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택의 車車車] 기아 스토닉, 제 평점은요…

발행일자 | 2017.07.26 09:38
[임의택의 車車車] 기아 스토닉, 제 평점은요…

“야, 여자 있는데 소개해줄까?”
“그래? 그럼 나야 고맙지. 예쁘냐?”
“일단 나와 봐.”


오랜만에 소개팅에 나가려니 떨린다. 소개팅을 시켜준다는 친구는 ‘이현대’와 ‘김기아’다.

소개팅 자리에 나가니 두 명의 여성이 앉아 있다. 현대가 데리고 온 ‘코나’와 기아가 데리고 온 ‘스토닉’이다.

[임의택의 車車車] 기아 스토닉, 제 평점은요…

첫 눈에 짙은 화장을 한 코나가 먼저 들어왔다. 또렷한 쌍꺼풀에 야무진 입술을 가졌다. 이에 비해 스토닉은 ‘무쌍’에 흔한 외모다. 화장은 한 듯 안 한 듯 ‘시그널 레드’라는 붉은색 립스틱만 바른 정도다. 외모만 보면 누가 봐도 코나를 선택할 것 같다. 문득 예전에 만났던 여친이 생각났다. 돌이켜보니 티볼리라는 여인은 코가 좀 낮은 편이었다. 프랑스에서 온 큐엠삼(QM3)은 옷을 참 화려하게 입었던 기억이 있다. 일본 출신의 에이치알브이(H-RV)는 기름기 많은 음식을 좋아하는 데다 낭비벽이 심해 내 지갑을 항상 가볍게 만들곤 했다.

기럭지(차체 길이와 휠베이스)는 코나가 살짝 길다. 뭐 그리 신경 쓸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하이힐을 신으면 충분히 커버될 정도니 말이다. 대신 몸무게는 스토닉이 훨씬 가볍다.

얘기를 나눠보니 코나는 배경이 든든한 여성이었다. 명문 가문에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자랐고, 학교에서도 늘 1등을 도맡아 했다. 반면에 스토닉은 악착같이 살아온 친구였다. 집안이 어려워 코나 집에 세 들어 살았던 슬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난 화장이 진한 코나보다 ‘쌩얼’에 가까운 스토닉이 더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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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모습도 스토닉이 야무져 보였다. 티볼리라는 친구는 말을 하거나 움직이기 시작하면 참 시끄러웠고, 큐엠삼은 조곤조곤 말하지만 매가리가 없어 보였다.

얘기가 길어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장소를 이동했다. 그런데 스토닉의 신발이 덜그럭댄다. 길거리에서 싸게 산 ‘넥센’이라는 17인치 구두 때문이다. 코나는 16, 17, 18인치 등 구두가 여러 개였다. 넥센도 있지만 ‘한국’도 있고 ‘굿이어’라는 외제 구두도 있다고 했다. 코나는 동네 구멍가게에 갈 때 넥센을 신는다고 했다. 스토닉에게 ‘신발보다 싼…’ 같은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다른 브랜드를 알아보라고 신신당부했다.

두 여인과 얘기를 나누는데, 말끔한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내 곁에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누구시죠?”
“스토닉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김창식이라고 합니다.”
“아…네. 따님을 아주 잘 키우신 것 같아요.”
“네, 제 아이는 검소하고(경제성), 잘 달리며(주행성능), 믿음직합니다(안전성). 잘 부탁합니다.”

어디서 본 사람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마 전 서울 압구정동에서 마주친 것 같다. 그때도 그분은 나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그는 나에게 “스토닉은 벌써 2500명의 남자에게 대시를 받았다”고 귀띔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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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와 스토닉은 비슷해 보이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여인이었다. 코나는 화려하며, 키도 조금 더 크고 아이큐가 136(마력)이었다. 반면 스토닉은 키가 살짝 작고 아이큐도 110(마력)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로 얘기를 해보면 스토닉이 더 빠릿빠릿해 보였다. 어려운 집안사정에서도 당차게 살아온 덕에 몸놀림과 두뇌회전이 빨랐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녀는 금방 눈치를 챘다. 소개팅 자리에 같이 나간 탑라이더 이한승 사장은 그녀의 춤 솜씨에 완전히 반했다. 거칠게 잡아 돌렸지만 넘어질 듯하면서도 재빨리 몸을 회전시키는 영특함이 그를 매료시켰다.

스토닉이 결정적으로 돋보인 건 그녀의 경제 감각 때문이었다. 그녀는 물을 1리터 마시면 16.7일 동안 끄떡 없이 버틸 수 있다고 했다(복합연비 16.7㎞/ℓ). 가끔 20일을 넘길 때도 있다고 하니 얼마나 검소한 여인인가. 티볼리는 14.7일이 한계였고, 코나는 16.5일까지 버텼다고 한다. 큐엠삼은 17.3일을 견디니 이 분야에선 최고지만, 그 이외의 매력을 찾기 힘들었다.

[임의택의 車車車] 기아 스토닉, 제 평점은요…

선택의 순간을 앞두고 두 여인의 말을 듣고 싶었다. 코나가 먼저 나섰다.
“보시다시피 저는 외모만큼은 최고예요. 같이 있으면 돋보이실 거예요.”

스토닉도 지지 않았다. “의택 씨는 이제 사회 초년병이잖아요. 저를 만날 땐 지갑이 얇아도 돼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올여름 가장 뜨거운 날, 스토닉 시승회에서 잠시 기분 좋은 몽상에 빠진 것이었다.

현실로 돌아와 두 차 중에 하나 고르자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20대 초반이라면 애인 같은 코나가 나을 것 같고, 결혼 적령기라면 스토닉이 더 현명한 선택 같다. 시승회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코나와 스토닉의 선호도는 막상막하였다. 분명한 건 둘 다 매력적이라는 것. 티볼리와 QM3, 트랙스를 놓고 망설이던 이들에게는 행복한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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