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라인맨’(감독 김유준)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17)

발행일자 | 2018.02.02 10:24

김유준 감독의 ‘라인맨(LINEMAN)’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데드라인에 쫓기는 라인맨(이강욱 분), 그 앞에 라인걸(김하정 분)이 나타난다.

영화의 제목은 영웅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데, 여유 없이 데드라인에 맞춰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흑백으로 표현된 이강욱은 현대판 찰리 채플린처럼 느껴진다.

‘라인맨’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라인맨’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음악과 함께 흑백으로 펼쳐진 이강욱의 움직임!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라인맨’은 흑백과 칼라가 섞인 영화인데, 주로 흑백의 정서를 따라가고 있다. 음악과 함께 흑백으로 펼쳐지는 이강욱의 움직임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영화는 음성으로 된 대사가 없이 문자와 음향으로만 펼쳐지는데, 무성영화에 후시로 음향을 붙인 느낌을 준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무로뮤지컬영화제에서 무성영화를 찾아보는 관객에게는 묘한 향수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 라인을 따라 걸으며 춤추는 의미

‘라인맨’에서 이강욱은 지하철의 표를 태그 했는데도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서 그 사이를 지나가고, 엘리베이터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려다가 이내 포기하는데, 규칙을 지킬 때와 작은 일탈을 할 때 모두 저항을 받는다.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키며 지하철을 걷는 이강욱과 김하정이 라인을 따라 걸으며 춤을 추는 의미를 추정하는 것은 재미있다. 데드라인에 쫓기는데 지하철 바닥의 라인을 따라 걸으며, 그러면서도 춤을 추는 것이다.

라인맨과 라인걸이 지하철 바닥의 라인을 기준으로 추는 춤은, 라인으로 대형을 만들어 단체로 추는 라인댄스와는 달리 개별적인 감성에 충실한데, 그들의 감성에 감정이입해 몰입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마감 준수’, ‘데드라인’라는 단어가 나타나는데 현대인의 삶의 모습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라인맨’ 김유준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라인맨’ 김유준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연기를 하는 것인가? 마임을 하는 것인가? 춤을 추는 것인가?

‘라인맨’에서 라인맨과 라인걸을 댄서로 캐스팅했다면 영화가 아닌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만큼 라인맨과 라인걸은 대사가 없이 움직임만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강욱은 개성적인 연기를 찰지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우인데, 움직이는 내내 지속적으로 표정 연기를 한다. 다리가 움직이는 라인에 집중하다 보면 이강욱의 표정을 놓칠 수도 있는데, 만약 한 번이 아닌 두 번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면 한 번은 다리 위주로 한 번은 표정에만 전념해 관람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다.

김유준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출품한 ‘스트레인저’와 ‘라인맨’만 기준으로 볼 때 서사보다는 이미지와 정서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보인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킬지 아니면 서사와 결합해 다른 감성을 표현할지 차기 작품이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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