9보다는 140㎜ 짧다. 현대기아차를 통틀어 4번째이자 휠베이스가 가장 짧은 새로운 후륜 플랫폼이다.


[시승기] ‘다시 가슴이 뛴다’ 기아 스팅어

실내는 그동안 보아오던 기아차가 아니다. 인조가죽이 덧씌워진 대시보드는 촉감이 아주 우수하고 디자인도 세련됐다. 현란한 우드그레인을 쓰지 않고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완성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된다. 손에 착 감기는 독특한 기어 노브도 훌륭하다.

파워트레인은 2.0 가솔린 터보와 2.2 디젤 터보, 3.3 가솔린 트윈 터보 등 3가지인데, 시승차는 3.3 후륜 GT 사양이다.

가속력은 기아차뿐 아니라 국산차 중 가장 강력하다. 기아차 측 자료에 의하면 정지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이 4.9초라는데,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 생각된다. 초반 가속뿐 아니라 추월가속 능력도 탁월하다. 다만 한계속도에 가까워질수록 하체가 살짝 뜨는 현상이 나타난다. 뒷모습이 유사한 아우디 A7은 전동식 리어 스포일러로 고속 안전성을 높이는 것을 참고하는 것도 괜찮겠다.

[시승기] ‘다시 가슴이 뛴다’ 기아 스팅어

다섯 가지로 고를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기어 레버 옆 버튼을 눌러 에코, 노멀, 스포츠 등 3가지 선택이 가능한데, 스팅어는 기어 레버 뒤에 달린 버튼을 돌려 선택하는 방식이다. 스팅어의 방식이 훨씬 더 직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알아서 바꿔주는 ‘스마트’와 개별 조절이 가능한 ‘커스텀’ 모드가 더해진 게 눈에 띈다.

몸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시트도 돋보인다. 특히 전동식 사이드 볼스터가 두툼해 코너링에서도 좌우 쏠림이 적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서스펜션 움직임은 아주 훌륭하다. 기본 모드보다 단단해지면서도 불안하게 튀지 않는다. 다만 강력한 엔진에 비해 엔진 사운드는 밋밋하다. 매운 맛을 내려 했는데 고춧가루를 조금 덜 친 느낌이랄까. 제네시스 G80 스포츠보다는 좀 더 커졌지만, 스포츠 세단을 타는 이들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시승기] ‘다시 가슴이 뛴다’ 기아 스팅어

타이어는 기아차 최초로 전량 수입산 브랜드만 기본 장착된다. 2.0 가솔린 터보와 2.2 디젤 터보는 18인치/17인치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3.3 가솔린 터보는 19인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PS4를 기본으로 달고 나온다. 시승차에 장착된 미쉐린 PS4는 강력한 직진 성능과 끈적끈적한 핸들링을 보여주는 데 일조한다. 국산차 중에 이렇게 수입 타이어만 기본 장착하는 경우는 그동안 제네시스 EQ900과 G80, G80 스포츠 정도에 불과했다.

3.3 터보 2WD의 인증 연비는 도심 7.9㎞/ℓ, 고속도로 10.2㎞/ℓ, 복합 8.8㎞/ℓ다. 급가속과 급제동 등을 실시한 이번 시승에서는 7.3㎞/ℓ를 기록했다. 테스트 조건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수치다. 엔진 배기량에 비해 가벼운 차체 중량(1785㎏)과 효율 좋은 8단 자동변속기 등의 효과로 분석된다. 2.0 터보 2WD 18인치의 연비는 도심 9.2, 고속도로 12.2, 복합 10.4㎞/ℓ다.

시승차인 3.3 GT의 가격은 4880만원인데, 여기에 AWD와 와이드 선루프, 드라이브 와이즈2 옵션을 모두 더하면 5340만원이 된다. 같은 엔진과 미션을 적용한 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풀 옵션이 7700만원이니 스팅어의 가격 경쟁력은 괜찮은 편이다. 스팅어에 없는 뒷좌석 듀얼 모니터와 컴포트 패키지 옵션(430만원)을 뺀다면 7270만원이 되는데, 그래도 스팅어의 가성비가 좋다.

[시승기] ‘다시 가슴이 뛴다’ 기아 스팅어

기아차 측에서는 스팅어의 경쟁 모델로 BMW 3시리즈, 4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A5 등 5000만~6000만원대 가격의 수입차를 꼽고 있다. 30~40대의 젊은 고객들이 이들 차종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승부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초반 성적은 좋다. 기아차 서보원 이사는 “19일 동안 2700대가 계약돼 1개월치 판매 목표를 1.5배 이상 넘겼다”면서 40대 비중이 가장 많고, 계약 고객의 49.8%가 3.3 터보를 골랐다고 했다.

기아차가 넘어야 할 산은 수입 세단도 있지만 올해 안에 등장할 제네시스 G70이다. 스팅어와 같은 플랫폼을 쓴다고 알려진 세단이다. G70의 경쟁 상대 역시 스팅어와 겹친다. G70이 등장해도 스팅어가 건재하다면 미래는 밝다.

[시승기] ‘다시 가슴이 뛴다’ 기아 스팅어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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